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동훈 기자]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즉시연금 과소지급’ 논란과 관련해 이에 대한 시정을 요구한 금융감독원의 권고안을 무시하고 소비자(가입자)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를 놓고 업계에선 삼성과 한화가 금융당국과의 전쟁을 사실상 선택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생명보험업계 랭킹 1위인 삼성생명은 즉시연금 가입자 5만5000명에게 ‘미지급금’으로 언급되는 4300억원을 모두 주라는 금융감독원의 권고를 전격적으로 거부했다. 삼성생명은 지난달 26일 이사회를 열고 즉시연금 미지급금을 일괄 지급하라는 금융감독원의 권고를 안건으로 올려 이같은 내용으로 수정 의결했다.
삼성생명은 논란의 단초를 제공한 ‘즉시연금 상속만기형’ 가입자 A씨를 상대로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을 냈다. 즉시연금 미지급금 문제를 법원의 판단에 맡기기로 한 것이다. 단 삼성생명은 법원에서 추가지급 의무가 있다는 판결이 확정되면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가 처음으로 지급을 권고한 지난해 11월 이후 소멸시효가 완성된 지급액에 대해서도 완성 여부와 무관하게 전액 지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화생명도 이같은 입장을 견지했다. 한화생명은 지난 9일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의 ‘즉시연금 미지급금’ 지급 권고에 따르지 않겠다는 의견서를 내놓았다. 한화생명은 “다수의 외부 법률자문 결과 약관에 대한 법리적이고 추가적인 해석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의견서 제출 이유를 전했다.
한화생명은 이번 불수용 결정이 지난 6월 12일에 분쟁조정 결과가 나온 민원 1건에 국한된 것이라고 특정했다. 앞서 분조위는 6월 한화생명을 상대로 한 즉시연금 미지급금 지급 민원을 받아들여 지급 권고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한화생명은 이후 분쟁에 대해서는 법적인 판단을 거친 뒤 모든 고객에게 공정한 결론을 내리겠다고 부연했다. 금감원 추산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삼성생명에 두 번째로 미지급금 규모가 크다. 대상자는 2만5000명에 금액은 850억원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교보생명을 비롯한 중소형 보험사들도 법적 소송 행렬에 가담할 가능성이 커졌다는데 있다. 즉시연금 미지급금 규모는 생명보험업계 전체로 16만명에 8000억 원가량으로 추정된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소송이 제기된 가입자를 지원하기로 내부적으로 방침을 세우고 대형 생보사들과의 맞대결을 선택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과 삼성생명ㆍ한화생명을 선두로한 생보사들의 법정싸움이 장기간의 이어질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