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문학을 만나는 통로가 다양화되고 있다. 독서가 여행 콘서트 공연 등과 결합하면서 수동적 방식으로 문학을 만나던 과거와 달리 작품 속의 공간으로 여행을 가고, 작가와 만나 대화를 나누는 등 보다 입체적으로 문학과 여행 문화를 즐기는 트렌드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공감각적으로 만나다
가을마다 축제를 열기도 하는 부산 보수동 책방거리는 관광지로 인기다. 보수동 책방거리의 형성은 6.25 전쟁 시기 그 일대에 피난민들의 천막 학교가 많아지면서 자연히 헌책 수요가 높아진 것이 계기가 됐다. 보수동 골목을 통학하는 학생들이 넘쳐나자 노점 헌책방이 잇달아 생겼다. 60~70년대에는 70여점포가 들어서 부산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현재 보수동 책방거리는 단순히 헌책 시장을 넘어 각종 책과 관련한 문화행사를 하는 공간이 됐고 책의 향기를 맡기 위한 관광객들로 넘치게 됐다. 책들로 가득한 좁은 골목은 그 자체가 시각적 볼거리를 제공하며 구하기 힘든 고서를 비롯해 여러 책을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책과 함께하는 여행지다.
평창군에는 ‘메밀꽃 필 무렵’ 배경인 봉평면 이효석 생가 터에 ‘효석예술촌’이 만들어진다. 2017년 7월 준공되는 ‘효석예술촌’은 1만8000㎡의 부지에 총사업비 100억 원을 투입해 조성된다. 문학을 오감으로 만나는 새로운 관광명소가 될 전망이다.
작가의 문학이미지를 표현하고 문학 속 현실로 들어가는 상징관문을 시작으로 이효석 생가와 어우러지는 ‘메밀꽃 필 무렵’ 속 장터거리, 1920~30년대 시대상과 이효석의 문학적 감성을 체험할 수 있는 음악다방, 와인방 등을 재현한 ‘근대문학체험몰’ 등이 조성된다.
‘근대문학창작몰’에는 ‘산협’과 ‘산’ ‘들’ ‘개살구’ 등 이효석 작품 속 배경을 형상화하고 체험할 수 있는 영상콘텐츠를 입힐 계획이다. 또한 오랑캐꽃, 마타리 등 평창지역 계절꽃 등을 식재하여 발광다이오드로 야간조명을 연출한 메밀밭 등과 같은 주제가 있는 장소도 조성할 계획이다.
특히 초대형 여마 조형물이 있는 광장을 조성해 ‘효석예술촌’을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평창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이면 누구나 찾게 될 관광명소로 만들 예정이다. 봉평의 따뜻한 이미지를 잘 전달할 수 있는 달빛광장 콘셉트로 다목적 광장인 효석광장을 만들어 ‘이효석문학관’ 등 봉평 지역의 관광 자원과 연계한 종합적인 봉평 효석마을을 조성한다.
소설가 시인 가이드로 동행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한 ‘2016 문학 기행’은 10월까지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 전국 각지에 위치한 문학관 및 작품의 배경이 된 장소에서 열리고 있다. 전회차 무료로 진행되며 누구나 선착순으로 참가할 수 있다.
이번 기행은 지식을 채우고 감성을 깨우는 의미 있는 여행으로 기획됐다. 현재 문학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가 문학 가이드로 동행해 작가와 작품 세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돕는다. 문학 가이드는 버스에서부터 살롱 토크 시간까지 함께한다. 강연 및 공연, 체험 프로그램, 문학 퀴즈 등 다채로운 이벤트가 마련된다. 작품을 공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으며 보다 폭넓게 작품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지난 5월 경기도 양평의 황순원 문학촌 소나기마을로 첫 기행을 떠난 이후 6월29일 문화가 있는 날에 경상북도 경주의 동리목월문학관, 전라북도 군산의 채만식문학관, 전라북도 전주의 최명희문학관 세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개최된다.
경주 동리목월문학관은 경주 출신 한국 문단의 두 거장 김동리와 박목월을 기리기 위해 건축된 문학관으로 천년고도의 정취를 배경으로 고즈넉한 멋을 풍기며, 문학제와 심포지엄 등 다양한 행사들을 개최해 경주 시민은 물론 전국의 문인들로부터 많은 지지와 응원을 받고 있는 곳이다.
군산 채만식문학관은 채만식의 삶의 여정은 물론 작품 속 배경이 되는 군산시의 모습 또한 풍요롭게 다루고 있으며, ‘혼불’로 유명한 작가 최명희를 기리기 위해 전주한옥마을에 자리 잡은 최명희문학관은 작가의 삶과 흔적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감성의 깊이를 더하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2016 문학 콘서트’도 열고 있다. 문학계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지역 출신의 작가를 초대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고 그날의 주제에 맞는 공연까지 감상할 수 있는 문학 콘서트는 5월31일 강원도 강릉의 작은공연장 단에서 첫 콘서트를 개최하며 지역 주민들의 열띤 호응을 얻었다. 지난 26일에는 충남 홍성 홍주문화회관에서 열렸다.
문학 콘서트의 가장 큰 특징은 관객이 수동적인 감상 방식에서 벗어나 작가와 평론가와 교감을 이루어 진정한 소통의 장을 만들어 간다는 데 있다. 작가와 작품에 대한 심도 깊은 대담뿐만 아니라 관객들의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는 질의응답 시간이 마련되며 공연, 저자 사인회 등 알찬 프로그램으로 짜여있다. 저자와 평론가들이 나와 특정 작품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날의 주제에 걸맞은 연주로 문학적 감성에 깊이를 더한다.
인천광역시도서관발전진흥원도 지난 10일 도서기증활성화사업의 일환으로 ‘2016년 제1회 책, 피어라 콘서트’를 송도트라이볼에서 개최했다. 이 북콘서트는 출판인, 서점주인, 작가의 이야기를 담았다. 사진과 미처 책에 실리지 않은 사진까지 슬라이드 전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