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 김씨는 계단을 오르면 쉽게 숨이 차고, 기침과 가래가 자주 발생했지만 담배를 피우고 운동량이 부족한 직장인들의 보편적인 건강 상태라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어느날 출근길에 버스를 놓쳐 뛰어가다 호흡곤란이 심각해지고 구토증까지 느껴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김씨의 병명은 만성폐쇄성폐질환. 흡연이 결정적 원인이었다.
새해 금연 결심이 벌써부터 흔들리기 시작한다면 흡연으로 인한 화학물질 흡입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는지 되새겨보고 금연 성공을 위해 마음을 다잡도록 하자. 만성폐쇄성폐질환은 흡연에 의한 수많은 발병 중 하나다. 계명대 동산의료원 호흡기내과 전영준 교수의 도움으로 만성폐쇄성폐질환에 대해 알아보았다 .
평생 치료받아야 하는 질환
만성폐쇄성폐질환(이하 COPD)은 장기간 유해한 가스나 먼지를 흡입해 기도(기관지) 내에 만성 염증성 변화가 생김으로써 기관지의 공기유통이 힘들어지는 질환이다. 담배에 들어 있는 니코틴 등의 화학물질이 원인의 85~90%이며 드물게 직업상 노출되는 분진이나 가스가 원인이 될 수도 있고 나무나 볏짚을 난방, 취사용으로 사용할 때 생기는 연기도 원인이 될 수 있다.
미국에서 사망원인 4위(1위가 심혈관질환, 2위가 암, 3위가 뇌혈관질환이다)의 흔한 질환이다. 이들 4대 사망원인 중 유일하게 유병률이 증가되고 있다는 면에서 그 심각성이 더 크다고 하겠다. 국내 실태조사에 따르면 폐기능검사로 진단된 만성폐쇄성질환자의 유병률은 45세 이상에서 17.2%(남자 25.8%, 여자 7.9%)로 매우 높은 유병률을 보였다. 국내는 아직 분진이나 화학물질에 의한 사망률이 정확하게 나오지 않은 실태임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더욱 높은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진단된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은 일단 발병하면 평생 치료를 받아야 하므로 개인뿐 아니라 가족에게도 심각한 부담을 주는 사회적 문제를 안고 있는 질환이기도 하다. 또 이 질환이 계속 증가되고 있어서 오는 2020년에는 사망순위 3위, 질병부담 5위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점막 부어올라 폐 기능 저하
증상으로는 기침과 가래, 호흡곤란 등이다. 전 교수는 “흡연 등에 의해 기관지에 만성염증이 생기면 점막이 부어오르고 기침과 함께 가래가 많이 생긴다. 또한 기도가 좁아짐으로써 숨길이 좁아지게 되고 그 결과 공기가 잘 소통될 수 없어 호흡곤란이 생긴다”고 말했다.
덧붙여 전 교수는 “기관지가 좁아지면서 염증과 기도폐쇄가 생기며 폐의 가장 중요한 기능인 산소와 탄산가스의 교환이 일어나는 허파꽈리(폐포)가 녹아서 폐의 가스교환기능이 감소하고 폐의 탄력성이 감소해(폐기종) 기관지내경도 좁아진다. 이런 결과로 가느다란 빨대를 입에 물고 빨대를 통하여 숨을 쉬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무서운 기관지의 파괴는 흡연이 대부분의 원인이다. 전 교수는 “발병 후 금연은 이미 늦다”고 경고했다. 어떤 치료로도 회복되지 않고 서서히 조금씩 악화되기 때문에 서둘러 금연을 하는 것이 상책이라 하겠다.
그렇다면 담배를 피우면 누구나 만성폐쇄성폐질환을 앓게 되는가? 물론 전부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빈도는 꽤 높다. 공식적인 보고는 유전성이 있으며 흡연자의 15% 정도에서 생긴다. 하지만 전 교수는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병원을 찾지 않고 폐기능이 50% 이하로 나빠져야 증상이 비로소 생기게 되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호흡곤란 폐기능 50% 이하 감소 신호
흡연 외에도 장기간 직업성 분진이나 화학물질 나무땔감 등의 연기에 노출된 적이 있는 사람이 잦은 기침, 만성객담, 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보이면 만성폐쇄성폐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하지만 기침이 거의 없을 수도 있고 가래양도 적을 수 있으므로 초기에는 활동시 숨이 차다가 점차 매일 숨이 차거나 호흡곤란이 심해지면 빨리 진찰을 받아야 한다. 호흡기 증상 외에도 전신성질환이므로 체중이 감소하거나 근육이 위축되거나 식욕부진 등 다양한 증상을 동반할 수 있다.
호흡곤란은 대체로 폐기능이 정상의 50% 이하로 감소되어야 비로소 증상이 나타나므로 조기 진단이 쉽지 않다. 모든 만성폐쇄성폐질환자가 가시적인 증상을 보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정기적인 폐기능 검사를 받는 것이 좋으며, 특히 관련직업에 종사하거나 흡연자는 정기진단이 더욱 요구된다. 45세 이상의 흡연자(20갑년 이상 : 하루 한갑씩 20년 흡연하면 20갑년이다)는 폐기능 검사가 필수다.
흡연은 자살행위
증상이 기관지천식과 비슷해 혼동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만성폐쇄성폐질환은 천식과는 엄연히 다르며 병의 예후도 다르다.
전 교수는 “천식은 숨길이 좁아지는 병이지만 치료를 하거나 원인을 없애면 정상으로 회복되는 기도폐쇄이고, COPD는 한번 생기면 치료로도 완전회복이 되지 않으므로 그 결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그러나 천식환자도 흡연을 하거나 치료를 제대로 받지 않으면 완전회복이 되지 않는 기도폐쇄로 넘어가서 난치성 기관지천식이 될 수 있다”고 당부했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은 완치가 없다. 서서히 진행하는 병이며 진행을 막기 위한 끝없는 노력을 해야 하는, 인내심이 필요한 병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금연이다. 금연을 해도 진행을 멈출 수는 없지만 속도를 늦추고 증상의 호전을 기대할 수는 있다.
증상 완화를 위한 치료제는 기관지확장제를 쓴다. 만성폐쇄성폐질환자는 인플루엔자 백신을 매년 접종받아야 한다. 감염시 목숨까지 위협받기 때문이다. 폐렴구균 백신은 고령의 COPD환자에게는 추천될 수 있다.
전 교수는 “약물치료 외에도 재활치료는 운동능력을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다. 그 외에 산소요법은 제4기 COPD(고도중증)의 환자에는 매우 중요한 치료인데 증상호전뿐 아니라 폐고혈압을 감소시켜 심장의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운동능력도 향상시킬 수 있으나 반드시 전문의의 처방을 받아야 위험을 피할 수 있다. 폐에 기포성 질환이 동반된 환자는 이것을 제거하는 수술로 운동능력의 호전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진행이 시작되면 완치가 없는 만큼 예방이 최우선이다. 물론 금연이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예 흡연을 시작하지 않는 것이다. 전 교수는 “일단 흡연을 시작하면 마약에 못지않은 중독성이 있으므로 금연의 실패율이 매우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흡연 경력만으로도 폐 손상이 있을 수도 있다. 특히 청소년들이 흡연을 시작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