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이란을 국빈방문하는 박근혜 대통령과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와의 면담이 확정됐다. 1일 청와대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이란 국빈방문 1일차 일정으로 오는 2일(현지시간) 오후 테헤란에서 이란의 가장 높은 성직자를 의미하는 아야톨라 지위의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와 면담한다. 청와대는 1962년 양국 수교 이래 우리 정상으로서는 처음인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 계기에 양국 협력 관계를 확고히 하는 차원에서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와의 만남을 추진해 왔다.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 이후 신설된 직위인 최고지도자는 이란의 상징적인 존재이자 종교 지도자 역할을 한다. 이란의 행정부와 입법부, 사법부, 혁명수비대 등 국정 전반에 걸친 최종 결정권을 가지며 이란 헌법수호위원회 위원 절반과 대법원장 등 주요 인사도 임명한다.
따라서 이번 면담은 그 자체로 상징적 의미도 있지만 북한의 우방인 이란의 최고지도자와의 면담이 성사됐다는 점에서 북한에 대한 정치적 압박 효과가 적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최고지도자가 주요 국정 운영에 있어 절대 권력을 갖는 이란의 정치체제를 감안할 때 경제협력 분야에서도 상당한 성과가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지난 1981년부터 1989년까지 이란의 제3~4대 대통령을 역임했으며 이슬람공화당 대표, 국정조정회의 의장 등도 지냈다.
박 대통령은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와의 면담에 앞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교역·투자 정상화를 위한 기반 조성 ▲전통적인 협력 분야인 인프라 및 에너지 분야에서의 협력 확대 ▲신성장 동력 분야인 보건·의료, 문화, ICT 등에서의 새로운 협력사업 모색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청와대는 전했다.
또 두 정상은 양국 간 문화·교육 교류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를 가질 예정이며 한반도 및 중동 정세에 관해서도 의견을 교환한다.
그동안 박 대통령은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이란의 진정성을 평가하고 북한도 이를 본받을 것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던져 온 만큼 이날 정상회담에서도 북한에 핵 포기 메시지를 발신할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박 대통령은 이번 방문이 지난 1월 국제사회의 대(對)이란 제재가 해제된 데 따른 양국 교류 활성화를 목표로 하는 만큼 이슬람 문화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로하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및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와의 면담에서 이란식 히잡인 '루싸리'를 착용할 예정이다. 루싸리는 페르시아어로 '머리에 쓰는 스카프'를 의미한다.
이란은 이슬람 혁명 이듬해인 1980년부터 이슬람 율법에 따라 여성들의 히잡 착용을 의무화했을 뿐만 아니라 무슬림이 아닌 여성에게까지 루싸리를 착용할 것을 엄격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란은 박 대통령의 국빈방문을 논의할 때부터 이슬람 문화를 존중하는 복장을 착용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청와대는 양국 수교 이래 우리 정상의 첫 이란 방문이자 이슬람 혁명 이후 이란을 방문하는 첫 비이슬람권 여성 지도자라는 점 등을 모두 고려해 이를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박 대통령은 이슬람 풍습에 따라 가족이 아닌 남녀간 접촉이 금지된 이란의 전통을 감안해 정상회담 등에서 이란측 인사들과 악수 대신 목례로 인사를 나눌 것으로 보인다.
정상회담이 끝난 뒤에는 양국 정상 임석 하에 주요 조약·협정 및 기관 간 약정(MOU)들에 대한 서명식이 개최된다.
청와대는“법무, 문화, 교육, 과학기술, 산업, 보건,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자 협력관계를 규정하는 조약·협정 및 MOU들이 서명됨에 따라 관련 분야에서의 협력사업 추진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박 대통령은 이날의 마지막 일정으로 양국 전통 음악 협연과 전통 스포츠인 한국의 태권도 및 이란의 '주르카네이' 시연으로 구성된 문화공연을 관람한다. 주르카네이는 곤봉을 이용해 체력을 단련하는 스포츠로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된 이란의 전통 스포츠다.
이후에는 한복과 한식, 한지를 주제로 한 기획전인 '전통문화 콘텐츠 전시·체험전'을 참관하며 양국 간 문화교류 강화와 국민들간의 이해 증진을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