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큰 일교차와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봄철 환절기에 알레르기 비염으로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증가한다. 맑은 콧물과 재채기, 가려움증, 코막힘 등의 증상으로 집중력 약화와 두통 등의 다양한 불편감이 발생한다. 방치하면 천식 축농증 수면장애 등으로 발전할 수 있으며 학습장애나 우울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꽃가루 보다 무서운 집먼지진드기
비염은 상기도에 발생하는 대표적인 알레르기 질환으로 비강으로 흡입된 특정 원인 물질에 대해 코의 점막이 과민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온도의 큰 폭 변화로 호흡기 점막이 약해진 상태에서 미세먼지 등의 오염물질은 알레르기 비염을 일으키는 대표적 항원이 된다. 비염 환자들이 환절기 고통을 호소하는 이유다.
환경부는 지름 10마이크로미터(㎛) 이하의 먼지를 미세먼지로 정의하고 있다. 인간의 머리카락 지름(50~70㎛) 최대 7분의 1 크기다. 초미세먼지는 머리카락의 30분의 1 수준이다. 미세먼지나 초미세먼지는 눈과 코, 목구멍 등 기관지를 자극해 알레르기 비염이나 결막염 등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봄철 심해지는 미세먼지는 계절성 비염을 일으키거나 만성 비염환자의 증상을 더욱 심각하게 만들기도 한다. 비염 환자는 미세먼지가 심각한 날은 외출을 최대한 피하는 것이 좋다.
미세먼지, 황사, 꽃가루 이상으로 집먼지진드기가 비염을 일으키는 주범일 수 있다. 집먼지진드기는 아파트 등 도시형 주거환경이 많은 한국인에게 특히 많은 알레르기 유발물질이다. 가천대 길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강성윤, 강원대학교병원 알레르기내과 권재우 교수, 일산백병원 알레르기내과 정재원 교수팀이 우리나라 의료기관에서 성인 19만 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다중 알레르기 항원 검사(MAST)에서 알레르겐 중 집먼지 진드기 일종인 북아메리카 집먼지 진드기와 유럽 집먼지 진드기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연구는 3년 동안 전국 17개 시도 의료기관을 방문해 MAST를 시행한 19세 이상 성인 19만6,419명을 후향적으로 분석해 이뤄졌다.
교수팀은 대상자들의 47개 알레르겐의 감작률을 비교 분석했으며 그 결과 북아메리카 집먼지 진드기가 전체 대상자 중 34.0%의 감작률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북아메리카 집먼지 진드기는 다른 집먼지 진드기에 비해 낮은 습도에서도 잘 서식하는 특성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흔한 아파트형 서구식 주거환경에서 잘 발견된다.
반면, 바퀴벌레의 전체 알레르겐 감작률은 3.2%로 낮았고, 모든 곰팡이의 감작률도 3% 미만으로 낮았으며 이 역시 주거환경의 변화와 위생 개선으로 인한 결과로 추정됐다. 대상자 중 두 번째로 높은 감작률을 보인 것은 역시 집먼지 진드기의 일종인 유럽 집먼지 진드기로 32.3%를 차지했고, 세 번째는 집먼지 진드기나 고양이털 등이 포함된 집먼지가 26.2%를 차지했다.
이어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 수 증가의 영향으로 고양이털이 네 번째로 높은 감작률을 보였다. 국내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전체 7가구 중 1가구에 해당한다.
봄철이나 가을철 알레르기 유발 물질로 유명한 꽃가루인 자작나무가 8.2%, 참나무, 돼지풀, 쑥과 환삼덩굴이 각각 4.5%, 3.7%, 2.3%의 알레르겐 감작률을 보여 한국인들에게는 꽃가루보다 집먼지 진드기가 더 흔하게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에 이비인후과 김지희 교수팀이 199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20년 간 국내 알레르기 비염 환자들의 특성을 비교 분석한 결과 또한 집먼지진드기를 항원으로 가지고 있는 환자들이 증가했으며 실내 항원으로 인해 증상이 심해지는 눈, 코 가려움을 호소하는 환자들도 약 32%에서 최근 41%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실내에서 생활하는 라이프스타일이 보편화되면서 집먼지 진드기로 인한 알레르기 질환자도 증가하는 것이다.
유전과 간접흡연 동반되면 위험 높아져
집먼지 진드기를 줄이기 위해서는 카펫, 옷, 커튼 등 침구의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집먼지 진드기의 성장 적정 온도는 18~27℃, 습도는 50% 이상이다. 따라서, 실내 온도는 20℃ 전후, 실내 습도는 40% 이하를 유지하고 실내 환기를 자주 하는 것이 좋다. 청소를 자주하고 침구 또한 자주 세탁하며 햇볕 등에 노출시켜 소독해주는 것이 좋다. 패브릭 제품을 최대한 다른 소재로 교체하는 것도 방법이다. 애완동물에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에는 이를 멀리 할 필요가 있다.
알레르기 질환을 앓고 있는 부모가 흡연을 하는 경우 자녀의 알레르기 질환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홍수종 소아천식·아토피센터 교수팀은 한국아동패널 자료를 토대로 출생부터 만 6세까지 아동을 추적조사, 알레르기질환 유병률 및 출산 전후 사회경제지표가 자녀의 알레르기질환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알레르기 비염의 경우에는 만 0세때 간접흡연에 노출될 때 진단 위험도가 1.33배 커졌다. 부모가 알레르기 질환을 앓고 있다면 아버지의 간접흡연 동반시 알레르기 비염 진단위험도가 2.84배 증가했다. 따라서 알레르기 질환을 가진 부모의 경우 생활 습관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자녀의 건강에 도움이 된다. 담배 연기 등은 비염을 일으키는 물질이 될 수 있으므로 환자 본인을 위해서도 금연이 필요하다.
이밖에 아침을 잘 챙겨먹는 것이 비염에는 더 나쁘다는 의외의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가천대 식품영양학과 장재선 교수팀이 질병관리청의 2021년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 참여한 남자 중학생 1만 5,586명을 대상으로 알레르기 비염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한 결과 아침을 잘 챙겨 먹거나 물을 충분히 마시는 등 건강 상식에 따르는 행동이 오히려 남자 청소년의 알레르기 비염 발생 위험을 높였다.
분석 결과 남자 중학생의 알레르기 비염 유병률은 31.2%로 3명에 한 명꼴이었다. 알레르기 비염이 있는 남학생의 55.3%는 아침을 주 5일 이상 챙겨 먹었고, 44.7%는 주 4일 미만 아침을 먹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침을 주 5일 이상 챙기는 남자 중학생의 알레르기 비염 위험이 주 4일 이하 먹는 중학생의 1.3배였다. 생수, 탄산수, 보리차 등 물을 매일 4컵 이상 마시는 경우 하루 3컵 이하 마실 때보다 알레르기 비염 유병률이 1.185배 더 높게 나타났다.
또 과일을 주 5~6회 이상 먹는 남자 중학생은 주 3~4회 이하 먹을 때에 비해 알레르기 비염 위험이 오히려 1.1배 높았다. 탄산음료를 주 5~6회 이상 마시는 남자 중학생의 알레르기 비염 위험은 주 3~4회 이하 섭취할 때보다 17% 낮았다. 단맛이 나는 음료도 남자 청소년의 알레르기 비염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단맛이 나는 음료를 주 5~6회 마시는 남학생의 알레르기 비염 위험은 주 3~4회 이하 마시는 남학생보다 1.1배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