대한씨름협회 산하 민속시름위원회의 주최로 지난달 27일부터 30일까지 충남 당진군 당진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정규대회 ‘2007 당진체급별장사씨름대회’는 대한씨름협회와 한국씨름연맹과의 갈등으로 민속씨름대회가 중단되는 등 파행을 겪은 이후 화합과 재도약의 의미를 담은 대회니 만큼 관심이 집중됐다. 본지 및 수도권일보, 충청향우회가 후원하기도 한 이번 대회는 지난해 11월 경북 영천 올스타 대회 이후 7개월 만에 열리는 대회로 프로팀인 현대삼호중공업이 참가하기도 했다.
빠른 진행 위해 규칙 바뀌어
대회에 대한 평가는 일단은 성공적이다. 대회기간 4일간 생방송으로 중계한 KBS 측도 프로야구나 프로축구보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관중석도 꽉 차서 폐막 경기는 서서 보는 관객이 더 많았을 정도였다.
씨름 대회를 목말라하던 팬들은 특히 이번 대회를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이번 대회는 체급과 경기 규칙 등의 변화가 상당히 많았기 때문이다. ‘기술 씨름’의 발전을 주장해온 최창식 씨름협회장의 고심한 흔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체급별 장사는 백마(80kg 이하)와 거상(90kg 이하), 백호(105kg 이하), 청룡(105.1kg 이상) 등 4개 부문으로 구성했다. 체급별 우승 상금은 1000만 원이 지급됐다. 빠른 경기 진행을 위해서 경기 시간은 1분이며 경기장 밖으로 나가면 경고가 주어져 3회 땐 실격이 선언되는 새로운 규칙이 적용됐다. 체급별로 16강까지는 단판, 8강?강은 3판 다선승, 결승전은 5판 다선승제로 승부를 가렸다.

최 회장은 앞으로도 다양한 시도로 기술씨름을 이끌어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스타 발굴에 앞장서겠다는 뜻을 전했다. 최 회장은 “버티기로 지루한 씨름을 펼칠 가능성이 많은 120kg 이상 체급을 무제한급으로 분류해 TV 중계 밖에서 별도 경기를 진행하게 할 계획을 구상중이다”며, “감독들에게 힘과 골격을 가진 선수를 육성하되 비만한 몸으로 하는 경기가 아닌, 기술이 뛰어난 선수를 발굴하고 키울 것을 당부 한다”고 말했다.
청룡장사 백성욱이 차지
프로팀과 실업팀이 오랜만에 함께 참여한 이번 대회는 세대교체와 새로운 스타의 발굴 가능성을 보여주는 경기였다.
가장 관심이 집중됐던 청룡장사 결정전에서는 백성욱(전남체육회)이 타이틀을 차지했다. 백성욱은 ‘천하장사’ 황규연(현대삼호중고업)과 4판까지 무승부로 가는 힘겨운 승부 끝에 마지막 판에서 잡채기로 승부를 내려는 황규연을 밀어치기로 되치기 해 1승을 얻어 꽃가마를 탔다.
실업의 강자로 이름을 알려왔던 백성욱은 프로팀을 꺾고 청룡장사를 차지해 새로운 스타로 발돋움할 계기를 만들었다. 작년 9월 민속씨름 금산인삼장사대회 결승에서 황규연에게 패했던 경험이 있어 더욱 드라마틱한 승부였다.
하지만 정작 경기 내용은 아쉬웠다. 두 선수 모두 특별한 기술을 걸지 않고 경고만 유도하는 등 소극적 경기 운영을 했고, 이 때문에 볼거리 없이 무승부가 거듭됐다. 오랜만에 열린 정규대회이기 때문인지 선수들이 제 기량을 펼치지 못했고, 새로운 규정에 아직 적응하지 못했다는 해석도 나왔다.
이번 대회에서 장사에 오른 선수 중 유일하게 민속씨름에서 우승경력이 있는 선수는 모제욱(마산시체육회)이다. 모제욱 선수는 백호장사 타이틀을 놓고 결승에서 서강원(구미시청)을 2-0으로 누르고 백호장사로 등극했다. 모제욱은 이로써 옛 한라급 타이틀 12차례를 포함, 이 체급에서 통산 13차례나 꽃가마에 올랐다.
거상장사는 오현민(증평군청)이 올랐다. 오현민은 결정전에서 윤원철(구미시청)을 파죽지세로 밀어붙여 3-0 완승을 거뒀다. 31세에 마침내 장사 타이틀을 차지한 오현민은 전남 대불대 감독을 맡고 있는 이색적 경력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개막첫날 가려진 백두장사급 결정전에서는 조세흠(구미군청)이 오흥민(기장군청)을 꺾고 영광을 안았다.
중국 대련 대회 준비
민속씨름은 이번 당진 대회를 시작으로 씨름 르네상스를 열겠다는 야심에 차 있다. 최 회장은 “화려한 기술씨름의 부활로 민족의 숨결이 담긴 스포츠인 씨름을 일으켜 세우겠다”고 말했다. 이미 추석까지 4개의 대회가 예정돼 있는 상태. 정규대회 외에도 추석대회, 해외대회 등이 준비돼 있다.
특히 해외대회는 10월쯤 중국 대련에서 열릴 예정이다. 최 회장은 “인천에서 비행기로 55분 거리인데다 국내 진출 기업이 상당히 많은 곳”이라며, “대련에 진출한 기업인들을 사기도 진취시키고 잘 꾸며진 현대도시이자 국제도시로 대회를 열기도 적당하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아직 헤쳐 나가야 할 어려움도 많다. 대한씨름협회와 한국씨름연맹이 완전히 통합하지 못한 만큼 갈등의 잔재는 여전하다. 이 같은 혼란의 상황 때문에 이번 대회도 지자체 예산이 확정되는 월초에 대회 개최를 확정짓지 못해 유치비를 지원받지 못했다. KBS로부터 중계료도 지원받지 못한 상태에서 이번 대회는 열정만으로 어렵게 진행됐다. 이 같은 난관들이 극복돼야 씨름이 보다 화려한 도약을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