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오주한 기자] 북한 어선이 북방한계선(NLL)에서부터 직선거리로 130여km를 아무 방해도 받지 않고 동해 앞바다까지 이동한 것도 모자라 승조원들이 우리 영토에 ‘스스로’ 상륙한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 어선은 지난 15일 새벽 NLL을 넘어 남하(南下)했다. 이를 삼척항 어민들이 발견해 해경에 신고했다. 해군은 해경 통보를 받고서야 뒤늦게 출동했다.
그런데 현지 어민들에 따르면 북한 어선 승조원들은 해군이 채 도착하기도 전에 항구에 배를 대고 스스로 홋줄을 묶은 뒤 ‘상륙’했다. 한 어민은 18일 조선일보에 “북한 어선은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해상에서 구조된 게 아니라 삼척항까지 떠내려와 스스로 부두에 정박했다”고 밝혔다. 이 어민은 항구에 정박한 북한 어선 사진도 제보했다.
이를 두고 많은 시민들은 해당 어선 승조원들이 단순 어민이 아닌 무장간첩, 테러조직이었다면 어쩔 뻔 했느냐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996년 강릉 잠수함 침투사건 때처럼 지상교전으로 인해 자칫 민간인 피해가 날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다.
북한은 2010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및 2009년 황장엽 암살단 파견, 2008년 금강산 관광객 고(故) 박왕자 씨 총살 등 호전성을 수 차례 드러내왔다. 이후 북한에 의한 사상자는 없지만 ‘안보’는 0.1%의 가능성도 대비하는 것이기에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만약 국지전, 전면전, 테러가 없다고 이번 북한 어선 표류처럼 국방에 손을 놓을 것이라면 군(軍)은 존재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수십~수백년 간 전쟁이 없다 해도 언제 터질지 모를 단 한 번의 전쟁을 위해 국가가 막대한 혈세를 들여 평시에 키우는 게 군대”라고 말했다. ‘안보 경시’ 사례로는 반전(反戰), 평화, 미군철수 등을 외치다 멸망한 베트남공화국을 꼽는다. 북한은 근래 ‘남한 전역’을 사정권에 넣는 단거리 핵탄도미사일 KN-23 사격 등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되자 ‘뒷북대응’에 나섰다. 정경두 국방장관은 북한 어선 표류로부터 약 4일이 지난 19일에서야 서울 용산구 국방부청사에서 열린 ‘2019 전반기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에서 이 사건을 언급했다. 그는 북한 어선이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우리 영토에 상륙한 것에 대해 “매우 엄중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올해 초 발간한 국방백서에서 ‘북한은 적’ 문구를 삭제했다. 국방부는 KN-23에 대해 약 한 달이 지나도록 ‘탄도미사일’ 판단을 보류했다. 정 장관은 KN-23 발사 후인 이달 1일 아시아안보회의 기조연설에서 “남북 군사상황이 어느 때보다 안정적”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앞서 전방감시초소(GP) 철거 등을 실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