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뻔뻔한 아베는 사라졌지만 이용수 할머니의 서릿발 증언은 쉼이 없다.
이용수 할머니(87)가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의 마지막 기착지였던 로스앤젤레스(LA)에서 가슴이 뻥 뚫리는 증언 강연회를 이어나가고 있다.
이용수 할머니는 지난 3일 LA 다운타운 만나교회에서 봉사단체 '화랑레오 클럽' 소속 한인 고교생 70여명을 대상으로 한 특별 강연에서 "아베 정부가 거짓말로 역사를 계속 부정한다면 스스로 망할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용수 할머니는 "나는 위안부가 아니다. 한밤중에 일본군이 나를 끌고 가서 성노예로 만들었다. 15살 때 대만 가미카제 공군부대로 끌려간 역사의 산 증인 앞에서 거짓말을 할 거냐"고 일갈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하버드대와 뉴욕, 뉴저지, 워싱턴DC, 로스앤젤레스 등 아베 총리의 방문지를 포함한 주요 도시에서 기자회견과 침묵 시위 등을 벌여왔다. 아베는 2일 일본으로 돌아갔지만 할머니는 오는 9일 정오 가든스위트호텔에서 동포 간담회를 갖고 주류 언론과의 인터뷰를 계속하는 등 릴레이 증언을 계속할 예정이다.
3일 강연회는 민병수(81) 원로 변호사와 글렌데일에 해외 최초의 위안부소녀상 건립을 주도한 가주포럼의 김현정 사무국장도 연사로 함께 했다.
민병수 변호사는 "6학 년때 조회하라고 학교 운동장에 모였다. 일본인 교장이 나보다 두 살 많은 누나들 3명을 앞으로 나오라고 했다"며 일본 정부가 위안부 동원을 장려한 사실을 증언했다.
민 변호사는 "교장이 '이 여자아이들이 일본 천황을 섬기기 위해 이제 떠난다. 굉장히 애국심이 강한 여자아이들이다. 너희들도 이 아이들을 본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여자아이 세 명이 왜 울고 있었는지 그때는 너무 어려 이해하지 못했지만 나중에 보니 (위안부로 동원돼)다시는 돌아오지 못한 여자아이들이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이날 강연을 청취하며 70여년 전 수많은 소녀들이 당한 비극을 돌이키며 눈물을 짓기도 하는 등 가슴 아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아베는 위안부 희생자를 인신매매 피해자라고 둘러댔지만 이용수 할머니와 민병수 변호사의 증언이 말해주듯 위안부는 일본 군대가 강제 동원했고 일본 정부가 국가적으로 장려한 성노예 정책이었다.
민 변호사는 이날 화랑레오 클럽 학생들에게 "21세기는 여러분들이 이끌어가야 한다. (아베처럼)잔인한 리더가 되지 말고 제대로 된 리더로 역사를 배워 커 나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LA에서 수십년 간 활동해온 그는 글렌데일 소녀상 건립과 플러턴 소녀상 설립을 지원하는 등 한인사회에서 높은 덕망을 쌓은 원로 변호사이다.
간담회를 주최한 가주한미포럼 김현정 사무국장도 "2차대전 중 11개국에서 20만 명이 이용수 할머니처럼 위안부라는 일본의 전쟁 성노예로 끌려갔다. 전쟁이 끝나고 고향으로 돌아 온 피해자는 1만 명도 채 되지 않았다"면서 "피해자들은 당시 사회 분위기에서 치욕스러운 성노예 문제를 거론할 수가 없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한인 시민운동가들과 마이크 혼다 의원 등 정치인들의 노력으로 2007년 연방하원에서 위안부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채택되고 동부에 위안부기림비, 서부에 위안부소녀상 등이 세워지는 등 인권과 교육운동이 펼쳐진 내용을 소개했다.
김현정 사무국장은 "만약 당신이 집단 성폭행과 집단 살인의 희생자라면 몇 년의 시간이 지난 후에 그냥 잊고 용서할 수 있겠는가. 독일은 그들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저지른 만행을 잊지 않고, 철저히 사죄하고 전범자를 처벌했으며, 피해자에게 보상을 했다. 그리고 끔찍한 역사가 다시 반복되지 않기 위해 학생들을 교육시키고 문서화하고 많은 기록과 책으로 남겼다"고 강조했다.
김 국장은 "일본도 독일과 같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미국에 살고 있는 어린 학생들이 문제의 인식이 필요하다"며 각별한 관심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