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원필환 기자]소속기관의 느슨한 감시를 틈타 총 21억6100여만원의 나랏돈을 횡령한 회계 관계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 등이 감사원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들은 공금계좌에서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십수억원을 빼내 개인적 용도에 썼다가 다시 채우는 등 나랏돈을 마이너스통장처럼 사용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지난해 10~11월 공공분야 회계관리실태를 점검한 결과 11개 기관에서 15명의 비위 관련자를 적발하고, 이같은 내용을 비롯해 23건의 감사결과를 시행했다고 15일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천안시 농업기술센터에서 조달물품 구매대금 납부 업무를 담당한 지방농촌지도사 A씨는 상급자가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인감을 꺼내 무단 날인하는 수법을 통해 친구 사업자금으로 6000여만원을 빼돌리는 등 2010년 10월부터 2011년 1월까지 1억1200여만원을 횡령했다.
A씨는 횡령 사실을 감추기 위해 도장집에서 위조한 인감을 사용해 물품 구매대금이 정상적으로 납부된 것처럼 영수증을 위조하기도 했다.
특히 A씨는 징계시효가 지나기는 했지만 2008년 8월부터 2010년 8월까지 비슷한 수법으로 11억3900여만원에 달하는 나랏돈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경남지역본부에서 등기소송 담당자로 일한 B씨는 법원으로부터 공탁금 3억5000여만원에 대한 수령 통지서를 받자 상사 몰래 이 돈을 횡령했다. B씨는 담당자가 자리를 비운 사이 법인인감 도장을 빼내 청구서와 위임장 등을 허위로 작성, 자신의 계좌로 빼돌리는 수법을 썼다.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에서 근무했던 C씨는 직원들의 급여에서 공제한 소득세를 현금으로 무단 인출하거나 자기 명의의 계좌로 송금하는 방법으로 29차례에 걸쳐 6900여만원을 횡령해 어머니의 빚을 갚거나 개인적 용도에 썼다. C씨 역시 도장집에서 위조한 인감으로 고지서 납부 영수증 등을 위조해 횡령 사실을 숨겨 왔다.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의 D씨는 카드빚을 갚을 돈이 모자르자 직원들의 국민건강보험료를 무단 인출하는 등 25차례에 걸쳐 3900여만원을 횡령했다.
B씨를 제외한 세 사람은 빼돌린 돈을 중간에 채워넣거나 감사원 지적을 받은 뒤 반환하는 등 횡령액을 전액 반납했다. 3억5000여만원을 횡령한 B씨의 경우 1억3500만원만 반환했다.
감사원은 네 명의 소속기관에 공금을 횡령한 당사자들을 파면하라고 통보했다. B씨에 대해서는 이미 반환한 돈과 신원보증보험에서 지급된 1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1억1000여만원을 LH에 변상하라고 판정했다.
한국전력 광주전남지역본부에서 용지보상업무를 담당한 직원 E씨의 경우 법원에 맡겨진 공탁금 6700여만원에 손을 댔다. 울산교육청 소속 공무원 F씨와 경남교육청 공무원 G씨도 자신들이 회계업무를 담당했던 초·중학교에서 각각 방과후학교 강사료 4800여만원과 급식재료비 3500여만원을 횡령해 개인용도로 사용했다.
이들 역시 빼돌린 돈을 모두 반환했지만 횡령 사실이 명백한 만큼 감사원은 소속기관에 해임 조치를 요구했다.
이와 함께 감사원은 인천항만공사로부터 공탁금 회수업무를 위탁받은 법무사무소 직원이 지난 5년간 공탁금 2억8400여만원을 법원에서 출금해 횡령한 사실을 확인했다. 해당 법무사무소 직원은 빼돌린 돈으로 빚을 갚고 생활비를 충당했으며 횡령액 가운데 5400여만원만 다시 채워넣었지만 인천항만공사는 감사원 감사가 있기까지 이를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밖에도 감사원은 미래창조과학부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소속 공무원 H씨와 경기도북부여성비전센터 공무원 I씨가 4400여만원, 230여만원씩의 공금을 빼돌려 쓰다가 반환한 사실을 적발하고 각각 정직과 강등 조치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