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민재 기자] 19대 대통령 선거가 이제 종반으로 치닫고 있다. 이번 대선은 2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각 당 누구하나 가릴 것 없이 네거티브에 집중하고 있다. 각종 1인 미디어, SNS 등 정보의 홍수 속에 ‘팩트체크’라는 미명 하에 예전보다 더 세련되게 진행되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과거에는 진영 간 네거티브 공방이 심화됐다면, 지금은 1·2위 후보간 네거티브가 주를 이루고 있다는 정도뿐이다.
아들 특혜채용 의혹이 문서파기 의혹으로
대표적인 것으로 현재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아들 관련 의혹이다. 처음 구 여권을 중심으로 제기된 문 후보의 아들 준용씨 특혜채용 의혹을 지금은 국민의당에서 전략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처음에는 문 후보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고용정보원에 자격이 없는 아들의 채용을 부탁했고, 특혜 채용됐다는 주장에서, 이력서 귀걸이 의혹, 이력서 대필 의혹에 이어 최근에는 내부문건 파기 의혹까지 제기된 상태이다.
하나의 의혹이 어느 정도 국민들에게 ‘신선함’을 상실할 즈음, 부차적인 의혹들을 제기함으로써 네거티브 이슈를 계속 끌고가려는 의도가 보인다. 사실 문 후보 아들 의혹의 핵심은 최순실 게이트, 정유라 사건처럼 문 후보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고용정보원이 무자격자를 채용하게 했느냐 여부인데, 종국에 이르러서는 이러한 핵심에서 비켜나 있는 형국이다.
김인원 국민의당 중앙선대위 공명선거추진단 부단장은 지난달 27일 “내부 문서들을 당시 인사담당자인 최모 기획조정실장(당시 행정지원팀장)이 내부 규정을 위반해 모두 파기했다”는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 부단장은 최 실장을 권재철 전 고용정보원장과 황기돈 당시 기획조정실장으로 이어지는 ‘권재철 라인’으로 규정하며, “최 실장의 문서파기는 고용정보원 내부 규정을 위반한 행위로 단독으로 결정했다고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준용씨 특혜채용을 은폐하기 위해 고용정보원이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다만 증언을 한 전직 간부에 대해서는 “평생을 고용정보원에서 일하신 분”이라며 신원 공개를 거부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이같은 의혹을 이명박·박근혜 정권 10년 동안 끊임없이 제기됐던 문제로 감사원 감사 등 이미 더 이상의 검증은 필요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불필요한 논란이 확대 재생된다는 판단 하에 검찰 고발 등 적극적인 대응으로 전환했다. 문 후보 측 권혁기 수석부대변인은 4월11일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에 대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내일(12일) 추가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권 부대변인은 “하 의원이 거짓말을 부풀리기 위해 교묘히 눈속임을 했다”며 “문씨의 휴직 신청서를 공개하면서 새 문건인 냥 떠들었다. 하 의원 주장이 사실이 아님을 보여주는 휴직 신청서 뒷장은 감췄다”고 주장했다. 그는 “(뒷장에는) 파슨스대학 합격 통지를 받았다는 사실과 입학을 연기한 사실이 담겨 있다. 별첨 자료에는 파슨스대학 2007년 합격 통지서도 첨부돼 있다. 국정감사 당시 이미 공개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미경 교수 1+1 채용 의혹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부인 김미경 교수의 서울대 1+1 특혜채용 의혹은 주로 더불어민주당에서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문 후보 측 김태년 공동특보단장은 지난달 27일 “서울대 통계연보에 따르면 2012년에서 2015년까지 김미경씨가 쓴 SCI등재논문은 2014년 단 1편에 불과하다”고 밝히며, “이번에 입수된 서울대 내부 공문에 따르면 서울대 의대는 김씨를 채용하는 조건으로 정원 1명을 추가로 배정받았고, 당시 법인화 이전의 서울대는 공무원 정원 관리가 엄격했던 시절로, 김씨 1인을 위해 서울대의 정원이 조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단장은 “이렇게 추가된 정원 1명은 김씨가 서울대에 채용돼 퇴직할 때까지만 인정된다는 것”이라며 “서울대가 김씨 채용을 위해 얼마나 작위적인 사전 작업을 거쳤는지를 분명히 보여주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는 아울러 “다른 의대 교수들은 같은 기간 17편이 넘는 논문을 썼다. 이는 김씨를 서울대가 정원까지 억지로 조정해 가면서 모셔온 것이 연구자로서의 능력이나 자격 때문이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라며, “1년에 17편씩 SCI 논문을 쓰는 서울대 현직 부교수 중에서도 정교수 승진 심사에서 탈락하는 비율은 60%에 달하는데, 서울대 채용 후 김씨의 연구실적이 거의 전무하다시피하다는 점에서 채용 과정에 안 후보의 부당한 영향력이 있었다는 건 매우 합리적인 의심”이라고 말했다.
