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수기자] 국립대인 한국체대 교수 수십여 명이 제자 학위 논문을 자신의 연구실적으로 올리거나, 실제로 연구를 하지 않은 연구에 본인의 이름을 올려 연구비를 착복한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교수들이 이러한 연구 조작으로 받아간 금액이 2008년 이후로 조사된 것만 수 억 원대에 이른다.
연구물에 공동연구자로 이름만 올리면 인원에 관계없이 연구비를 지급해, 교수들끼리 서로 이름을 올려주면서 연구실적 부풀리기 및 연구비 횡령을 수년 간 계속해온 것이다. 과거 일부 교수가 논문 표절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적은 있었으나, 이처럼 단일 학교 내에서 조직적인 논문표절과 연구비횡령이 대규모로 밝혀진 것은 처음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태년 의원실(성남수정)이 조사한 결과, 한국체대 실기교수 41명 가운데 17명이 자신의 전공과 관계없는 연구에 이름을 올려 현재까지 1억3천800만원을 받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향후 추가 조사에 따라 연루자와 금액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교내 학술연구비는 국립대 기성회계 납부금으로 충당하기 때문에,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 부담이다.
김 의원실에 따르면, 한체대 교수 95명이 지난 93년부터 현재까지 각종 학회지에 게재한 논문 251편을 검증한 결과, 절반 가까운 120편이 제자들의 학위 논문을 재활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중 87%인 114편의 논문은 원 학위논문의 심사위원까지 공동연구자로 이름을 올리거나, 전공과 관련 없는 교수의 이름까지 올려 연구비를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는 한국체대 김종욱 전 총장, 정영희 현 총장대행까지 연루되어 있어 파문이 예상된다.
교육부는 지난 4월에 실시한 종합감사에서도 일부 교수에 대해서만 경징계를 내리고 회수조치를 했을 뿐, 실제 교수들의 학술연구비 실태에 대해 감사를 제대로 시행한 적은 없다. 또한 우연히 감사에서 지적된다 하더라도, 회수 조치 수준의 경징계인 탓에, ‘재수 없이 걸렸다’는 교수 사회 분위기가 조성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김 의원은“교육부가 솜방망이 감사를 했다. 연구도 하지 않은 논문, 제자학위 논문에 이름을 올려 연구비를 수령한 것은 명백한 횡령”임을 지적하고, 향후 대학의 연구 윤리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