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재규 기자] 정치권 외압의혹과 관련,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에 4조 2000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것이 산업은행이 결정한 게 아니라 현 정부 실세 정치인과와 청와대 수석에 의해 이뤄졌다는 당시 산업은행장 홍기택씨의 언론 인터뷰가 큰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을 감춘 장부조작과 관련, 대검 특수단이 서슬퍼른 칼날을 들이대고 있는 가운데 대우조선해양, STX 등 정부의 구조조정과정에서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이 투여되었을 뿐만 아니라 산업은행을 움직인 현 정부 경제팀에 대한 세간의 의혹이 증폭될 경우 정권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않을 것으로 예상돼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공산이 크다.
◆ 20대 국회 개원과 함께 '관치금융 청문회' 예고
홍기택(사진) 전 산업은행장은 8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우조선 지원은 청와대와 정부가 결정한 일로, 산업은행은 들러리만 섰다"고 폭로하고 나섰다.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임종룡 금융위원장 등이 참석한 청와대 서별관회의에 참석해보니, 이미 지원이 결정돼 있었다는 것이다.
이뿐 아니라 산업은행의 자회사 임원 자리도, 청와대와 금융당국이 3분의 1씩 가져가, 대주주인 산은 몫은 3분의 1뿐이었다고도 했다.
불과 하루 전, 정부의 해운 조선업 구조조정 대책발표에 대해 "책임이 사라진 대책"이라며 맹비난을 했던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즉각 "그런 상황에서 박근혜 정권의 관치금융 민낯을 드러낸 홍기택 전 산업은행장의 고백은 실로 충격적"이라며 "치밀한 경제분석과 해당기관의 독자적이고 전문적인 판단에 따라야 할 산업은행 금융지원이 최경환 경제부총리,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밀실에서 결정되었다는 사실은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며 강도높게 비난했다.
이재정 대변인을 통해 이같이 지적한 더불어민주당은 또 "홍 전 은행장의 고백이 사실이라면 시장논리에 따라야 한다는 박근혜 정권의 실상은 정작 관치금융임이 명명백백히 드러난 것"이라면서 "천문학적인 공적지원이 어떻게 결정되었고, 얼마나 부실했는지에 대한 진상규명이 필요성은 더욱 절실해졌음에도 정부의 책임지는 자세는 묘연하다"며 20대 국회에서 관치금융 청문회 필요성을 처음 제기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어 "박근혜 정부는 시장을 농락하려는 시도를 중단하고,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금융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라며 "소위 서별관회의, 관치금융 의혹이 명명백백 규명되지 않는 한, 향후 정부의 어떠한 경제대책도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정부 인수위원회를 거친 홍 전 행장은 3년 가까이 산은을 이끌다 지난 2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부총재로 옮겨있다. 현재 중국 베이징에 머물고 있는 홍 전 행장은 파장이 커지면서 일체 연락이 닿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에선 대우조선해양 수사가 진행되자 책임을 피하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오는 가운데, 청와대와 정부는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라고 선을 긋고 있는 형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