이에 더해 자유한국당 류여해 수석부대변인은 지난달 19일 “안 후보는 본인과 부인이 카이스트 석좌교수 및 부교수가 된 경위를 해명해야 한다”고 또 다른 의혹을 제기했다. 류 수석부대변인은 “안 후보는 본인이 카이스트의 석좌교수 자격기준에 미달함에도 석좌교수가 된 경위, 허위경력 이력서를 제출한 부인도 함께 카이스트 부교수로 임명된 경위에 대해 국민 앞에 해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안 후보는 문 후보에게 자신의 딸 재산 논란과 부인 1+1 채용 의혹, 문 후보 아들의 특혜 채용 논란을 규명하기 위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를 열자고 제안했다. 그는 “취업비리, 채용비리라고 하면 두 가지 중 하나다. 권력을 가지고 외압을 행사하거나 돈으로 매수하거나다. 그 당시 저는 교수 출신이었다. 어느 위치에도 있지 않았다”며 “제 아내는 독립된 전문가”라며 “카이스트 교수가 서울대 교수로 이직한 것이 특혜인가. 권력실세 아버지를 둔 아들이 5급 직원으로 채용된 것이 특혜인가”라고 반박했다. 안 후보는 “제 딸 재산과 (문 후보) 아들 특혜 채용 두 개 다 해결하는 방법은 국회 상임위를 여는 것이다. 제 아내 임용은 교문위를 통해서, (아들 문제는) 환노위를 열어서 속 시원히 해결하자고 말씀드린다. 지금 약속해 달라”고 밝혔다.
네거티브, 선거의 양념인가
네거티브 정치 캠페인은 현실정치에서 여전히 유용한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흔히 네거티브 캠페인은 상대방 후보에 대한 인신공격을 하거나 근거 없는 비난을 하는 경우, 어느 정도의 사실에 근거하여 후보나 소속정당의 정책적 입장을 비난하는 경우로 나눌 수 있다. 이러한 네거티브 선거 전략은 상대후보 공격을 통해 자신에게 유리한 선거 판세를 만들고, 상대방 캠페인의 선택의 폭을 제한하기 위한 전략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안 후보는 선거토론 방송에서 자신의 비전을 제시할 시간을 소비하면서 앞서 제기된 김미경 교수 의혹 해명에 대해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
또한 네거티브 정치 캠페인은 유권자들에게 후보에 대한 불안이나 부정적인 감정을 유발해 투표참여를 촉진시키기도 한다. 즉 인간은 이익을 얻는 것보다는 손실을 회피하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투표참여의 동기부여를 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유권자들은 네거티브 공방으로 인해 선거가 박빙이라는 인식을 갖는다. 즉 실제 선거 구도와는 다르게 치열한 네거티브 공방과 언론매체에 노출된 기사를 접하며, 서로가 박빙의 접전을 펼치고 있다고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장단점이 있는 네거티브 선거 전략은 어찌보면 선거에 있어 필수적인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네거티브 전략이 당선이라는 최종목표의 주요리가 될 수 있느냐, 하나의 양념에 불과하냐는 결과론으로 갈리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지난 17대 대선의 경우 당시 이명박 후보는 도곡동 땅 실소유 의혹, BBK주가조작 의혹, 자녀 위장전입 및 위장취업 의혹 등 도덕성과 청렴성을 둘러싼 많은 의혹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히려 당시 성공적인 경제인을 내세운 이명박 후보의 비전과 4대강 사업이 이런 의혹을 의례 있는 단순 가십거리로 만들어 버리고 압승하는 결과를 창출했다. 이러한 경향은 바로 직전 대선인 18대 대선에서도 동일하게 이어졌다. 각종 네거티브 공세 속에서도 박근혜 후보가 당선됐고, 네거티브 선봉에 섰던 통합진보당은 해체되는 결과를 맞이했다. 이러한 결과는 네거티브를 주도하는 정당이나 후보자에게 유리하지만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네거티브 피해자 1위 문재인, 2위 안철수
현재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는 문 후보는 경쟁자간 비방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주자로 나타났다. 4월18일 쿠키뉴스의 의뢰로 조원씨앤아이가 조사,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어느 후보가 네거티브로 인한 피해를 가장 많이 보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문 후보는 38.5%로 1위, 안 후보 32%, 홍준표 후보 11.5%, 유승민 후보 4.2%, 심상정 후보 1.3% 순이였다. 없거나 잘 모르겠음은 12.6% 였다. 문 후보가 네거티브 피해를 가장 많이 보고 있다는 응답은 지역별로 광주·전라 49.6%, 경기·인천 41.4%, 대전·세종·충청 40.1%, 부산·울산·경남 39.6%, 서울 34.7% 순이었다. 연령별로는 30대 55.3%, 40대 47.4%, 19~29세 42.5% 였다.
