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홍콩 정부가 행정장관(행정수반) 선거 입후보자의 자격을 제한한 2017년 행정장관 선거 개혁안을 공표한 가운데 범민주파가 '꼼수'라며 반발하고 있다.
캐리 람(林鄭月娥) 정무사장(총리격)은 22일 오전 입법회(국회격)에 출석해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작년 8월 의결한 사항을 엄격하게 따른 2017년 행정장관 선거 개혁안을 공개했다.
입법회에 제출된 관련 개혁안은 6월 말까지 투표를 통해 통과돼야 한다.
발표된 개혁안에 따르면 2017년 행정장관 선거에 나서기 위해서는 3단계를 거쳐야 한다.
우선 1200명으로 구성된 행정장관지명위원회가 1인1표로 후보를 추천하는데 최소 120명, 최대 240명의 추천을 받은 사람에게 예비후보의 자격이 주어진다.
5~10명의 예비후보 중 지명위원들의 복수 투표를 통해 상위 2~3명 후보가 최종 행정장관 선거에 나설 수 있다.
람 사장은 이 개혁안이 88회의 자문회의 및 공청회와 13만여 건의 서면 의견을 반영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임기 5년인 지명위원들이 다수 친중국파들이라는 점이다.
범민주 진영은 약간의 조정 사항이 있지만 결국 반(反) 중국 성향 인사의 입후보를 차단하고, 중국과 관계가 깊은 정치인 혹은 친중 성향의 기업인 등 친중 성향의 후보로 제한한다는 기존 기조에는 변화가 없다고 비난했다.
범민주파 의원들은 이날 선거안 부결 의지를 보이기 위해 노란색 'X'표가 찍힌 검은색 티셔츠를 입은 채 입법회에 출석했다가 람 사장이 보고하는 동안 일제히 퇴장했다.
범민주파인 앨런 렁(梁家傑) 공민당(公民黨) 주석은 "정치 개혁을 시작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우리는 이 개혁안을 부결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중고등학생 연합체인 학민사조를 이끌고 있는 조슈아 웡 대표는 "정부가 밀어붙이는 개혁안은 완전히 쓸모없는 개혁안으로 우리는 홍콩 시민의 '진정한 보통선거'를 실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안이 입법회를 통과하려면 전체 70명 중 3분의 2 이상(최소 47명)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현재로선 친중파 의원이 43명에 불과해 통과되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다.
이런 가운데 작년에 일어난 '우산혁명'이 재연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홍콩 시민과 학생은 작년 9월28일부터 정치적 제한 없는 진정한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며 도심을 점거한 채 시위를 벌이다 79일만인 같은 해 12월15일 경찰에 의해 강제로 해산됐다.
시위대가 경찰의 최루탄에 맞서기 위해 노란색 우산을 사용한 것을 빗대 '우산 혁명'이라는 별칭이 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