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출입기자단과 연례 만찬에서 뛰어난 재치와 유머 감각을 선보였다.
25일(현지시간) 워싱턴 힐튼호텔에서는 열린 백악관 기자단 101주년 만찬에는 유명 언론인과 정치인, 연예인, 스포츠인 등 2500여 명이 참석했다고 AP통신 등 언론이 전했다.
이 행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우선 최근 2016년 대선 유세에 나선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을 겨냥해 "미국인은 확실히 불확실한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다"면서 "나에게 한 해에 수백만 달러를 버는 한 친구가 있었는 데 그는 아이오와주에 있는 밴에서 살고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힐러리 이외 민주·공화 대선 잠룡들에게도 신랄한 풍자의 칼날을 들이댔다.
오바마 대통령은 "클린턴 전 장관이 최근 유세에서 오하이오주 소도시의 멕시코 요리 전문 패스트푸드점에 들어갔지만 아무도 그를 눈치채지 못했는데 그것에 뒤지지 않을 사람이 있다"면서 "마틴 오말리는 유세 행사에서도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다"고 풍자했다. 오말리 전 메릴랜드 주지사는 대선 출마를 저울질하는 민주당 잠룡 중 한 명이다.
공화당 출신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한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에 대해서는 "갈릴레오는 지구가 태양 주변을 돈다고 믿었는데 크루즈는 지구가 자기 주위를 돈다고 믿는다"고 비꼬았다.
대선 주자로 단골로 꼽히는 인물로 알려진 청중석에 앉아 있는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를 보면서 "어찌됐던 도널드 트럼프가 여기 있다. 아직"이라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지난달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의회 연설을 놓고 갈등을 빚은 공화당 존 베이너 하원 의장을 겨냥해서는 "베이너는 내가 너무 나이들어 보인다며 네타냐후에게 나의 장례식 연설을 요청했다"고 언급했다.
특히 미국 코미디언 키건 마이클 리가 오바마의 속마음을 대변하는 '성난 통역사, 루터' 역할로 행사에 등장해 큰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리의 등장은 지난 2013년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의 영결식 때 논란이 됐던 가짜 수화 통역사 사건을 풍자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과 같은 전통이 중요하다"라고 말하자 리는 "이런 만찬 행사는 도대체 뭐냐. 그리고 내가 왜 이 자리에 있어야 하나, 젭 부시 당신도 이렇게 하겠느냐" 등 식으로 엉터리 통역을 선보였다.
한편 백악관 기자단 만찬은 1920년부터 매년 열리는 미국 언론계의 최대 사교 행사로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자신과 명사, 현안을 비꼬거나 풍자하는 농담을 하는 전통이 있다.
만찬으로 벌어들인 기금은 백악관 기자단 운영과 언론 장학금 등으로 활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