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미국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Walmart)'가 지난 15일(현지시간) 전 세계에서 269개에 달하는 매장을 폐쇄하기로 하면서 일부 시민들은 생필품을 사기 위해 한 시간 이상 운전을 해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비용절감 필요성이 커지고 소비자들이 값싼 온라인 쇼핑몰 이용이 많이 늘어나면서 월마트와 같은 대규모 유통업체들은 비용절감을 위해 수익성이 적은 매장을 연달아 폐쇄해 왔다.
월마트의 이번 구조조정 결정도 소비자들의 소비패턴 변화에 맞춰 온라인 사업부문을 강화하기 위한 결정이다. 이번 매장 폐쇄로 퇴직 위기에 몰린 직원은 1만6000여명에 이른다.
월마트 매장 폐쇄 소식이 처음 전해졌을 때는 인근 소매점이 활기를 되찾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주를 이뤘지만, 막상 월마트가 철수하자 수많은 곳에서 지역에 유일한 매장인 월마트가 사라져 버렸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월마트는 이번에 폐쇄되는 매장 중 대부분은 수익성이 떨어지는 '월마트 익스프레스'나 '월마트 네이버후드'와 같은 소형매장이기 때문에 시민 생활에 큰 영향을 안 줄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오히려 이번에 폐쇄되는 소형매장들이 소규모 도시나 외딴 마을에서 유일한 매점이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특히 소규모 마을일수록 '동네가게'들이 월마트와 경쟁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졌기 때문에 월마트가 처음 진출했을 때부터 빠르게 사라져버렸다. 이 같은 마을에는 월마트의 폐쇄로도 활기를 찾을 수 있는 상권조차 존재하지 않게 된 것이다.
오프라인 상점에 시장점유율을 확장해가면서 소규모 지역 사회를 장악한 대형마트가 온라인 쇼핑에 밀려 '빈자리'만 남겨둔 셈이다.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드는 것은 월마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소규모 마을일수록 고령인구 비중이 높다는 사실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노스캐롤라이나주(州) 오리엔탈시의 경우 마을 유일의 식료품점이었던 '타운앤카운티(Town'n County)'가 2년 전 월마트의 진출로 44년 만에 문을 닫았다. 하지만 지역 점포를 몰아낸 월마트가 2년도 채 안돼 폐점을 해버린 것이다.
타운앤카운티를 운영하던 레네 아일랜드 스미스는 2014년 월마트가 개점했을 때 이에 맞서기 위해 최대 30%까지 할인행사를 했었다. 하지만 할인행사를 할 때마다 월마트는 그보다 조금 더 싼 가격에 물품을 팔아 결국 그를 시장에서 몰아냈다.
스미스는 "월마트는 우리의 인생을 망쳐버렸다"라며 "오리엔탈 시장에 실험하기 위해 와서 모든 것을 망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오리엔탈의 시민 900명은 생필품을 사기 위해 왕복 50분 이상 운전해야 하는 처지다.
오리엔탈의 바브 벤투리 시장은 "월마트가 철수한다는 소식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라며 "월마트가 들어오기 전에는 약국과 식품점이 모두 있었지만, 대기업과 경쟁하지 못해 모두 사라져버렸다"고 말했다.
월마트 측은 "지점을 폐쇄하기 전 지역 관료들과 수백 번에 걸쳐 의논했고, 우리가 도울 수 있는 부분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한국의 경우도 대형마트가 자본력을 앞세워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중소기업들과 충돌하고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2014년 기준 전국 대형마트 수는 총 3972개로 전통시장의 2.8배에 달하며, 매출액도 전통시장(20조1000억원)의 두 배 이상인 47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월마트와 마찬가지로 온라인몰의 거센 공세에 고전하고 있는 국내 대규모 유통업체들이 수익성 개선을 위해 점포를 닫는다면 미국과 같은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