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의 주인공 리차드 클레이더만이 국내 팬을 만난다.
‘로맨티크(Romantique) 투어’라는 타이틀의 이번 내한공연은 40여년의 연주와 창작활동으로 더욱 깊어진 음악 세계를 기대하게 한다.
트레이드 마크 ‘뉴 로맨틱’ 창조
베토벤 이후 피아노를 가장 대중화 시킨 연주자로 불리는 클레이더만은 ‘로맨스의 왕자’ ‘피아노 시인’ 등의 수식어를 낳은 자신만의 독특한 로맨틱 스타일로 국제무대에서 놀라운 명성을 얻었다.
현재까지 9000만장에 이르는 음반 판매기록과 267개의 골든 디스크, 70개의 플래티넘 앨범을 기록했으며, 90년대 초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음반 판매 기록을 세우며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연주자’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디지털 페인팅의 대가 피터 맥클래인은 클레이더만의 연주활동 40주년을 기념한 작품을 제작하기도 했다. 피터 맥클래인은 “그의 겸손함은 때때로 그가 60개가 넘는 스튜디오 앨범을 녹음했고, 전 세계의 매우 명망 있는 극장에서 2500번 이상의 콘서트를 했으며, 300회 이상의 플래티넘과 골든 디스크를 받았고, 지구를 80바퀴 이상 돌며 공연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게 한다”고 말했다.
클레이더만은 클래식과 팝을 결합한 레퍼토리를 통해 ‘뉴 로맨틱’이라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를 창조했다. 세계 팬들로부터 여전히 사랑을 받고 있는 연주자로 활동 중인 클레이더만은 프랑스 외의 나라에서 250일 동안 200번 이상의 공연을 소화하고 있다.
모국어보다 악보가 익숙했던 피아노 인생
1953년 12월28일 프랑스에서 태어난 클레이더만은 일찍부터 피아노를 접하게 됐다. 피아노 선생님이었던 그의 아버지는 그가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가르쳐 훗날 아들의 성공에 기반을 마련했다. 클레이더만이 6살이 되던 해에는 모국어인 불어보다 악보를 더 능숙하게 읽었다고 한다. 12살에는 음악원에 입학했고 16살에는 일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클래식 피아니스트로서 미래가 촉망되는 인재였다. 하지만 얼마 후에 고전음악에서 현대음악으로 전환하면서 주변인을 놀라게 했다.
“나는 무언가 다른 것이 하고 싶었기 때문에 몇 명의 친구들과 록 그룹을 결성했다. 하지만 그 시간들은 힘들고 고달픈 시간들이었다. 조금의 돈이라도 생기면 악기를 구입해야 했기 때문에 샌드위치를 먹기 힘든 지경에 다다랐고 결국 17세 때 위궤양 수술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클레이더만은 회고한다.
아버지가 위중해지면서 그를 재정적으로 도울 수 없게 되자 클레이더만은 생계를 위해서 반주자와 세션 음악가를 하면서 돈을 벌어야 했다. 클레이더만은 “그 일이 즐거웠고 수입 또한 그때로서는 꽤 좋은 편이었다”며, “그 일은 나를 만든 탄탄한 기반이었다”고 말했다. 재능은 곧 눈에 띄어 미셸 사르두(Michel Sardou), 티에리 르 뤼홍(Thierry Le Luron), 조니 알리데(Johnny Halliday) 등 프랑스 스타들의 반주자가 돼 달라는 요청이 쇄도했다.
디스코 유행 시대의 이례적 히트
그의 인생은 1976년에 극적인 전환점을 맞는다. 올리비에 투생이라는 유명한 프랑스 레코드 제작자의 전화를 받고 나서다. 폴 드 세뉴비유는 부드러운 발라드를 녹음할 수 있는 피아니스트를 찾고 있던 중이었다. 폴은 새로 태어난 딸 ‘Adeline(아드린느)’를 위해 발라드를 작곡했고 당시 23세였던 클레이더만은 다른 20명의 오디션 신청자와 함께 본 오디션을 통해 발탁됐다. 오디션 당시 클레이더만에게 받은 인상에 대해 세뉴비유는 “개성 있고 잘생긴 외모와 매우 특별하고 부드러운 연주가 감명 깊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해서 나오게 된 싱글 앨범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는 38개국에서 2200만장이 팔려 기네스북에도 등재됐다. 제작자인 올리비에 투생은 “계약 당시 나는 1만장만 팔아도 만족한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그 당시에는 디스코가 유행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발라드가 승산이 있으리라 기대할 수도 없었을 뿐더러 그것이 크게 히트를 칠지 상상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 음반의 성공은 클래식 역사에 남는 위대한 기록을 만들어냈으며, 클래식의 대중화에 공헌했다. 우아하고 고전적이면서도 현대적인 편안함이 느껴지는 음악과 연주기법이 대중의 시대적 감성에 맞아떨어진 결과다.
오는 20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에서 클레이더만은 특유의 따뜻함이 느껴지는 매끄러운 연주기법으로 봄을 로맨틱하게 수놓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