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십대 흑인 소년을 총격 살해한 미국 일리노이주(州)의 백인 경관이 불기소 처분을 받아 미국 내 심화되고 있는 흑백 인종 갈등의 골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14일(현지시간) 미 검찰은 "흑인 청소년이 총알이 장전된 권총을 소지하고 있어 백인 경관은 자신과 동료의 생명의 위협을 느꼈을 것"이라며 불기소 처분의 이유를 밝혔다.
마이클 네르힘 일리노이주 변호사는 "미 연방수사국(FBI)은 지난 4월4일 에릭 힐 경관의 저스터스 하우웰에 가한 총격은 정당방위라고 본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시관은 "두 발의 총격이 하우웰의 등에 가해졌다"고 발표해 흑백 인종차별 논쟁이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 당국 발표에 따르면 하우웰은 권총 구매를 위해 한 남성과 만났지만 권총을 훔쳤으며, 그 과정에서 실랑이가 벌어지면서 권총이 발사됐다. 몇 분 후 힐 경관이 사건 장소에 도착해 도망가는 하우웰을 뒤쫓았다. "힐은 하우웰이 오른손에 권총을 쥐고 자신 쪽으로 돌아봐 총을 쐈다"고 네르힘 변호사는 밝혔다.
"힐 경관은 정당방위로 인정된다. 하우웰은 무기를 소지하고 있었다"고 네르힘은 말했다. "하우웰과 권총 판매자와의 실랑이 중 총알이 한 번 발사 됐으며, 힐 경관이 동료 경관을 보호하기 위해 총을 한 발 쐈다"고 네르힘은 덧붙였다.
이에 여러 지역단체는 "네르힘 변호사 해임"을 외치며 항의 시위를 벌였다.
검찰은 14일 무인 카메라에 담긴 힐 경관의 총격 장면을 공개했다. 힐 경관은 흑인 소년의 뒤를 좇아 3m 가량을 달렸고, 경관은 소년에게 총격을 가하는 모습이 보였다. 네르힘 변호사는 "하우웰이 뒤를 돌아 보았을 때 그의 손에 들린 권총을 힐 경관이 보았다"고 설명했다.
기자회견장 밖에서는 하우웰 유가족들이 경관의 불기소 처분 결정에 강하게 항의했다. "영상을 아무리 봐도 우리 손주(하우웰)가 총을 들고 있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며 하우웰의 할머니는 울부짖었다. "영상을 봤지만, 경찰관이 아들을 죽일만한 아무런 이유도 찾지 못했다"며 하우웰의 엄마는 분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