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한지혜 기자] 원숭이두창이 아프리카 밖의 지역에서 발생한지 한달여 만에 확진자 규모가 1200명을 돌파했다. 발생국은 30개를 넘어섰다. 원숭이두창이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확산되자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들은 밀접접촉자 등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에 돌입했다.
10일 국제 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ourworldindata)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원숭이두창 확진자는 전세계 31개국에서 1283명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가별로 보면 영국이 확진자 322명으로 가장 많았다. 스페인(259명), 포르투갈(191명), 독일(120명), 캐나다(102명), 프랑스(66명), 네덜란드(54명), 미국(40명), 이탈리아(26명), 벨기에(24명)가 그 뒤를 이었다. 아르헨티나(2명), 호주(6명), 아랍에미리트(13명) 등 북미와 유럽 밖의 지역에서도 감염 사례가 늘고 있다.
당초 국제기구와 전문가들은 원숭이두창의 전파력이 높지 않아 전 세계적인 유행을 일으키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지난달 6일 영국에서 확진자가 보고된지 한달여 만에 30여개국으로 전파되며 예상보다 빠른 확산 속도를 나타내자 각국은 경계 수준을 높이고 있다.
미국, 캐나다, 영국, 스페인 등 많은 확진자가 발생한 국가들은 백신 접종을 통한 확산 예방에 나섰다. 코로나19 백신처럼 대규모 인구 집단에 대한 백신 접종이 아니라 확진자 주변의 밀접 접촉자를 대상으로 하는 '포위접종'(Ring vaccination, 링 백시네이션) 전략이다.
두창 백신은 바이러스에 노출된 뒤 4일 이내에만 접종을 하면 감염과 중증화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숭이두창은 두창과 같은 폭스바이러스과에 속해 있어 두창 백신 접종으로 85%의 예방 효과를 낸다. 전문가들은 밀접 접촉자를 정확하게 파악해 백신을 접종할 수 있다면 빠른 확산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원숭이두창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원숭이두창은 잠복기가 최대 3주로 길 편이어서 해외에서 무증상자가 입국해 국내에 유입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1세대와 2세대 두창 백신만 보유하고 있어 국내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더라도 백신 접종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2세대 두창 백신은 부작용 위험이 크고 접바늘 끝이 두갈래로 갈라진 분지침을 사용하는 까다로운 접종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북미와 유럽 국가들은 3세대 두창 백신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진네오스(Jynneos)', 유럽에서는 '임바넥스(Imvanex)'로 불리는 이 백신은 중증 부작용 위험이 낮고 면역 저하자 등에도 접종할 수 있다. 기존 두창 백신에 비해 중화항체 유도 능력도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원숭이두창 국내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3세대 백신을 신속히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일반 인구에 백신을 접종할 정도로 원숭이두창이 퍼져 있는 상태가 아니고 아프리카 외의 지역에서는 사망도 발생하지 않고 있다"며 "백신은 밀접 접촉자를 찾아 4일 이내에 신속하게 접종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여름철이 되면 여행객들로 인해 국가 간 이동이 늘기 때문에 원숭이두창 유입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며 "2세대 백신은 부작용 위험이 커 접종의 이득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3세대를 500~1000개 정도라도 빨리 확보해 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