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민재 기자] 헌법재판소는 지난 14일 헌재 앞에서 열리는 집회 시위로 인한 소음 등이 심리에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서울경찰청에 집회·시위에 대한 대책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헌재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을 공정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헌재, “헌재 앞 집회 공정한 재판 방해”
배보윤 헌법재판소 공보관은 14일 오후 브리핑에서 “국가적으로 엄중한 탄핵심판이 불편부당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경찰청과 서울지방경찰청에 집회질서에 관한 대책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필요한 경우 박 소장뿐만 아니라 재판관 전원에 대한 신변보호를 요청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배 공보관은 "그동안 중요사건이 (헌재에) 있을 때마다 기자회견을 빙자한 집회·시위가 있어왔다"며 "지난 주말에는 청사 재판관실까지 소음이 들려 연구에 지장을 초래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탄핵심판사건은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이라며 "절차의 공정성 등에 지장이 초래되지 않고, 재판 절차에 만전을 기하기 위한 취지에서 요청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헌재 정문 앞에서는 박 대통령 탄핵결정을 촉구하는 시민과 탄핵기각을 주장하는 시민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구 집시법 위헌판결 “법원의 재판도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어”
헌재는 지난9월 29일 구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제3호 위헌제청 등 위헌제청 사건[ 2016. 9. 29. 2014헌가3·12(병합)]에서 “재판에 영향을 미칠 염려가 있거나 미치게 하기 위한 집회 또는 시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자를 형사처벌하는 구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당시 결정문에서 “집회의 자유는 집회의 시간, 장소, 방법과 목적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보장한다”며, “구체적으로 보호되는 주요행위는 집회의 준비 및 조직, 지휘, 참가, 집회장소·시간의 선택”이라고 밝혔다.
헌재는 이어 “사법작용(재판)이 외부의 영향이나 통제를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필요하고 적절한 보호 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헌법적 요청에 입각한 국가의 권한이자 의무이지만 다른 국가권한과 마찬가지로 국가의 사법권한 역시 직·간접적으로 국민의 의사에 정당성의 기초를 두고 행사되어야 하는 점과 재판에 대한 정당한 비판은 오히려 사법작용의 공정성 제고에 기여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헌재는 특히 “다원주의 사회에서는 다양한 가치관과 이해관계의 존재로 인하여 의견의 대립이 불가피한바, 자유로운 의견 표명은 상호 검증 및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사회발전과 통합의 토대가 된다”며, “법원의 재판도 비판 그 자체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으며, 법관에게는 군중의 여론에 귀를 기울이면서도 헌법과 법률, 그리고 법관으로서의 양심에만 기초하여 공정한 재판을 할 수 있도록 전문성 및 독립성을 갖추어야 할 책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집회·시위로 인하여 재판에 관여하는 법관, 법원 직원 및 일반 국민의 생명·신체에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거나, 폭력이나 협박 등으로 법관 등 재판관계자가 특정한 의사결정을 강요당할 구체적 위험이 있거나, 법원에의 출입이 제한되거나 지나친 소음이 발생하는 등 재판업무의 수행 자체에 지장을 주는 경우가 아니라면 재판에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헌재는 판결문으로 말해야
이번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의 원동력은 어느 한 조직이 아닌 각 국민 개개인의 촛불에 힘입은 바가 크다. 헌재 또한 이번 탄핵심판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듯, 지난 13일 국가적 중대사안인 탄핵심판 사건 심리에 집중하기 위해 연말연시에 열기로 했던 모든 행사를 취소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헌재 스스로 구 집시법 위헌결정에서 밝혔듯 폭력 집회·시위와 재판관에 대한 신변위협 등 구체적 위험이 발생하지 않은 이상 단지 '소음'만을 이유로 헌재가 굳이 나서서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국민들은 이러한 불필요한 논란보다는 헌재가 빠른 시간안에 본 사안에 대해 헌법적 틀 안에서의 공정한 판결을 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