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동훈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ITㆍ가전업체의 주도권을 놓고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각축전을 펼치는 라이벌이다.
라이벌은 경쟁자라는 의미 외에도 서로간의 발전을 돕는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낳는다. 고대 로마 시대의 스피키오 아프리카누스는 이탈리아를 쳐들어온 카르타고의 한니발을 연구해 B.C.202년 벌어진 자마회전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흔히 경제계는 총성 없는 전쟁터라고 불린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가전제품, 스마트폰 등 분야에서 치열한 글로벌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쟁은 양사로 하여금 좀 더 나은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자극해 시장점유율을 높인다는 총력전으로 나아가게 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우수한 제품을 적정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기에 반길만한 일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경쟁관계는 언제부터 시작된 걸까? 사실 삼성전자의 창업주 이병철 회장과 LG전자의 창업주 구인회 회장은 보통학교 동창으로 어린 시절부터 허물없이 지낸 사이였다. 1956년 이 회장의 차녀 이숙희가 구 회장의 셋째 아들인 구자학과 결혼해 두 가문은 사돈지간이 된다.
그리고 운명의 1968년 봄, 이 회장은 안양골프장에서 함께 골프를 치던 구 회장에게 삼성의 전자 산업 진출을 알렸다. 구 회장은 이말을 듣자마자 안색이 굳어지며 그 길로 자리를 떠났다. 이후 삼성과 LG는 친구에서 적으로 돌아선다.
광고계에서도 이들의 경쟁관계는 유명하다. 금성사가 ‘기술의 상징’이라는 광고 문구를 만들자 삼성은 ‘첨단 기술의 상징’이란 문구를 내놓았다. 이에 금성사는 ‘최첨단 기술의 상징’이란 문구를 달아 화제를 낳았다.
재계 오너들의 경쟁관계가 양사의 감정적인 대립으로 치달은 것은 1990년대부터이다.
삼성전자 직원 두 명이 LG전자 거래처 명함에 자신들의 이름을 새겨 LG전자 거래처 직원으로 위장해 LG전자의 냉장고 공장에 잠입하여 생산 공정을 훔쳐보다 적발되기도 했고, 양사 사장이 멱살을 잡는 일도 있었다.
육각수 냉장고 전쟁을 비롯해 3D TV 기술 표준을 놓고 벌였던 욕설파문, 대용량 냉장고 실험 동영상 해프닝, 드럼 세탁기 파손 여부를 두고 벌인 법정다툼 등 시간을 넘어 양 사의 대결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현재도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고대 지중해의 패권을 두고 다퉜던 로마와 카르타고처럼 치열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올 해 초 열린 CES2018에서도 나타나듯 이 같은 라이벌 구도가 양사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워냈고, 한국 전자ㆍIT업체의 성장 밑거름이 된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