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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의혹 번지는 홈플러스 하청업체 직원 사망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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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에도 전화 시달려… 누적된 피로·스트레스 호소
유족 “홈플러스, 조의는커녕 연락도 없었다”
홈플러스 “병원가길 권유… 응급조치 최선 다해”


[시사뉴스 조아라 기자] 홈플러스 하청업체 직원이 근무 중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으나, 사측에서 이를 ‘나몰라라’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번 사고 직전 이마트에서 발생한 근로자 2명의 사망사건이 세간의 관심을 받았던 데 반해, 홈플러스에서 일어난 근로자의 죽음은 약 7개월이 지난 최근에서야 알려지게 됐다. 유가족들은 “갑작스럽게 가족을 잃은 것도 억울한데 이번 사고와 거리를 두려는 사측의 태도에 분노해 언론 제보에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홈플러스 김포풍무점에서 근무하던 하청업체 직원 나모 씨는 지난 4월3일 출근 후 가슴 통증을 느끼고 지인에게 연락해 병원에 동행해줄 것을 부탁했다. 병원에 가기 전 나 씨는 옥상에 올라가 문제가 생긴 오수배관 견적을 보러 갔다 온 후 잠시 휴식하기 위해 들어갔던 공조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고, 119 구급대원의 응급조치가 있었지만 결국 사망했다. 나 씨는 하청업체 소속만 달리 했을 뿐 홈플러스 김포풍무점에서만 10년, 다른 홈플러스 지점에서 4년, 총 14년 동안 홈플러스에서 근무해왔다.


유족 측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자사 점포 내에서 발생한 근로자 사망사고와 관련된 일에 직접 나서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유족 측은 “10년간 일해 온 직원이 근무 중 사망했는데도 장례식장에는 개인 자격으로 온 직원 몇 명이 있었을 뿐 홈플러스를 대표해 찾아온 사람이 없었고 M사(나 씨가 소속된 하청업체)에서도 임원 단 한 사람도 오지 않았다”며 “장례 후 처음으로 M사에서 임원 1명과 직원이 와서 ‘홈플러스와 (보상절차를) 의논 중이니 기다려 달라’고 했으나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AED 사용법 몰랐다” vs “응급조치 최선”


유족 측은 홈플러스가 직원들에게 안전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사고 상황 기록을 위해 당시 현장을 촬영한 동영상을 보면, 사고 현장으로 달려온 해당 지점 보안팀은 다른 직원이 가지고 온 자동심장충격기(AED)를 받아들고 119 구급대원 도착 전까지 전화 통화로 사용법을 지시받는 과정에서 “패드를 붙여야 되나요?”, “패드가 빠져있는데요”, “(패드에) 끈끈이가 별로 없어요”, “왜 이렇게 안 끈적거려 이거? 여기가 뒤인가?”라고 말하는 등 허둥대는 모습이었다. 패드가 제대로 부착되지 않아 뗐다 붙였다 하는 사이 119 구급대원이 도착했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측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자동심장충격기 사용법 교육 등 응급상황에 대한 대처를 교육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해당 직원이) 사용법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출동 나온 119 구급대원들도 조치를 잘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자동심장충격기에 대해서는 점포에서 계속 교육을 하고 있다. 사고 당시 최선을 다해 응급조치를 했지만 안타까운 결과가 나왔다”고 전했다.


쓰러진 나 씨를 처음 발견한 지인 A씨는 “발견 당시 나 씨가 사망한 상태가 아니었던 걸로 보였다”고 말했다. A씨는 사고 당일 오전 몸이 아프다는 나 씨의 전화를 받고 함께 병원에 가기 위해 홈플러스 김포풍무점을 방문했다. A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쓰러진 나 씨를) 흔들어봤는데 대답이 없어 시설사무실에 가서 119에 전화하라고 했다. 만약 쓰러진지 오래 됐다면 차가운 공조실 맨 바닥에 누워있었으니 몸도 차가워졌어야 하는데 따뜻했다”며 “그땐 의식이 있는 걸로 생각하고 (119 등에) 그렇게 얘기했었는데 경황이 없어 몸을 흔들어 확인한 것 외에 (의식이 있는지) 제대로 확인해보지는 못했다. 그러나 그때까지 사망한 상태는 아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과도한 업무가 사고 불렀다?


과중한 업무가 결국 사고를 불렀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고인은 홈플러스 한 지점 전체의 냉난방과 냉온수, 전기 및 환기·배기 등 전반적인 건물 설비를 유지·보수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소장’이었다. 공식적인 근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지만, 쉬는 날이든 퇴근 후든 시간과 상관없이 설비에 문제가 생기면 수시로 전화 연락이 왔고, 현장으로 달려가 조치를 취한 후 사고보고서를 작성해야 했다는 것이 주변인들의 증언이다. 소방서 등에서 점검을 나올 때 이를 응대하는 대관업무도 그의 몫이었다.


