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수정 기자] 일본 SPA브랜드인 유니클로가 해외 매장을 안내하기 위해 사용한 지도에서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한 지도를 사용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일본계 회사라고는 하지만 국내에 진출해 영역을 확장해 가는 상황에서 해당 국가의 정서를 무시하는 행위라는 지적이다.
23일 <시사뉴스>가 확인한 결과 유니클로의 영국, 호주, 독일, 일본 등의 해외 사이트에서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한 지도들이 올라와있다.
특히 한국 유니클로 홈페이지 내 해외 매장 안내 메뉴에서도 독일, 영국, 호주 등의 매장을 클릭할 경우 해당 사이트가 링크돼 있는 상태다. 유니클로 일본 본사 홈페이지에선 젠린(ZENRIN)의 지형데이터로 만들어진 지도를 적용하면서 일본해(日本海)만 표기했고, 우리나라 지형을 대충 그려 놓았다.
다만 한국 매장 위치를 안내하는 한국 유니클로 홈페이지 지도에는 '일본해'가 아닌 '동해'로 표기된 국내 포털 지도를 사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니클로가 국제적으로 분쟁이 있는 지역을 병기 표기하지 않으면서 한국에서의 비난 여론을 피하기 위해 한국인의 눈속임을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로컬사이트 연동시 하루도 안걸려 ‘동해’ 표기 가능
문제가 된 이 지도에는 영문명 ‘Sea of Japan’이 쓰여 있을 뿐만 아니라 한글 버전으로도 ‘일본해’라고 번역된다. 해당 지도는 ‘돋보기’ 기능을 이용해 ‘일본해’ 부분을 확대하면 동해가 병행 표기돼 보이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이를 발견하기 쉽지 않을뿐더러 서해는 표기가 아예 안 돼 있고 독도는 ‘리앙쿠르 암초(Liancourt Rocks)’로 표기돼 있다. 일반 사용자들이 국가별로 매장을 검색할 때에는 ‘일본해’로만 인식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일본해 표기 논란을 피하려면 홈페이지에 사용하는 구글 지도를 글로벌 사이트(maps.google.com)가 아닌 로컬 사이트(maps.google.co.kr)와 연동하면 된다. 구글이 SK텔레콤으로부터 자료를 받아 제작한 구글 맵 국내 버전에는 독도와 동해가 분명하게 명시돼 있다. 하지만 유니클로는 구글의 글로벌 버전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유니클로 측이 동해의 일본해 표기를 이미 인지했으면서도 여전히 수정하거나 사과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유니클로의 ‘일본해’ 표기 지도 사용 논란은 지난 2014년부터 수차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때문에 유니클로의 대처는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최근 몇 년 사이 ‘이케아’를 시작으로 ‘자라’, ‘H&M` 등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에서 일본해 우선 표기 지도를 사용했다 불매 직격탄을 맞는 모습을 지켜봤음에도 유니클로는 아직까지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어 배경에 의문이 쏠린다. 앞서 논란이 된 기업 중 일부는 빠르면 만 하루 내 지적 사항을 반영했던 만큼 지도 시스템 교체는 까다로운 작업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의구심이 든다.
“배짱 유니클로, 한국 호갱으로 봤나”
이를 놓고 이른바 ‘한국 호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유니클로가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민감한 반응을 일으키는 ‘역사적 상처’와 ‘차별 대우’는 고려하지 않은 채 ‘돈만 잘 벌면 그만’이라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시장에선 소비자를 홀대해도 충분한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인식이 깔린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이어진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유니클로 논란에 국내 소비자들이 더욱 분노하는 이유는 유니클로가 한국 소비자들에게 사랑을 많이 받고 있으면서도 국내 정서를 감안한 현지화에 소홀했다는 것”이라면서 “특히 이 브랜드가 국내 영향력을 키우면서 배당금과 각종 로열티 명목으로 엄청난 이익을 챙기고 있고, 자연스레 국내에서 얻는 높은 매출과 영업이익의 성과 대부분이 일본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 나라의 정서를 감안하지 못한 제품 생산에 대해서는 강력한 철퇴를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니클로는 2004년 롯데쇼핑과 일본 패스트리테일링과 합작으로 설립된 후 승승장구해온 브랜드다.
한편 한국과 일본은 독도 영유권을 두고 광복 후 수십년째 대립하고 있다. 특히 정부와 민간단체, 기업들이 구글 지도에 잘못 기재된 동해와 독도를 되찾기 위해 다양한 활동까지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에 뿌리를 둔 유니클로의 '일본해', '리앙쿠르 암초' 표기는 국민적 분노를 살 것으로 보인다.
과거 유니클로는 다케시마 후원기업 목록에 브랜드 이름이 오르면서 한국의 시민단체들로부터 공격과 불매운동 대상으로 지목된 바 있었는데, 이번 사건으로 브랜드 이미지 하락은 물론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