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BAT코리아가 올 1월 3500원짜리 '보그' 담배로 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렸지만 2월부터 4300원으로 가격을 인상하면서 17%로 점유율이 떨어졌다.
업계는 BAT코리아가 담배 가격 마케팅으로 점유율 상승을 노렸지만 다시 가격을 인상하자 결국 소비자들이 기존에 피우던 국산 담배로 이동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26일 A편의점에 따르면 BAT코리아는 2월1일부터 24일까지 매출 기준으로 담배 제조사별 점유율을 조사한 결과 전월 대비 3%포인트 하락한 17.7%를 기록했다.
앞서 BAT코리아는 담뱃값이 오르기 전인 12월 14.3%로 3위에 그쳤지만 1월 '3500원 보그' 효과로 7%포인트나 상승한 20.3%까지 기록했다. 하지만 한 달 만에 3%포인트가 빠지면서 2위 자리를 탈환하지 못했다.
반면 KT&G는 1월 44.9%까지 떨어졌지만 2월에 46.6%로 점유율이 소폭 반등했다. 1월과 2월에 필립모리스와 JTI코리아의 점유율은 크게 변함이 없는 것으로 미뤄봤을 때 BAT코리아의 점유율이 KT&G로 이동한 것으로 분석된다.
KT&G는 지난해 12월 53.1% 점유율로 1위를 기록했으나 올 1월 BAT코리아의 가격 마케팅 공세로 46.6%까지 떨어지면서 29년 만에 외산담배에 밀리는 굴욕을 당했다. 하지만 2월 다시 점유율을 회복하면서 50% 탈환의 희망을 이어가게 됐다.
반면 한국필립모리스는 12월 23.9%, 1월 25.1%, 2월 25.6%로 큰 변동 없이 2위를 유지했다. JTI코리아도 12월 8.7%, 1월 9.7%, 2월 10.0%로 소폭 상승세를 유지했다.
BAT코리아로서는 '3500원 보그'가 결과적으로 '신의 한수'가 되기 보다는 '상처 뿐인 영광'이 됐다. 실제 BAT코리아는 보그 담배를 팔면서 손해를 감수했다.
담배 한 갑당 세금만 3318원이며 여기에 소매점주 마진인 250원을 더하면 BAT코리아가 보그 한 갑에 소비하는 돈은 판매금액보다 적은 3568원이다. 팔수록 손해가 커지는 구조다.
그럼에도 BAT코리아가 무리하게 3500원 보그를 판매한 것은 점유율 상승을 위해서다. 실제 BAT코리아는 담뱃값 2000원 인상 전인 12월 점유율이 14.3% 였지만 1월에 6%포인트 가까이 올리면서 20% 점유율을 달성했다.
담배업계 관계자는 "담배도 기호 식품인 만큼 한번 입맛을 들이면 지속적으로 그 담배를 찾게 돼 있다"면서 "BAT코리아도 일단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담배를 팔아 고객을 끌어들인다면 이후에도 자사의 고객으로 유지될 것으로 예측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BAT코리아가 2월4일부터 3500원에 판매하던 '보그' 패키지를 리뉴얼해 4300원으로 인상하자 BAT의 점유율이 줄어들었다. KT&G의 대표제품 에쎄 보다 200원 낮게 설정해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를 벌이려는 전략이었지만 현재까지는 크게 성공을 거두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BAT코리아는 2011년 4월 던힐, 켄트 등 주요 제품의 가격을 갑작스레 200원 인상하면서 한국 필립모리스에게 2위 자리를 내줬다. 이후 단 한번도 2위 자리를 탈환하지 못하면서 고전을 벌이다가 이번 기회로 2위 자리를 노렸으나 3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BAT가 계속 손해를 보면서 담배를 팔기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소비자들의 입맛이 길들여지기 전에 3500원 담배를 철수한 것이 점유율 하락의 원인인 것 같다"면서 "점유율 상승을 위해 마케팅 비용을 투입하고, 편의점 점주들과 마찰을 벌였지만 생각보다 큰 소득을 얻진 못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