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일본의 연극인 부부가 대본을 쓰고 직접 출연한 위안부 연극이 샌프란시스코 베이지역에서 3회 연속 공연돼 관심을 끌고 있다.
화제의 연극은 '진실을 담은 눈(The Eye Holds the Truth)'는 제목의 모노드라마다. 배우 겸 연출가 와타나베 요시치씨가 대본을 썼고 부인이자 배우인 요코이 가즈코씨가 출연한다.
이번 공연은 아시아의 한 단체의 후원으로 27일부터 29일까지 샌프란시스코 공립도서관 강당과 샌라파엘 한인장로교회(담임목사 최은석), 쿠퍼티노 디안자 칼리지 퍼포밍아트센터에서 사흘 연속 무대에 올려진다. 처음 두 차례 공연은 무료로 공연됐고 쿠퍼티노 디안자 칼리지 무대는 입장료 대신 10달러의 기금을 받는다.
6막으로 구성된 이 연극은 두명의 한국인 위안부와 한명의 중국인 위안부, 그리고 일본군에게 능욕당한 중국인 위안부가 낳은 아이 등 4명의 이야기로 구성됐다. 연기는 일본어로 진행되지만 한국어와 영어 자막으로 관객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4인의 캐릭터를 홀로 연기하는 가즈코씨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서 전후 일본에서 겪은 자신의 체험과 무의식 속의 죄의식을 토로한다.
연극 속 캐릭터는 12살에 대만으로 끌려갔던 이윤수 할머니와 중국 난징에서 혹독한 고초를 겪은 박영심 할머니, 중국인 위안부 웨이 샤오 란씨의 증언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가즈코 씨는 1995년과 1996년 위안부 컨퍼런스에 참가한 것을 계기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생생한 증언을 듣게 된 것이 위안부 연극의 계기가 되었다. 그분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마음으로 남편과 함께 기획 제작하며 일본사회가 위안부 역시의 참상을 알고 일본정부가 진정한 사과를 하기를 바라고 있다.
이들 부부는 지난 27일 베이지역 중국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2001년 2차대전의 비극을 그린 '재회(Reunion)'와 2007년 '비(The Rain)' 등 두 차례 공연을 미국에서 가졌지만 '진실을 담은 눈'의 해외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연출가 와타나베씨는 "일본에서 그간 41차례 공연을 했는데 그때마다 아주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놀라운 것은 와타나베씨가 일본전범의 아들이라는 사실이다. 그의 아버지는 1931년 중국 하얼빈에서 육군장교로 근무했고 전후 C급 전범으로 분류돼 3년간 공직 근무가 금지되는 징계를 받았다.
와타나베씨는 "아버지는 중국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한 번도 말한 적이 없지만 침묵 속에서 고통스러워했고 어머니와 내 앞에서 종종 그런 모습을 보였다"고 회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