시설유지관리업에 종사했던 한 관계자는 “근무처만 다를 뿐 일하는 것은 거의 똑같다고 보면 된다. 문제가 생기면 가장 먼저 소장에게 연락이 간다. 퇴근 후에도, 쉬는 날에도 대기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며 “어느 건물이든 소방서에서 점검을 하면 지적이 안 나올 수가 없는데 그게 다 스트레스다. 지적이 나온 만큼 공사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게 이 시설 일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홈플러스 김포풍무점에도 수차례 가봤지만 밤샘 야간근무를 하더라도 순찰을 다니거나 의자에 앉아있을 뿐 잠시라도 누워서 쉴 수 있는 공간은 없다”며 “남녀 휴게실이 따로 있으나 휴게실에서 쉬는 시설직원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방재실이나 시설사무실에서 쉬던지 담배 피러 올라가는 것 밖에 (쉴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따로 (시설직원들을 위한) 휴게공간이 마련된 홈플러스 지점은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나 씨는 잦은 근무시간 외 업무로 정신적·육체적 피로를 느끼고 있었다고 한다. 유족 측은 “고인은 스트레스와 피로가 누적돼 일을 그만두겠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지만, (나 씨가) 그만두면 따라서 그만두겠다는 직원들의 호소와 회사의 만류로 인해 그만두지 못했다”며 “긴급 상황이 생기면 근무시간이 아니어도 출근해야 했고, 휴무일에도 밤낮 없이 울리는 전화에 시달려야 했다”고 증언했다.


지인 A씨 또한 “쉬는 날에도 지점에서 전화가 와서 잠을 못 잤다는 얘기를 들은 게 한 두 번이 아니다”라며 “사고 발생 1~2주 전쯤 (나 씨와) 만난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밤 10시가 넘은 시간인데 물이 샌다고 사무실에서 전화가 왔었다”고 유족들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나 씨의 근무일 및 출퇴근 시간을 관리했던 M사 측은 근무시간 외 업무에 대해 “명확히 없었다”라고 단정적으로 말했다. M사 관계자는 “시간 외 근무를 했다면 수당을 신청하고, 회사에서 이를 지급한다. 나 씨는 주 5일 근무를 했고 규정된 출퇴근 시간도 다 지켰다”며 “긴급 상황이 발생해 업무를 하게 됐다면 수당을 청구해야 하지만 올해 초 나 씨가 수당을 신청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과로사 의혹을 일축했다.


반면 유족 측은 “같은 직책을 맡았던 다른 지점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본 결과, 업무 특성상 정해진 일 외에 많은 업무를 하지만 회사 측에는 정해진 업무에 대해서만 출근부를 제출했다고 한다”며 “이는 근무일지를 작성하더라도 형식적으로 작성돼 실제 근무와는 차이가 생길 수 있다는 뜻”이라고 M사 측 주장을 반박했다.



정정된 사체검안서… 병원 “재판단한 것”


고인은 10년간 몸담은 일터에서 근무 중 사망하고도 산업재해를 인정받지 못했다. 사망이 ‘병사’로 처리됐기 때문이다. 나 씨는 병원으로 이송되기 이전 현장에서 사망했고, 경기 김포에 위치한 ㄱ병원으로 옮겨졌다. 유족들이 ㄱ병원에서 처음으로 받아본 사체검안서에는 사망의 원인 중 직접사인을 ‘급성심근경색 추정’으로, 사망의 종류는 ‘병사’로 표기돼 있었다.


유족 측은 피로 누적과 스트레스 외에 나 씨에게 별다른 건강상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사건 이후 유족 측이 나 씨의 병원 진료 기록을 살펴봤지만 고인은 정기적으로 받는 건강검진 외에 병원을 방문한 적이 없었고, 건강검진 결과에서도 특별한 이상이 있다는 점은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 가슴 통증을 호소했던 것은 가족과 지인들이 아는 바로는 사망 당일이 처음이었다.


유족 측은 “나중에서야 고인이 최근 10년간 아파서 병원 진료를 받은 적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사체를 검안한 ㄱ병원 의사에게 ‘아파서 약 한 번 먹은 적 없는 사람을 어떻게 병사로 처리한 것이냐’고 묻자 의사는 ‘기타 및 불상으로 처리하려고 했는데 원무과에서 병사로 하라고 해서 그렇게 했다. 원무과에 가서 얘기하라’는 황당한 답변을 내놓았다. 사고 당시 출동했던 119 구조대의 기록에는 ‘심정지’로 표기된 고인의 사망을 병원에서는 마음대로 ‘급성심근경색 추정’과 ‘병사’로 표기한 것이다”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러나 재발급된 사체검안서로도 나 씨는 결국 산재 인정을 받지 못했다. 사체검안서에 사망의 종류가 ‘불상’으로 변경됐지만 직접사인이 ‘급성심근경색 추정’으로 돼 있어 근로복지공단에서는 이를 ‘병사’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유족 측은 “과로로 인한 사망이라는 사실을 유족들이 증명해야 한다고 하더라”며 “변호사와 노무사를 찾아가봤는데 (나 씨의 경우) ‘심정지’로 했어야 하는 게 맞고, 그래야 산재처리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질병’으로 처리됐기 때문에 산재에 불리해 이 사건을 맡으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고 토로했다.


