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농민 대통령'이라 불리는 농협중앙회장. 그러나 민선 회장들의 말로는 그리 평탄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회장들이 검찰의 수사 칼끝을 피해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장은 비상근 명예직이지만 막강한 권한을 손에 쥐고 있는 자리다. 정부에서 임명하던 중앙회장 자리가 1988년 민선으로 바뀐 이후 1~3대 회장이 비리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이 때문에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한결같이 공약으로 '개혁'을 부르짖고 있다. 후보들은 조합장의 위상과 권한을 강화하고 사업부문은 계열사로 이관하는 등의 공약을 내놓고 있다.
1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농협중앙회 등에 따르면 오는 12일 치러지는 농협중앙회장 선거에는 6명이 후보자 등록을 했다. 이성희(66) 전 농협중앙회 감사위원장, 최덕규(65) 합천가야농협 조합장, 하규호(57) 김천직지농협 조합장, 박준식(75) 서울관악농협 조합장, 김순재(50) 전 창원동읍농협 조합장, 김병원(62) 전 나주남평농협 조합장이다.
이 중 이성희(수도권), 최덕규(영남), 김병원(호남)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이 후보가 ▲조합장의 권한과 위상 강화 ▲사업구조 개편에 따른 회원조합 불이익 해소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최 후보는 ▲중앙회를 조합지원에 매진하는 조직으로 구조개혁 ▲조합장 중심의 경영체제 확립 ▲경제사업을 일선 농·축협 중심으로 개편 등을, 김 후보는 ▲농협법 개정 추진 ▲조합장 위상 강화와 처우 개선 등을 내놨다.
이들이 개혁 의지를 나타내는 이유는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다 비리를 저질러 구속된 역대 중앙회장들의 말로, 이를 보는 농업계 안팎의 따가운 시선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동안 한호선, 원철희, 정대근 전 회장은 모두 비자금조성이나 금품수수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농협중앙회장은 사업자금 명목으로 약 8조원을 주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선 지역농협에 이자 없이 빌려주는 자금으로, 이를 통해 조합장들을 실질적으로 통치한다는 말이 나온다.
농업사업은 물론 농협중앙회의 100% 자회사인 농협금융지주에도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농협금융지주는 자산규모만 300조원 이상으로 신한금융지주의 뒤를 이어 국내 2위다.
신동규 전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2013년 임기를 마치지 않은 채 사의를 표명하며 농협중앙회와의 관계 때문에 금융지주회장으로서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었다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조차 2003년 2월 당선자 시절 "농협이 센지, 대통령인 내가 센지 모르겠다"고 말한 바 있다.
후보들은 깨끗한 농협, 건강한 농협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고 있지만 선거 과정에선 역대 선거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흑색선전과 상대 후보에 대한 비방이 판쳤다. 선관위는 특정 입후보예정자에 대한 허위사실이 포함된 우편물이나 문자메시지를 발송한 건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