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재순 기자] 검찰이 롯데그룹의 거액의 비자금 조성 정황을 포착하고 전날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들어간 데 이어 11일 본격적인 자료 분석에 들어가면서 수사에 속도를 더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압수수색에 이어 회사 관계자 소환도 예고되고 있어 그간 롯데 안팎에서 떠돌던 비자금설과 국부유출설이 동시에 밝혀질 수 있을 것인지에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조재빈 부장검사)와 첨단범죄수사1부(손영배 부장검사)는 이날 오후부터 롯데그룹 관계자를 대상으로 소환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조사 대상에는 롯데그룹 '컨트롤 타워' 역할의 정책본부와 계열사 내 재무담당 실무자가 포함됐다는 것이 일반적인 정설이다.
검찰은 전날 오전 롯데그룹 본사를 비롯해 호텔롯데와 롯데쇼핑(백화점·마트·시네마사업본부) 등 17곳을 전격 압수수색해 대다수 자료를 확보했다. 압수물 정리를 포함해 이날 오전에야 마무리되면서 하루가 꼬박 걸릴만큼 결코 적지않은 분량이다.
서울 소공동 롯데그룹 본사에서 나온 압수물은 1t 트럭 2대를 가득 채웠다. 일반적으로 검찰 압수수색 때 사용하는 검찰 로고의 파란 박스 외 택배 박스나 일반물품 보관용 박스도 대거 나왔을 정도로 압수물이 많았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집무실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는 '회장실' 종이가 붙은 파란색 검찰 박스는 검찰 관계자들이 타고온 버스에 실렸다.
검찰은 롯데그룹 내에서 계열사 간 자산거래를 통한 배임, 비자금 조성을 통한 횡령이 일어난 정황을 포착해 대규모 압수수색으로 자료를 확보했다.
특히 롯데 측이 수사에 대비해 조직적으로 관련 증거를 없애려 했다는 첩보가 입수되면서 시간을 더 지체하기 어렵다고 보고 10일 오전 6시부터 전방위 압수수색에 나섰다.
검찰 관계자는 "주말에 롯데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가 계속될 예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수사 핵심은 롯데가 조성한 비자금 규모와 사용처다. 검찰은 광범위한 금융거래 계좌 추적과 압수자료 분석으로 비자금 조성 경위와 자금 이동 과정을 규명할 방침이다.
조사는 자금 관리를 담당하는 재무 라인 실무자를 중심으로 실시할 전망이다. 이어 의심스러운 자금 흐름이 드러나거나 뭉칫돈이 유·출입된 흔적이 포착된 일부 계열사와 본부 임원급을 포함한 책임자가 조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이같은 의욕적인 수사에도 불구하고 그간 제기돼온 롯데의 비자금 확보설과 이른바 '국부유출'논란에 대한 명확한 실체를 밝혀내지 못한다면 '태산명동 서일필' 식으로 막대한 분량의 압수수색에도 불구하고 얻은 결과물이 없었다는 비난의 부메랑을 스스로 질 수 밖에 없어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검찰의 부담도 적지않은 상황에서 재계 5위그룹에 대한 사정의 칼날을 들이댄데 대한 부담은 결코 적지않을 것이란 판단은 이미 했을 것이란 얘기다.
한편 검찰은 롯데 계열사 간 부당한 자금거래 규모를 최소 수백억원대로 추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전체 횡령·배임 규모가 수천억원대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검찰 안팎에선 3천억원대 안팎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이제 막 수사를 시작한 상태여서 비자금 조성 규모 등을 언급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며 "현재로서는 배임·횡령 규모는 유동적인 상황이며, 압수물 분석과 관계자 조사 등을 통해 사실 관계를 점차 확정해 나갈 방침"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