안 후보가 네거티브의 가장 큰 피해자라고 응답한 비율은 광주·전라(35.8%)가 가장 높았고 대전·세종·충청 31.5%, 대구·경북 30.2%, 경기·인천 29.5%이 그 뒤를 이었다. 연령별로는 50대 40.3%, 60세 이상 37.3%, 40대 28.3%, 19~29세 26.8% 였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15일부터 17일까지 사흘간, 대한민국 거주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ARS여론조사(유선전화44%+휴대전화56% RDD 방식, 성·연령·지역별 비례할당 무작위 추출)를 실시한 결과로 표본수는 1008명(응답률 3.6%,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이다.
그러나 앞선 여론조사에서 보듯 네거티브 공세가 실제 후보간 지지율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네거티브 피해를 가장 많이 본 것으로 나타난 문 후보의 지지율 변동이 안 후보나 다른 후보에 비해 크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갤럽이 4월 넷째주(25~27일) 전국 성인 1006명에게 ‘누가 다음번 대통령이 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지’ 물은 결과, 문 후보 40%, 안 후보 24%, 홍 후보 12%, 심 후보 7%, 유 후보 4%, 조원진 후보 1%, 없음/의견유보 11%로 나타났다. 전주와 비교하면 홍 후보와 심 후보가 각각 3%포인트, 유 후보도 1%포인트 상승했다. 안 후보는 지난주 7%포인트 하락, 이번주에 6%포인트 추가 하락해 가장 변화가 컸다. 문 후보도 1%포인트 하락했으나 최근 3주 평균 지지율 40%로 선두를 고수하고 있다.
공식 선거운동 돌입 2주 만에 이념성향 보수층에서 안 후보 지지도는 눈에 띄게 하락하고 홍 후보가 급부상했다. 이념성향별로 안 후보 지지도는 보수층에서 19%포인트(4월 둘째주 48%→셋째주 45%→넷째주 29%), 중도층에서 10%포인트(40%→34%→30%), 진보층에서 7%포인트(23%→19%→16%) 하락했다.
지난주 보수-중도-진보층에서의 하락폭은 엇비슷했으나, 이번주 들어 보수층 하락폭이 더 커졌다. 반면 홍 후보는 보수층에서 지난주 20%, 이번 주 36%로 상승했다. 4월 초 소속 정당 지지율을 크게 넘어서며 급 부상한 안 후보 지지세는 공식 선거운동 시작과 함께 격화된 검증과 네거티브 공방, 여러 차례의 TV토론회를 거치며 안 후보를 지지했던 유권자 일부가 2주 연속 이탈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네거티브의 피해 1위인 문 후보의 지지율 변동폭보다 2위 후보인 안 후보의 지지율 변동이 컷던 것은 네거티브 공방보다는 자신의 비전을 어필하는 게 부족했던 것이 아닌가 판단된다. TV토론에서 자신의 비전과 정책적 차별성을 명확히 밝힌 심 후보의 약진은 이러한 추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물론 여론조사가 만능일 수는 없다. 또한 실제 여론조사와 결과가 다르게 나타난 경우도 발생하고 있지만 최소한 네거티브가 예전과 같이 확실한 수단이 아닌 것만은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네거티브에서 포지티브로
우리나라는 1948년 초대 이승만 대통령부터 18대 박근혜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18번의 선거를 통해 11명의 대통령을 선출했다. 국가기록원의 ‘기록으로 보는 대통령 선거의 역사’를 보면 간선제, 직선제 등 다양한 방식의 선거를 통해 대통령을 선출해 왔으며, 70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네거티브는 중요한 선거전략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러한 흐름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즉 네거티브로 이익을 보기보다는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가장 최근의 18대 대선을 보더라도 네거티브 선거운동이 오히려 상대 정당과 후보자의 지지층을 자극하여 표를 결집시켜 당선시키는 결과를 나타냈다. 이는 75.8%를 기록한 높은 투표율이 진보·개혁 정당에 유리할 것이라는 속설을 깬 것이다. 물론 이러한 결과는 네거티브 외에도 다양한 투표결정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일 수도 있으나, 적어도 네거티브 선거운동이 그것을 주도하는 정당이나 후보자에게만 유리한 것이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각 후보간 캠프에서도 이러한 흐름 속에 네거티브 공방보다는 자신들의 정책과 비전을 보여주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1, 2, 3차 TV 토론은 네거티브 공방이 두드러졌다면, 최근 JTBC 4차 TV토론은 정책공방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네거티브로는 잠깐의 시선을 끌 수는 있겠지만 당선될 수 없다는 현실적 판단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당선될 19대 대통령은 누가되더라도 북핵 등 외교적 위기, 경제위기, 사회갈등, 통합 등 산적한 과제를 조정하고 해결해야 한다. 즉 그 어느때보다도 대통령의 리더십과 자질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기이다. 따라서 네거티브보다는 포지티브로 유권자들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정책 대결의 토대가 마련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