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동훈 기자]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의 선택은 분명했다. 오랜 동맹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의 동맹을 선택한 것. 쓰쿠다 회장은 신 회장이 경쟁자 대비 낮은 지분율(롯데지주 10%, 일본롯데 4%)을 갖고도 한일 롯데 계열사를 지배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인물이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29일 오전 도쿄(東京) 신주쿠(新宿) 본사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구속 수감 중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이사 해임안을 부결시켰다. 신 회장이 구속수감 중인 상황에서 처음으로 진행된 이날 주총에선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이사 선임안도 부결됐다.
일본 롯데가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2015년 7월이후 5차례 모두 신 회장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에 따라 신동빈 회장은 경영권을 방어하며 한숨을 돌리게 됐다.
재계에 따르면 이번 주총의 킹메이커는 쓰쿠다 대표. 그는 올해 나이 74세로, 롯데그룹의 일등 공신으로 알려졌다.
그는 신격호 명예회장에 대해서는 가신의 입장을 취하지만, 신동빈 현 회장에 대해서는 동맹관계처럼 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신동주 전 부회장은 2016년 11월 21일 “분수를 모르고 마치 롯데 총수인 것처럼 행동한다”고 원색 비난한 바 있다.
쓰쿠다 대표도 “우리들(이사회)이 신동빈 대표를 떠받들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함께 (경영을) 하고 있는 것”고 직접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쓰쿠다 대표는 신동빈 회장의 측근이자 지지자로 알려졌지만, 쓰쿠다 자신은 신동빈 회장과 동등한 자격으로 보고 있는 듯 하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쓰쿠다 대표는 직접(본인이) 경영하는 것 보다, 신동빈 회장의 든든한 배후로서 1인자 같은 2인자로 롯데를 경영해 나갈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쓰쿠다는 어떻게 해서 신 회장의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것일까. 일본 롯데홀딩스는 롯데 일본 계열사의 지주회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한국 롯데의 지주회사인 호텔롯데의 최대 주주이며, 이를 통해 한국 롯데계열사들을 거미줄처럼 장악하고 있다.
롯데홀딩스의 지분구조는 광윤사(28.1%), 종업원지주회(27.8%), 관계사(20.1%), 임원지주회(6%) 등으로 되어 있다. 1대 주주인 광윤사는 신 전 부회장이 50%+1주를 가지고 있다.
신 부회장이 유리해 보이지만, 문제는 종업원 지주회의 지분을 좌지우지하는 실력자가 바로 쓰쿠다 대표라는데 있다.
신 전 부회장의 측근인 민유성 고문은 “일본롯데홀딩스의 지분 27.8%를 보유하고 있는 종업원지주회가 130명의 과장∼부장급 직원으로 구성돼 있고, 의결권은 이사장 1명에게 위임돼 있다”고 이같은 상황을 설명했다.
종업원지주회의 규약에는 롯데홀딩스의 직원이 과장급으로 승진하면 자동으로 주식을 50엔에 샀다가 퇴직하거나 임원이 되면 매수가와 같은 50엔에 회사에 되팔도록 규정돼 있다.
종업원들은 사실상 의결권과 소유권을 갖고 있지 않고, 50엔에 대해 연 6엔씩, 12%의 배당만 받게 돼 있다. 따라서 종업원지주회 이사장이 어느편에 서느냐가 한일 롯데경영의 향방을 가르는 관건인 셈이다.
일본에서는 대표이사가 검찰 조사 뒤 기소되는 경우 이사회에서 곧바로 해임 절차를 밟는 게 오랜 관행이기 때문임에도 신 회장의 신임이 유지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