ㄱ병원 관계자는 사체 검안에 대해 “환자 사망과 관련해 주위에서 이야기했던 것을 참고했다. 병원에 사망 상태로 왔지만 사망 전 가슴 통증을 호소했다는 말에 따라 ‘급성심근경색 추정’ 및 ‘병사’로 처리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추후에 ‘기타 및 불상’으로 변경한 것에 대해서는 “의무 기록상의 근거를 봤을 때 ‘병사’ 판단이 부족했던 것 같아 의사가 재판단했다고 한다”며 “원무과가 병사로 해라 마라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것도 아니고, 보호자가 (의사의 말을) 자의적으로 해석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합의서엔 “책임 인정 아냐… 누설 금지”


이번 사고로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잃고 몸 져 누웠던 노부부는 수개월이 지난 후에야 억울한 심정을 담아 수사기관에 진정을 넣었다. 처음 수사를 했던 김포경찰서의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후 부천지청에 사건이 배당됐으나 유족 측은 사건에 대해 묻는 연락 한 번 받지 못한 상황에서 내사종결됐다는 통지를 받았다고 한다. 다시 한 번 진정을 넣어 현재는 서초경찰서에서 이 사건을 조사 중이다.


고인의 누나 나모 씨는 “아버지께서 이러다 우리가 먼저 죽겠다며 이제 끝내자고 했다. 부모님 뜻이 그러하니 어지간하면 합의를 하고 끝내려고 생각했었다”며 “경찰서에서 수사를 진행하자 M사가 이메일로 M사와 홈플러스가 각각 500만원씩 1000만원의 위로금을 지급하겠다는 합의서를 보냈지만 내용을 보고는 거절했다”고 밝혔다.


양사의 이름으로 각각 작성된 합의서는 내용이 동일했다. 합의서에는 △본 합의는 법률상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며 △합의 후 사측에게 일체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고, 제기한 소를 취하하며 △시위·영업방해·언론보도로 사측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합의 내용을 제3자에게 공개·누설하지 아니하며 △위반 시 합의금을 즉시 반환하라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측은 “위로금을 지급하겠다고 했던 것은 맞지만 홈플러스에서 먼저 제시했던 것은 아니었다. 유족들에게 합의 의사가 있다고 해서 도의적 차원에서 50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했다”며 “유족들이 M사와 함께 홈플러스를 고소했지만 저희 직원 B씨에게 ‘홈플러스에는 유감이 없다. M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같이 고소를 하게 된 것’이라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복잡한 상황에서 여러 문제로 유족들이 M사와 갈등을 겪다보니 홈플러스 쪽에도 문제를 제기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인의 누나 나 씨는 “B씨에게 보냈던 메시지는 동생과 잘 지냈던 B씨 개인에게 보냈던 것이지, 홈플러스에 대한 미안한 감정이 있다는 뜻이 아니었다”라고 해명했다. 나 씨는 “홈플러스 직원 B씨는 저희들을 많이 도와준 고마운 분인데, M사에서 잘못한 부분에 대해 증명해줄 수 있는 사람이 B씨뿐이라 고소 과정에서 B씨의 이름이 포함되게 됐다”며 “미안한 마음에 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는지 설명하고 사과하기 위해 메시지를 보냈던 것”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그는 “홈플러스 사측은 아무것도 도와준 게 없다. 홈플러스 직원들이 개인적으로 와서 조의금을 낸 게 홈플러스 사측을 대표해 온 것인가”라고 되물으며 “홈플러스는 동생 사망 후 7개월 동안 전화 한 번 한 적이 없었고, 경찰서 조사가 진행되자 그제야 이런 저런 조항을 달고 50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했을 뿐이다. 홈플러스와 M사가 양심적으로 나왔다면 이렇게까지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다”라고 개탄했다.


반면, 홈플러스 관계자는 “사고 당일에도 동료 직원들은 나 씨에게 병원에 가볼 것을 수차례 권했고, 쓰러진 나 씨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들도 이번 일로 충격이 크다”며 “유족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 관계가 와전되는 등으로 인해 고인과 같이 일했던 직원들에게도 피해가 발생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다”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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