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이동훈 기자] 은행원 선발 과정에서 필기와 면접 점수가 보다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신입 행원 선발과정에서 임직원 추천을 받은 지원자를 우대하는 제도가 폐지되는데다 채용 과정에서 상위권과 하위권 대학을 차별하는 행위도 금지되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는 5일 이같은 내용의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안’을 마련, 11일까지 제정을 예고한다고 밝혔다. 은행연합회는 회원사 의견 수렴과 내부 검토 과정을 거친 뒤 이달 중 이사회 의결로 모범규준을 확정할 방침이다. 모범규준은 자율 규제로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채용비리가 사회문제가 되었던만큼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은행연합회 회원사 19곳이 모두 도입해 정규직 신입사원 공채에 적용할 계획이다.
모범규준에 따르면 지원자가 필요한 역량을 갖췄는지 검증하기 위해 필기시험을 도입할 수 있다. 성별· 연령· 출신학교· 출신지· 신체조건 등 지원자 역량과 무관한 요소로 차별해서는 안된다. 특히 채용비리 온상으로 지목된 ‘임직원 추천제’는 폐지한다. 그간 비판 여론이 많았던 입점 및 거래처 대학교 출신 지원자에 대한 우대가 없어질 전망이다. 이에따라 대학 캠퍼스 안에 은행 점포가 있을 경우 해당 대학 추천자를 우대하는 관행도 사라지게 된다.
서류· 필기· 면접 등의 선발 전형 중 어느 한 개 이상에 외부 전문가를 집어넣거나 은행 내 채용자문위원회에 참여시켜 채용과정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높인다. 선발 과정에서 평가자가 작성해 제출한 점수나 등급은 사후에 수정할 수 없다. 선발기준과 관련 없는 지원자의 개인정보는 선발전형에서 점수화하지 않고 면접 과정에서 이를 면접관에게 공개하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 방식을 도입한다.
채용비리와 연루된 임직원은 내부 규정에 따라 징계를 받는다. 피해자 구제방안도 모범규준안에 담겼다. 최종 면접전형에서 부당하게 탈락한 피해자는 입사 기회를 주고, 필기전형에서 탈락했다면 다음번 채용 과정에서 면접시험 응시 기회를 부여한다. . 최종 면접 단계에서 채용비리가 있었다면 차점자가 입사하고 필기 단계였다면 차점자가 면접에 응시하는 방식이다.
지난 4일 윤석헌 금감원장이 은행권이 도입하는 채용 모범규준이 전 금융권으로 확산되기 바란다고 밝힌 만큼 금융투자나 보험업권도 모범규준 제정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
성상택 은행연합회 기획조사부 과장은 “성별ㆍ출신 학교 등에 상관없이 모든 지원자가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게 된다”며 “이미 공공기관에서 실시 중인 블라인드 채용과 유사한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각 은행의 판단으로 자격증 보유자나 어학시험 상위 득점자 등을 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은행고시’로 불리는 필기시험은 대폭 확대된다. 성 과장은 “필기시험은 선택사항이지만 채용의 공정성을 위해 대부분의 은행이 도입할 것”이라며 “시험의 형식과 난이도는 은행 별로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부 은행은 이미 올 상반기 공채부터 필기시험을 도입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28일 필기시험을 치렀고, 신한은행은 오는 9일 필기시험을 실시할 예정이다.
한편 국민은행은 2015~2016년 채용 때 여성 지원자를 차별한 혐의(남녀고용평등법 위반)로 전직 담당 부행장이 구속기소 됐다. 하나은행도 지원자의 출신 대학을 5개 등급으로 구분해 점수를 차별했던 사실도 드러나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