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건강에 빨간불이 켜진 가운데 그룹 ‘후계구도’를 두고 호사가들 사이에 다양한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이들은 “삼성의 연이은 합병에는 삼성을 분야별로 나눠 세 자녀에게 승계한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며 "전자부문은 장남 이재용 부회장에게, 화학 및 건설부분은 이부진 사장, 패션분야는 이서현 사장의 몫이란 견해가 업계에 지배적이다”라고 구체적인 윤곽을 거론할 정도다.
이미 ‘포스트 이건희’로 착실하게 후계 수업을 밟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서야 이렇다 할 이견이 없다.
관건은 '리틀 이건희'로 불리는 맏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조용히 주변으로부터 평가를 끌어내고 있는 이서현 제일기획 사장의 다음 행보가 눈길을 끄는 대목.
재계에선 이부진 사장이 호텔신라와 함께 최근 통합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화학 소그룹과 앞으로 통합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건설소그룹을 맡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부진 사장은 이미 호텔신라를 운영하며 경영수완을 검증받았다고 평한다.
지난 2011년 호텔신라 경영을 책임진 후 면세점 사업 확장 등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며 내실과 외형 확장을 진두지휘 했다. 호텔신라 주가 상승세는 3년 전과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2011년 1월10일 호텔신라의 주가는 2만5000원이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2014년 5월13일 종가 기준 8만7800원.
삼성그룹 계열사 중에서 3년 만에 주가가 3배가량 상승한 곳은 호텔신라가 유일하다.
현재 삼성 계열사 중에서 호텔신라는 시장의 변화에 가장 발 빠르게 대응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업의 포트폴리오를 호텔이나 식음료에서 면세사업으로 바꾼 것도 그렇고, 점점 커지고 있는 해외면세점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평가를 받는 이유다.
재계는 “이런 변화가 곧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며 “특히 호텔신라가 발 빠르게 시장 상황에 적응할 수 있었던 데에는 이부진 사장의 추진력을 빼 놓을 수 없다”고 평가했다.
평소 이건희 회장의 이부진 사장에 대한 ‘내리 사랑’도 근거다.
이부진 사장에 대한 이건희 회장의 애정은 재계에서도 이미 정평이 나 있다. 이건희 회장의 국외 출장길은 물론 호암상 시상식을 비롯한 국내 행사에도 이건희 회장 옆에는 이재용 부회장이 아닌 이부진 사장이 자리를 채웠다.
재계는 “이 사장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빼다 박았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경영수완이 뛰어나 이 회장의 사랑을 듬뿍 받은 것이 사실”이라며 “여기에 각종 선행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제’의 이미지까지 구축, 이 사장이 부친과 빼 닮았다는 뜻의 ‘리틀 이건희’로 불리는 것도 이런 배경이다”고 밝혔다.
차녀인 이서현 제일기획 사장은 향후 삼성의 디자인·패션 사업을 책임질 것으로 재계에선 점치고 있다.
이서현 사장은 2013년 12월 현재 삼성에버랜드 지분 8.37%(20만9129주)를 보유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이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함께 2대 주주 자리에 올라있다. 지난 8일 상장 추진을 발표한 삼성SDS 지분은 3.9%다.
제일모직 경영 전면에 나섰지만 지분이 없던 이 사장은 지난해 삼성에버랜드가 제일모직 패션 부문을 합병하면서 실질적인 주주 경영에도 나설 수 있게 됐다. 제일기획에는 경영전략부문장으로서 미디어사업에도 관여하고 있다.
삼성 지배구조의 꼭대기에 있는 에버랜드가 패션을 품고 2대 주주인 이 사장이 이동해오면서 사실상 삼성 후계구도에서 ‘이서현=패션’의 등식이 성립됐다는 분석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삼성의 재편을 후계구도가 아닌 순수한 사업 재편이란 시선도 있다.
이번 재편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구축하고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조정 작업이란 분석이다. 또 사업 조정 된 삼성의 지배구조 속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입지가 특별히 강화됐다고 보기도 힘들어 큰 연관성이 없다는 견해다.
한 증권 관계자는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 일가가 지배구조 고리의 정점에 있는 삼성생명과 에버랜드를 지배하고 다시 삼성전가와 삼성생명이 나머지 계열사들을 지배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며 “결국 이 부회장을 주축으로 한 후계구도 시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의 지분을 잘 물려받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