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세권 기자] 원자재 비축 사업을 벌이는 조달청이 6대 비철금속의 시세 예측에 실패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제 시세가 가장 높을 때 집중적으로 매수에 나서면서 해당 사업의 수익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1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조달청의 원자재 비축 사업 수익(판매 차익+외상 판매 및 대여 이자 수익)은 42억원이다. 전년(119억원)의 3분의 1 수준이자 최근 5년간 수익이 가장 적었던 2016년(46억원)보다 10%가량 줄었다. 8월까지의 수익은 5억원에 불과한 상황이라 올해 수익은 2019년보다도 더 축소될 전망이다.
조달청은 ▲해외 의존도가 높은 물자 ▲국민 생활 안정에 긴요한 물자 ▲그 밖에 물가 안정과 수급 조절을 위해 긴급히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물자를 직접 구매해 쌓아두고 있다. 구리·알루미늄·니켈·주석·아연·납 등 6대 비철금속이 대표적이다.
6대 비철금속은 2016년까지 가격이 저렴했다가 2017~2018년 급등했다. 그러나 조달청은 이들 광물 가격이 저렴하던 해에는 적게 사들였고, 비싸던 해에는 집중적으로 매입했다.
2016년 3만2889톤(t)이었던 조달청의 6대 비철금속 비축량은 2017년 6만1438t, 2018년 6만1987t으로 늘었다. 2016년 3200억원어치를 비축하겠다던 조달청은 실제로 1312억원어치를 사는 데 그쳤고, 2300억원을 매입하기로 했던 2017년에는 2377억원어치를, 2000억원어치 비축 계획을 세웠던 2018년에는 2578억원어치를 구매했다.
이와 관련해 기 의원은 "조달청은 6대 비철금속 가격이 저렴했던 해에는 계획보다 적게, 비쌌던 해에는 그보다 많이 사들이는 거꾸로 행보를 보였다"면서 "가격 상승기에 더 오를 것을 우려해 열심히 사들였지만, 결과적으로는 국제 시세 예측에 실패한 것"이라고 했다.
금속별로 보면 제조업·건설업 등 산업 전반에서 광범위하게 쓰이는 구리는 2018년에 전년 대비 20%가량 많은 1만2508t을 샀다. 구리 가격이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때다. 반면 가격이 내린 2019년에는 매입량을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
자동차·항공기 소재로 쓰이는 알루미늄도 t당 가격이 2016년 대비 23% 오른 2017년 3만1505t 사들였다. 이는 전년(1만1740t)의 2배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조달청은 알루미늄 가격이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2018년에도 2016년보다 많은 2만7030t을 매입했다.
전기 자동차 배터리의 핵심 원자재인 니켈·주석의 경우에도 이처럼 시세가 오른 2017~2018년 매입량을 늘렸다.
6대 비철금속 가격이 요동치는 기간 조달청은 국내 기업에 푸는 양을 조절하는 '전략적 방출'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 의원실 김두현 비서관은 "이 기간 6대 비철금속 방출량은 2016년 4만946t, 2017년 3만8910t, 2018년 4만3397t으로 연도 간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고 했다.
한국은 세계 5위권의 비철금속 소비국이지만, 지난해 기준 원자재(금속 광물) 수입 의존도는 99.2%에 이른다. 원자재 비축 사업의 비효율성을 없애고,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 의원은 "원자재 공급에 위기를 겪을 때를 대비하려면 해당 시장의 정보력·분석력 등 전문성을 더 키워야 한다"면서 "조달청을 관장하는 기획재정부는 원자재 비축 사업 일원화를 위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연구 용역 결과를 조속히 공개하고, 전문성 강화를 위한 부처 간 협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