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약 한 달 동안 진행되는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는 기승전 ‘김건희·이재명 정쟁 국감’이 될 전망이다. 야당의 ‘김건희 여사 의혹’ 공세에 여당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법리스크 공세가 초반부터 강하게 맞부딪치고 있다. 국감이 마무리되는 11월 ‘김건희 특검법’ 재발의와 이 대표 공직선거법 위반·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를 염두에 둔 여야의 전략적 행보로 보인다. 이런 정쟁 국감 속에서 국회에 처음 입성한 여야 초선들의 활약 여부가 관심거리다. 국감 관전포인트를 짚어봤다.
17개 상임위 피감기관 802곳... 與 이재명·野 김건희 화력 집중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지난 7일 시작돼 약 한 달간 진행된다. 17개 국회 상임위원회 피감기관은 802곳. 지난해 대비 9곳 늘었다. 이번 국감에서 민주당 등 야당은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에, 국민의힘은 ‘이재명 사법리스크’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먼저 민주당은 이번 국정감사를 ‘365 국감’으로 명명하고 ‘윤석열 정권 폭주 끝장 국감’으로 만들겠다고 벼르고 있다. ‘365 국감’은 ‘3대 기조(국민 눈높이·민생·끝장 국감)’에 따라 ‘김 여사 의혹·권력기관 폭주’ 등 윤석열 정권 ‘6대 의혹’을 규명하고, 민생회복지원금 등 민생 회생을 위한 ‘5대 대책’에 집중한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민주당은 국감 증인이 출석에 불응할 경우 동행명령장을 발부하고 이에도 응하지 않으면 고발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개별 의혹에 대해서는 상설특검과 국정조사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야당이 이번 국감을 ‘이재명 방탄 국감’으로 만들려 한다며 강력대응을 예고하면서도 민생이 엄중한 만큼 사실과 논리로 합리적 비판을 제기하는 ‘민생 국감’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연금개혁을 비롯해 재정건전성 확보 등의 성과와 시급성을 부각시키며 야당의 ‘정치 공세’에 맞서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끝장을 봐야 할 것은 민주당의 입법 폭주와 정쟁몰이, 이 대표의 방탄국회와 방탄국감”이라며 “국민의힘은 이번 국감을 민생국감으로 치르고자 한다. 책임 있는 집권 여당으로서 민생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문재인 정부 관련 의혹’과 이재명 대표 관련 사건들 역시 집요하게 지적하겠다고 밝혀 양보 없는 공방을 예고했다.
법사위·정무위·운영위가 최대 격전지... 결정적 한방 나올까?
여야가 당의 화력을 집중한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는 국감의 최대 격전지다. 이는 법사위가 의결한 증인 면면에서 확인된다. 법사위는 김 여사와 모친 최은순 씨,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범으로 지목된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공천개입 논란 의혹 관계자인 김영선 전 의원과 명태균 씨, 김대남 SGI서울보증보험 상근감사위원, ‘명품백 수수 의혹’ 관계자인 이원석 전 검찰총장과 유철환 국민권익위원장 등도 소환했다.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외압 의혹과 관련해서는 임성근 전 해병대 1 사단장,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등을 불렀다. 여기에 야당은 국감을 통해 김 여사 의혹을 검증한 뒤, 나온 내용들을 토대로 특검법을 재발의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현재 진행 중인 이 대표의 각종 혐의 재판들에 따른 사법리스크를 제기해 맞불을 놓겠다는 방침이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위증교사 사건 1심 선고는 각각 11월 15일과 25일 나온다. 이를 이번 국감에서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법사위 증인 채택 당시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과 관련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남욱 변호사를 증인으로 요구했다. 또 문 전 대통령 관련 검찰 수사와 관련해서는 문 전 대통령의 딸 다혜 씨 등을 증인으로 채택하려 했지만 야당의 증인 단독 채택으로 불발됐다. 하지만 법사위 소속 의원들이 관련 의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끌고 간다는 입장이다. 김 여사와 이 대표 관련 여야의 공방은 정무위원회와 운영위에서도 이어질 전망이다.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주가조작 의혹, 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 등이 총망라돼 여야의 치열한 격돌이 불가피하다.
‘스타 의원 등용문’ 국감... 초선 의원들의 활약상도 관전 포인트
이번 국감에서 여론의 관심이 모아지는 또 하나의 대목은 초선의원들의 활약상이다. 국감은 초선 의원들에게 ‘스타 정치인’ 반열에 오를 절호의 기회다. 조국·이준석 의원처럼 거물급 초선도 있지만 초선 의원이 피감기관을 향한 날카로운 문제의식과 송곳 질의를 선보일 수 있는 등용문인 셈이다. 정계를 은퇴한 심상정 전 의원과 박용진 전 민주당 의원이 대표적인 사례다. 국감장은 아니었지만 국회 본회의 5분 발언에서 ‘저는 임차인입니다’라는 연설로 국민의 공감을 이끌어낸 윤희숙 국민의힘 전 의원도 있다. 22대 국회 초선의원은 총 134명에 이른다. 국회 의석의 1/3를 훌쩍 넘는 수다. 하지만 22대 개원 후 지난 석 달간 진행된 각종 상임위와 청문회에서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실 관계자는 “국회가 강대강 정쟁 위주로 흘러가다 보니 정책과 대안 위주의 질의가 어려워졌다. 모두가 정쟁의 한복판에서 싸우는데 뜬금없이 정책 질의를 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김부곤 데일리리서치 소장은 “지난해 한준호 의원은 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을 날카롭게 지적해 인지도를 높였다. 문제는 이슈를 다루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감 결과 보고서 채택 저조... 시정 조치 제대로 안돼
국감은 ‘의정활동의 꽃’으로 불리면서 정부의 1년 국정의 ‘허’와 ‘실’을 따지는 장이다. 당연히 제기된 문제점은 교정되고 잘못된 관행은 바꿔야 한다. 하지만 국감이 정쟁의 공간으로 전락하면서 이러한 시정 조치가 제대로 안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경실련이 10월 8일 발표한 ‘윤석열 정부 국정 감사 2022-2023 이행 현황과 2024 10대 의제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6개 상임위 중 5개(행안위, 정무위, 국토위, 여가위, 환노위)만 결과 보고서를 채택해 31.3%에 불과했다. 이는 2022년의 결과 보고서 채택률인 68.8%(16개 중 11개)에 비해 절반도 되지 않는 수준이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국회의 시정 요청에도 처리 결과서를 제출하지 않은 정부 부처 및 산하 기관이 18개에 달해, 처리 결과서 미제출률이 60%에 달했다. 시정처리 건수 또한 주요 30개 국가 기관에서 2022년 보다 49.6% 감소했다. 이에 대해 김두수 정치평론가는 “국회와 정부 둘 다 국감 결과 처리를 소홀히 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 “이러니 국감 무용론이 강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