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오주한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외국 순방 중 잦은 관광지 관람을 지적한 중앙일보 칼럼을 두고 청와대가 정정을 요구한 가운데 민경욱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언론탄압의 새 장”이라고 평가했다.
언론인 출신인 민 대변인은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청와대가) 관광인지 순방인지 헷갈린다는 시선이 아팠을 것”이라며 “그래도 그렇지 기사도 아니고 중앙일보 칼럼을 정정해 달라는 청와대. 유례가 있는지 공부해봐야 되겠다”고 지적했다.
또 “청와대가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언론탄압 새 장을 열고 있다”고 덧붙였다.
같은날 중앙일보 ‘남정호의 시시각각’은 ‘김정숙 여사의 버킷리스트?’ 제하 칼럼에서 문 대통령 내외의 해외 방문 때 관광지 방문이 잦다며 ‘해외유람’ 오해가 없도록 신경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문 대통령은 취임 후 25개월 간 19번 출국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비슷한 빈도이지만 웬일인지 유독 관광지를 자주 찾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김정숙 여사는 딱 한 번 일본 당일 출장을 빼고는 18번의 해외 나들이 때마다 동행했다. 작년 말엔 혼자 인도에 갔다. 이 과정들에서 찾아본 명소는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인도 타지마할과 후마윤 묘지, 체코 프라하, 베트남 호이안, 바티칸 성베드로성당 등 죄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세계 최고 관광지”라고 꼬집었다.
남 논설위원은 “특히 김 여사의 인도 단독 방문은 개운치가 않다”며 “남편이 일하는 사이 인도 정부는 그를 세계적 유산인 후마윤 묘지로 안내했다. 당시 김 여사는 ‘시간이 없어 타지마할 전신(前身)인 이곳에 왔다. 다시 오면 타지마할에 꼭 가겠다’고 아쉬워했다. 청와대는 인도 총리 요청으로 가는 것처럼 발표했지만 인도 대사관은 ‘한국 측이 김 여사를 대표단 대표로 보낸다고 알려와서 초청장을 보냈다’고 밝혔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임 대통령 부부들이라고 관광지에 안 간 건 아니다”고 하면서도 “그럼에도 이번처럼 잦은 적은 없었다. 북핵 문제는 풀릴 기미가 없고, 경제는 고꾸라지고, 무역분쟁 중인 미중(美中)은 서로 자기 편을 들라고 한다. ‘지금 유람할 때냐’ 비판이 안 나오게 노르웨이 일정도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게 옳았다. 헝가리에선 지금도 유람선 사고 실종자 수색에 여념이 없지 않은가”라고 당부했다.
북유럽 순방에 나선 문 대통령, 김 여사는 세계 최고 절경으로 평가 받는 송네 피오르(Sognefjord)의 중심지인노르웨이 베르겐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국비 여행’ 등 비판이 정치권, 사회 일각에서 쏟아지고 있다.
중앙일보 칼럼을 두고 청와대는 이날 정정을 요구했다. 한정우 부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베르겐 방문 일정은 노르웨이 요청에 따라 결정된 것”이라며 “김 여사의 (인도) 방문은 모디 총리가 한·인도 정상회담 계기에 대표단 참석을 요청하고 지속해서 우리 고위인사 참석을 희망해옴에 따라 성사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경욱 대변인은 청와대뿐만 아니라 중앙일보도 비판했다. 그는 같은날 페이스북에서 “예상했던 바이지만 중앙일보는 칼럼 내용을 고쳐달라는 청와대의 유례 없고 무례한 요청에 단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며 “언론사가 힘이 모자라면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이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은 문 대통령 대미(對美)특사로 발탁되는가 하면 문 대통령의 평양 방문 특별수행원단에도 참여한 바 있다. 그는 2017년 기준으로 중앙일보 지분 29.75%를 보유했다.
홍 회장은 문 대통령이 지난 대선 후보이던 시절 장관직을 제안받은 것으로도 알려진다. 당시 한국당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문 대통령 조사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요청했다. 공직선거법 230조는 당선되게 할 목적으로 공사(公事)의 직 등 제공을 약속한 자를 5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