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동훈 기자] 제약회사 버전의 ‘제2의 롯데면세점’ 파문인가.
제약업계에서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연장 결과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인천공항공사 면세점 심사에서 가장 높은 입찰가격을 쓰고도 탈락한 롯데면세점과 마찬가지로 리베이트 제공 적발 전력과 신약 개발 성과 등에서 비슷했는데도 불명확한 선정 기준으로 특정 기업은 탈락하고 대부분의 기업은 유지되는 등 제약사 간 명암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3년 국내 제약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제약산업을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혁신형 제약기업 우대제도를 도입, 시행했다.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선정되면 보험약가 우대 및 정부 연구개발(R&D) 과제 참여시 가점 부여 및 세제 지원 등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9일 ‘2018년도 제2차 제약산업 육성ㆍ지원 위원회’를 열고 이날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이 만료되는 34개사 중 31개사에 대해 3년간 연장 조치키로 했다.
이에 따라 건일제약 녹십자 대웅제약 대원제약 대화제약 메디톡스 바이로메드 보령제약 부광약품 비씨월드제약 삼양바이오팜 삼진제약 셀트리온 신풍제약 에스티팜 유한양행 이수앱지스 종근당 크리스탈노믹스 태준제약 한국오츠카 한국유나이티드제약 한국콜마 한독 한림제약 한미약품 현대약품 CJ헬스케어 JW중외제약 LG화학 SK케미칼 등은 오는 2021년 6월19일까지 혁신형 제약기업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한다.
반면 바이오니아 일양약품 한올바이오파마 등 3개사는 인증이 취소됐다. 사정이 이렇자 업계 일각에서는 정부의 인증 기준을 놓고 말들이 오가고 있다.
정부는 2013년 혁신형 제약기업 대상으로 국내에서 일정 규모 이상 신약 연구개발을 투자한 제약기업, 신약 연구개발을 수행하는 외국계 제약기업 등을 정했다.
그런데 이번에 연장 대상에서 탈락한 일양약품과 한올바이오파마는 국산 신약 개발에 성공한데다 해외 수출 경험도 있다.
일양약품은 국산 신약 14호인 항궤양제 놀텍과 국산 신약 18호인 항암제 슈펙트를 개발했다. 한올바이오파마는 지난해 미국 로이반트 사이언스사와 300억원대 자가면역질환 치료 항체신약 후보물질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불법 리베이트 수사 등을 받은 전력을 언급하고 있지만, 이 또한 형평성이 맞지 않다.
지난 3월27일 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과거 불법 리베이트 제공 혐의로 적발된 11개사의 340개 약제가격을 평균 8.38% 내렸다.
이 명단에는 일양약품 한올바이오파마 외에도 재인증 기업으로 결정난 CJ헬스케어 한미약품 등을 비롯해 아주약품 일동제약 파마킹 씨엠지제약 영진약품공업 한국피엠지제약 이니스트바이오 등도 포함됐다.
CJ헬스케어는 약가 인하 대상품목 수는 120개로 가장 많았지만 인하율은 2.95%에 그쳤다. 한미약품의 약가인하율(17.28%)은 일양약품(9.77%) 한올바이오파마(5.66%) 보다 월등히 높았다. 혁신형 제약기업이 아니었던 일동제약은 27개 품목이 평균 16.96% 내려가 약가 인하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절감액이 50억원에 달했다. 이만큼 제약사의 병·의원에 대한 리베이트 제공으로 인해 보험약가가 부풀려져 있었다는 반증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보건당국은 이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위원회 심의를 통해 일양약품 등은 인증 연장이 승인되지 않았다”며 “개별 기업 사정이어서 사유를 공개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혁신형 제약기업 재인증에 실패하면 해당 기업은 브랜드 이미지와 일자리 창출에 있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종합편성 TVv편 재승인 심사기준도 명확하게 결정하는 마당에 한 기업의 명운을 결정하는 혁신형 제약 기준을 명료하게 내놓지 않는 이유를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