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롯데그룹에서 진행중인 경영권 분쟁의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 종업원 지주회 회원들의 마음을 신동주 SDJ 코퍼레이션 회장이 얻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동주 회장은 롯데홀딩스의 광윤사 의결권 지분, 신격호 총괄회장의 의결권 등을 합쳐 총 33.8%의 의결권을 확보하고 있다.
반면 신동빈 회장의 의결권 지분은 1.5%, 쓰쿠타 사장과 고바야시 최고재무책임자 등이 지배하고 있는 임원 지주회 및 공영회 의결권 지분은 각각 6.7%와 15.6%로 알려졌다. 이들 의결권은 23.8%다.
신동주 회장 측은 31.1%의 의결권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종업원 지주회의 선택에 따라 주총에서 신동빈 회장을 몰아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신동주 회장은 종업원 지주회의 선택을 얻기 위해 과감하게 돈을 배팅했다.
표면적으로는 롯데그룹의 경영을 투명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신동주 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주식 상장 작업 추진'을 약속했다.
세부적으로 신 회장은 종업원 지주회 회원들만 가지고 있는 주식을 일본 롯데 그룹 전 계열사가 보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종업원 지주회 소속 회원들은 현재 1만여주에 달하는 롯데홀딩스 주식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세무상 평가액 50엔으로 9000주를 처분해도 500만원 정도의 수익밖에 얻지 못한다.
하지만 일본 롯데홀딩스가 상장될 경우 얘기는 달라진다. 상장기준으로 1주에 25만엔(270만원)에 달하는 수익을 얻을 수 있다.
1000주를 보유한다면 2억5000만엔 상당이 된다. 사실상 종업원 지주회 회원 1명당 27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약속한 셈이다. 이 같은 약속을 못 믿겠다는 지주회 회원들에게는 상장을 가정한 뒤 주식을 매입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와관련 민유성 SDJ 코퍼레이션 고문은 "종업원 지주회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분배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지주들이 각자 의견을 행사할 수 있는 투명한 소유구조로 바꾸기 위함"이라며 "일본 롯데홀딩스를 상장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 고문은 이어 "신동빈 회장과 츠쿠다 다카유키 사장 등은 일본 롯데홀딩스 상장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신동주 회장은 그런 방식으로 그룹이 투명하게 되지 않는다고 본다. 이 기회에 최고 정점인 롯데 홀딩스를 상장해서 그룹 전체가 투명한 경영을 하고 선진지배구조를 확립하자고 제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동주 회장의 배팅은 성공을 할 수 있을까.
현재까지 업계 측에서는 신동주 회장의 배팅 성공 가능성을 낮게 점치고 있는 상태다. 신동빈 회장이 지난해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모종의 안전 장치를 걸어뒀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롯데 그룹측이 "종업원지주회와 임원 지주회의 신동빈 회장 지지는 확고하다"고 입장을 밝힌 것도 이 같은 '추측'을 뒷받침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겉으로 보면 종업원지주회가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회장의 해임 및 재신임 등을 좌우지할 수 있는 캐스팅보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면서도 "신동빈 회장이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L투자회자를 장악했듯 종업원 지주회에 대한 안전장치도 분명 해놨을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