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에베레스트 등반가들을 수년 간 안내해온 셰르파(Sherpa) 부족의 초인적 등산 능력의 비밀이 60년 만에 밝혀졌다.
셰르파족은 히말라야 고산지대에 거주하는 민족으로 에베레스트 등 히말라야의 고봉을 오르는 원정대의 짐을 나르고 길을 안내해왔기에 '산악 도우미'로도 불린다.
실제로 1953년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에드먼드 힐러리경은 셰르파족 텐징 노르가이와 함께 하지 않았다면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인정한 바 있다.
또 아파 셰르파는 에베레스트에 21번이나 등정하는 기록을 남기면서 슈퍼 셰르파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이같이 셰르파족의 뛰어난 고산 적응 능력은 세계인에게 잘 알려졌지만, 그들에 대한 생물학적 분석은 최근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11일(현지시각) CNN은 높은 고도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기 위해 결성된 과학조사단 '익스트림 에베레스트(Xtreme Everest)'가 셰르파족이 고산지대에 맞게 생물학적으로 진화했다는 근거를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셰르파족은 평생 고산지대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신체적으로 단련된 부분도 있지만, 약 500년 간 고산지대에 적응해 온 부족답게 세포 단위에서 실질적 변화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익스트림 에베레스트의 데니 레벳은 지난달 영국 런던에서 열린 한 의학 박람회에서 "셰르파족은 세포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미토콘드리아가 저지대의 민족들에 비해 월등히 효율적"이라며 "마치 연비가 좋은 자동차같이 고산지대의 적은 산소로도 더욱 많은 에너지를 얻어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일반인들은 해발 3500m 지점부터 산소 부족으로 극심한 고산증을 느낄 수 있지만, 셰르파족은 5300m에서도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라며 "고산병에 대한 내성은 훈련 등으로 개선할 수 있지만, 셰르파족은 태어날 때부터 세포 하나하나가 비교적 적은 양의 산소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익스트림 에베레스트는 이번 연구 도중에 셰르파족은 고산지대에서도 모세혈관의 혈액순환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도 발견했다.
이번 연구에 함께 참여한 영국 코번트리 앤 워릭셔 대학병원 크리스 임레이 박사는 "고산지대에서도 혈액순환이 원활하다는 것은 근육세포에 더 많은 양의 산소를 더 빠르게 공급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각종 질병으로 산소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환자들을 치료하는 데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크리스 임레이 박사는 "위독한 환자의 경우 고산지대에서 산소 부족 현상과 비슷한 증상을 보여 뇌에 산소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라며 "셰르파족의 산소 효율성을 기술로 복제할 수 있다면 많은 중증 환자를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