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미상 수상 영화감독이자 유명한 사진가인 알렉스 프레거(Alex Prager, 1979-) 작품전이 국내서 처음으로 열려 관객의 눈길을 모은다. 전시명 <알렉스 프레거, 빅 웨스트>.
세상은 무대, 모든 사람은 태어나 배우로서 삶을 연기하며 살아간다는 셰익스피어의 말처럼, 인생의 진정한 주인공으로 거듭나는 영화적 순간들을 카메라에 담은 전시다. 롯데뮤지엄에서 6월 6일까지 열리는 이 전시는 함축된 순간의 경계를 넘어 시대를 초월한 감정을 영화와는 또다른 감성으로 담은 사진 전시다.
알렉스 프레거는 정식으로 사진과 영상 교육을 받은 적은 없었다. 그러나 2001년 장 폴 게티 미술관에서 컬러 사진의 아버지라 불리는 미국의 대표 사진작가 윌리엄 이글스턴(83) 전시를 보고 깊이 감동하게 된다.
영화산업의 중심지이자, 각종 테마파크로 가득한 로스앤젤레스에서 자란 알렉스 프레거에게 세상은 작업의 출발점이 되었다.
할리우드 영화배우였던 할머니의 친구로부터 어린 시절에 선물 받은 50~60년대 촬영용 의상과 가발 등이 들어있었던 상자를 열어 보고 영감을 받아 사진 작업을 처음 시작하면서 그것들을 작업에 활용했다.
1950년대를 연상시키는 가발을 쓴 여자들이 등장하는 작품은 현실과 판타지가 혼재한 영화의 한 장면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며, 이는 이후 알렉스 프레거 작품의 대표적 특징으로 자리 잡는다. 이 배우들은 우리 삶에서 특정한 순간을 연기하며, 알렉스 프레거가 세심하게 연출한 등장인물의 과장된 의상과 화려한 메이크업은 익숙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미국의 평범한 풍경을 작품에 담고, 삶과 일상 속의 낭만을 포착한 윌리엄 이글스턴의 작품을 보고 압도적인 감정을 느끼게 된다. 2007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2010년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의 전시로 미술계에서 주목을 받게 된다.
알렉스 프레거는 압도적인 군중의 모습을 담은 ‘페이스 인 더 크라우드(Face in the Crowd)’, 파리 오페라 발레단을 촬영한 ‘라 그랑드 소르티(La Grande Sortie)’ 시리즈 외 영화, 패션 등 다양한 프로젝트까지 진행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뉴욕 현대미술관, 휘트니미술관 외 전 세계 유수의 기관에서 프레거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으며, 뉴욕타임즈를 위해 제작한 13부작 영화, ‘터치 오브 이블(Touch of Evil)’(2011)(브래드 피트, 게리 올드먼 외 출연)으로 2012년 에미상을 수상했다.
미국 LA에서 태어나고 자라면서 영향을 받은 알렉스 프레거는 사진 외 영화 제작 등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면서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구축했다. 이번 전시는 알렉스 프레거의 예술 세계 전반을 조망하는 초기작부터 최근 신작까지 총 100여 점이 출품됐다. 특히 작가가 제작한 대표적인 영화를 전시장에서 볼 수 있어 영화팬들의 관심도 끈다.
미장센 기법(Mise-en-Scène)을 작품에 적용한 알렉스 프레거는 작품 전반에 내재된 미국적인 감성과 일상적 이미지를 통해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모호하고 신비로운 경험을 선사하고, 시공간을 넘나드는 영화적 연출은 보는 이로 하여금 상상력을 자극한다.
작품 속 섬세한 인물의 표정 연기와 유추가 어려운 미스터리한 화면구성과 그에 반하는 화려한 색감은 장편 영화에서 복선의 한 장면처럼 팽팽한 긴장감과 복합적인 감정선을 그리며 그 순간의 현장과 현실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회화의 시각 요소와 스토리텔링(storytelling), 그리고 순간을 포착하는 사진의 요소를 접목한 알렉스 프레거의 스타일은 작품 속 등장인물의 시선과 관람자의 시선을 교차시킴으로써 작품과 관람객을 연결해 관람객이 각자 다른 해석과 엔딩을 맞이하게 한다.
알렉스 프레거는 동시대 정치적, 사회적 상황들로 인해 겪는 여러 감정의 문제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 내러티브를 완성한다. 켜켜이 쌓인 다양한 감정들이 뜨겁게 대립하고 또 조화하면서, 삶이라는 영화의 주제가 되고 나 자신이 이 영화의 주인공임을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