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신철 기자]검찰이 27일 정동화(64)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의 자택을 전격 압수수색하면서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포스코건설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가 포스코그룹은 물론 정관계 로비 의혹 등으로 확대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포스코그룹내 정 전 부회장의 비중을 감안하면 정준양(67) 전 회장 등 '윗선'과 비자금의 국내 사용처로 예상되는 정관계 로비 의혹 등이 밝혀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동화 고리로 '포스코건설 비자금→포스코 그룹으로 확대 가능성
정 전 부회장은 정 전 회장과 임기를 같이하면서 포스코 내에서 '2인자'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검찰 내에선 정 전 부회장의 경우 정 전 회장을 소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특히 정 전 부회장의 사장 재임 기간은 포스코건설의 비자금 조성시기(2009~2012년)와도 겹친다.
이 때문에 검찰은 그동안 구속된 박모(52) 전 상무를 상대로 포스코건설의 100억원대 비자금 조성 배경 및 사용처 등을 파악하는데 주력했다면 이날부터 정 전 부회장과 포스코건설 토목환경사업본부장인 최모(53) 전무 등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그만큼 구속된 박 전 상무가 의미있는 진술을 검찰에 하고 있다는 의미다.
검찰 관계자도 이날 "수사라는 것이 단계가 있고 (정 전 부회장 자택을) 압수수색하기 전에 확보해야 할 진술이나 자료가 필요했다"며 "수사 상황에 대해 말하기는 어렵지만 압수수색을 할 만큼 조금씩 진전은 있다"고 말했다.
보다 구체적인 사실은 정 전 부회장에 대한 소환조사에서 밝혀질 전망이다. 검찰은 정 전 부회장을 상대로 포스코건설의 비자금 조성 배경 및 횡령 과정에 얼마나 개입했는지, 정 전 회장에게 이를 보고하거나 정 전 회장으로부터 관련 지시를 받았는지, 그룹 차원의 또 다른 비자금이 조성됐는지 등을 확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동화를 주목하는 또 다른 이유…정관계 인사들과 두터운 친분
정 전 부회장은 정 전 회장 못지않게 이명박 정부 실세들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나 이명박 정부 '왕차관'으로 통했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2차관 등과 가까운 것으로 전해진다. 과거 박 전 차관이 정 전 부회장을 통해 포스코 인사에 개입했다는 설은 이명박 정부에선 이미 파다했던 얘기다.
정 전 부회장은 특히 박 전 차관의 비자금 저수지로 알려진 이동조 제이엔테크 회장과도 친분이 있다. 박 전 차관과 이동조 회장이 포스코 회장 인사에 개입할 때도 정 전 부회장이 연결고리를 맡은 것으로 알려진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포스코의 대표적인 부실·특혜 인수합병 사례로 꼽히는 성진지오텍 인수 의혹에도 정 전 부회장은 등장한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인수합병을 성사시키고 성진지오텍의 2012년 인도네시아 사업 컨소시엄에 자신의 처남을 참여시킨 게 정치권 인맥을 동원한 결과라고 업계에서는 판단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 전 부회장은 포스코건설 협력업체인 동양종합건설의 대주주 배모(60) 전 대표와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동양종합건설이 2009년부터 4년 동안 포스코그룹 공사 7건을 집중적으로 따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배 전 대표 역시 박 전 차관 등 이명박 정부 실세들과 가까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