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2013년 WHO 발표에 의하면 한국은 OECD 사기 범죄 1위 국가다. ‘세계 가치관 조사’에서 20대 한국인의 한국인에 대한 신뢰도는 32.9%로 조사된 국가 가운데 가장 낮았다. 한국은 거짓말 공화국일까? 왜 그런 것일까? 신체 언어 및 행동 심리 연구가인 저자는 1308개 사례에서 찾은 한국인의 거짓말 특성을 행동심리학적 사회학적 역사학적으로 분석했다.
서구권과는 다른 연구 결과
이 책은 한국인들이 어떻게 거짓말하는지 한국인만의 특수성을 5년여의 긴 시간에 걸쳐 추적해 밝힌 최초의 시도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이 거짓말할 때 드러나는 신호는 상식처럼 알려진 서구권 중심의 연구 결과와는 전혀 달랐다. 한국인은 거짓말을 할 때 코를 만지지도 않으며, 눈을 회피하지도 않는다. 우리는 뒤가 켕기면 시선을 회피한다고 알고 있지만, 눈을 쳐다보면 도전으로 받아들이는 한국 문화에서는 오히려 거짓말쟁이들이 상대방과 눈을 마주치는 경우가 많았다.
이 책에서는 서구인이나 특수 범죄자가 아닌 일상에서 마주치는 평범한 이웃들의 거짓말 반응을 수집한 사례 1038개에서 한국인의 거짓말 신호 25가지를 찾아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첫째, 한국인이 어떻게 거짓말하며 둘째, 왜 거짓말을 잘하는지를 밝히고 셋째, 거짓말을 간파해 한국에서 나를 지키는 방법을 소개한다. 즉 잘못 알고 있는 거짓말 신호들, 한국인들이 거짓말할 때 드러나는 신호들, 걸려들기 쉬운 거짓말과 대처법, 효과적인 질문법 등 일상에서 즉각적으로 적용 가능한 거짓말 간파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한국인의 거짓말 사례들을 살펴보면 남녀 차이가 두드러진다. 남성은 거짓말을 할 때 무수히 많은 진실을 제공함으로써 거짓을 은폐하는 전략을 취하는 경향이 있다. 즉 한국인 남성은 거짓말을 할 때 말이 많아진다. 그에 반해 여성은 제공하는 정보 자체를 극단적으로 차단하는 전략을 취한다. 즉 한국인 여성은 거짓말을 할 때 말수가 적어진다. 이러한 언어적인 단서뿐만이 아니라 몸짓 언어와 발성 등 한국인이 거짓말을 할 때 흘리는 모든 ‘한국적’인 단서들을 망라했다.
왜 거짓말 공화국이 되었나
저자는 ‘우리가 거짓말에 대해 알아야 하는 까닭은 단순히 거짓말을 간파하는 기술을 배우는 데 있지 않다’고 말한다. 이 책은 한국인의 거짓말 습관을 통해 한국인들에게 거짓말이란 어떤 의미인지, 왜 한국 사회에서 거짓말이 만연하는지를 추적하는데에까지 범위를 확장한다. 한국 사회에서 거짓말이 만연한다는 조건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거짓말을 잘하는 가해자뿐만 아니라 거짓말에 잘 속는 피해자가 많아야 한다. 한국인이 거짓말을 잘한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인이 잘 속는다는 의미도 된다. 이 책은 역사부터 심리학 사회학까지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왜 한국인들이 잘 속으며, 지금도 뒤통수가 얼얼한 배신감으로 텔레비전과 신문의 뉴스들을 바라보는지를 밝힌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한국인이 잘 속는 까닭 가운데 하나는 즉각적인 욕망에 취약한 사회분위기다. 그리고 한국 사회에서는 속였다가 들킨 사람의 회복보다 속은 사람의 사회 복귀가 훨씬 힘들다. 이 책에서 말하는 한국인의 거짓말이 가진 고유성과, 한국이 왜 거짓말 공화국이 되었는지에 대한 물음에 대한 해답은 여기에 있다. 한국인들은 거짓말에 너무 관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