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정호 기자]'늑장 보고', '말 바꾸기', '4개 핵심기술 이전 거부' 등으로 논란이 됐던 한국형전투기(KF-X) 사업 과정에서 또 다시 잡음이 나오고 있다. KF-X의 핵심장비인 AESA(Active Electronically Scanned Array·능동위상배열) 레이더의 시제품 제작을 위한 우선 협상 업체 선정 과정에서 평가위원의 공정성 논란이 제기된 것이다.
28일 군 당국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지난 20일 한민구 국방부 장관 주재로 제94차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어 AESA 레이더의 시제품 제작 업체로 방산업체 한화탈레스를 선정했다.
군 안팎에선 10년 동안 AESA 레이더 관련 연구·개발을 진행해온 LIG 넥스원이 탈락하고 한화탈레스가 선정된 데 대해 예상 밖이라는 반응이 많았고, 군 당국이 보안을 이유로 평가 방법과 배점 등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말 못할 배경이 있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이후 SBS는 지난 27일 업체 선정 평가 위원 10명 중 한화탈레스로부터 수천만원을 받고 유도무기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 중인 KAIST의 C교수가 포함됐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이는 특정 업체와 이해관계가 있거나 평가의 공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으면 평가 위원으로 선정할 수 없다는 내부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이로 인해 평가의 공정성 논란이 제기됐다.
그러나 군 당국은 여전히 보안 사항이라는 이유를 들며 이런 논란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시철 방사청 대변인은 이날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도 “관련 규정과 절차에 따라 적절하게 평가된 것으로 알고 있다”, “평가 결과는 업체들에게 통보했고 이의가 있다면 해당 업체에서 이의를 제기했을 것이다”등의 답변만 되풀이했다.
특히 평가가 끝난 상황에서 공정성 논란이 제기된 만큼 평가 방법, 평가 위원 등을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지적에도 “고도의 보안이 요구되는 무기체계 획득 사업의 경우 그 내용들과 제안서 평가와 관련된 평가위원들의 신분·안전 등을 철저하게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KF-X 체계 개발을 주관하는 국방과학연구소(ADD)의 상급 기관인 방사청이 후속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도 “투명성이 보장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하겠다”면서도“(현재로서는)조사나 조치를 한다는 계획은 없다”고 답했다.
이밖에도 한화탈레스와 LIG 넥스원에 대한 구체적인 배점이 공개되지 않으면서 의혹은 더욱 불어나고 있다.
일각에서는 개발·제작 분야와는 무관한 중소기업협력 부분에서 LIG 넥스원이 '0점'을 받았다는 의혹까지 나온다. 김 대변인은 이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파악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