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정기 기자] ‘터키서 여성 성고문한 한국인 남성...'징역 46년' 구형 (출처=YTN)’ 제하의 기사가 온라인상에서 뜨겁다.
16일 여러 매체를 통해 보도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터키에서 한국인 남성이 한국인 여성을 고문하고 성폭행한 혐의로 체포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터키 검찰이 이 남성에게 징역 46년 형을 구형했다는 것이다.
과연 피해자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당사자에게 직접 들어봤다.
가해자 X와 처음 만나게 된 계기는?
2019년 3월경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되었다. 당시 가해자 X는 말레이시아에 거주 중인 한국 무당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당시 나는 집안 사정으로 가족과 떨어져 지내며, 스스로 생활을 감당해야 했다. 막막한 생활 속에 무속인들을 많이 의지했는데 X는 그런 나를 따뜻하게 상대해준 유일한 친구였다.
나에게 “돈을 모아 자신과 세계여행을 다니며 글을 쓰자” 권유했고 물류센터에서 야간작업으로 돈을 모아 2020년 12월 카타르 도하에서 처음 만났다. X와 상의 끝에 행선지를 터키로 정해 이스탄불로 향했다.
학대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언제부터 시작됐나?
이스탄불에 도착 숙소를 정하고 들어간 날. 그날부터 학대가 시작됐다.
내 몸에 귀신이 씌웠다며 알몸으로 베란다에 서게 했다. 그뒤 벌어진 일은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다.
2020년 12월부터 터키 현지 경찰이 들이닥친 2021년 3월까지 감금되어 폭행과 학대를 당했다.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할 수 없는 상태에서 아무도 의지할 곳 없는 타국에서 X는 악마가 되어 나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현지 경찰에 신고는 어떻게 했나?
당시 숙소가 에어비앤비를 통한 것이었고 X가 방심한 사이 숙소 운영자에게 ‘살려달라’ 신호를 보냈다.
폭행이 시작된 이후 지속적으로 나에게 한 말이 “도망가면 한국의 네 엄마를 죽이겠다”였다. 참을 수 있을 만큼 참았다. 차라리 죽겠다 싶었을 때 기회가 왔고, 숙소 운영자의 도움으로 이스탄불 한국 영사관에 연락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영사관의 도움으로 현지 경찰이 출동 X를 체포했다.
한국에는 언제 돌아왔나?
X가 체포된 후 현지 경찰에 피해를 진술하고, 현지 병원에서 일주일 정도 치료를 받았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귀국 후 생활은?
오늘 X가 46년 구형을 받았다는 소식을 알게 될 때까지 숨어지냈다. 한국처럼 기껏 몇 년형이 나온다면, 다시 나를 찾아와 복수할 것 같았다. 끔찍했던 몇 개월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귀국 후 인천시 여성긴급센터의 도움을 통해 X에게 입었던 상처를 치료받았다. 당시 머리가 찢어지고 안와골절 등이 있어 치료를 받았다.
최근까지 여성노숙인센터에서 지내다 지금은 고시원에 방을 얻어 이틀에 한 번 물류센터 아르바이트를 통해 생활하고 있다. 학대의 흔적으로 몸이 힘들어도 형편상 더 이상의 치료는 생각도 못 하고 있다.
이번 터키 사법당국의 처분에 만족하는가?
한국과 달리 터키에서는 46년형이 최대형이라고 들었다. X는 악마다.
악마에게 46년의 징역형은 가벼운 처벌이다. 영원히 사회에서 격리되어야 한다. 그런데도 한국 법원에서 내려졌던 형량에 비해 만족한다. 법원이 검찰의 구형대로 46년 형을 선고하길 기도한다. 다만 혹여라도 X가 가석방을 받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나 상당한 피해를 보았는데 보상책은?
사실 아무것도 모른다. 법률적으로 누구에게 도움 한번 받질 못했다.
귀국 후 갈 곳이 없어 노숙인센터를 전전했고 지금은 고시원에서 일용직으로 살아간다. 누구를 만나 상담받을 형편이 못 된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X가 나를 찾을 수 없도록 개명과 주민등록번호를 바꾸고 싶어도 엄두도 못 내는 상황이다.
본지에서 피해자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한 것은 지난 4월 경이다. 이 기사가 나가지 않았던 이유는 1. 가해자 X가 혹여 재판과정에서 한국으로 추방되거나 가벼운 형량을 받았을 경우 2. 혹여라도 피해자에게 보복의 소지가 있을까 염려했다.
이제 터키 사법당국의 결과가 마무리되며 피해자의 안전이 보장되었다고 판단 기사를 송출했다. 노숙인센터를 전전하다 지금은 고시원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며 자신의 트라우마와 외상도 치료 못 한 피해자에게 지금은 무엇보다 따뜻한 대한민국의 손길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