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동훈 기자] 롯데갑질피해자연합회는 세종시 정부청사 공정위 앞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롯데그룹 봐주기’를 규탄하는 시위를 펼쳤다.
이날 시위에는 롯데갑질피해자연합회를 비롯해, 연합회의 개별적인 요청에 응해 정의당 중소상공인위원회, 세종특별자치위원회 소상공인연합회 등 각계 시민단체 소속 회원 20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성명서 낭독, 피켓팅, 구호제창 이후 김상조 공정위원장에게 보내는 항의서를 공정위에 전달했다.
해당업체들은 롯데그룹이 한국에서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를 설립한 뒤 납품업체를 상대로 갈취를 일삼았다고 주장한다.
피해업체들은 신화(롯데마트 전 납품업체), 가나안RPC(롯데상사 전 납품업체), 아하엠텍(롯데건설 전 협력업체), 아리아(러시아 롯데백화점 입점업체),성선청과(롯데슈퍼 전 납품업체), 프르베(롯데 전 납품업체) 등이다.
이들은 대기업인 롯데의 우월한 대응력으로 해결 실마리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길게는 10여년간을 포기 않고 정부와 국회 그리고 공정위를 상대로 탄원서와 관련 자료를 제출했다.
특히 공정위에는 불공정 하도급 피해 사례로 구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번번히 “검토중” 이란 답변만 돌아왔다. 피해업체들은 억울한 마음에 직접 관련 법을 공부해가며 탄원서를 제출했지만, 뚜렷한 설명도 없이 각하 처리되기 일쑤였다.
◇ 대기업 눈치보는 공정위 의심
피해자들이 전관예우 등을 의식한 공정위가 대기업의 편을 드는 것이 아닌가라고 의심하는 이유이다.
같은 소속의 아하엠텍 안동권 사장은 공정위라고 하면 치가 떨린다고 했다. 아하엠텍은 지난 2007년 롯데건설의 하청을 받아 현대제철 화성 일관제철소 건설에 착수했는데 공사가 진행되면서 추가공사 및 물량증가가 있었다. 아하엠텍은 이 추가공사 대금을 147억 원으로 추산했고, 롯데건설은 53억 원으로 견적을 내면서 분쟁이 생겨 공정위가 조사를 진행했다.
공정위 실무부서는 심사보고서를 통해 롯데건설이 하도급법을 위반했다며 아하엠텍에 하도급대금 결정금액 약 113억 원과 시정명령, 과징금 32억 3600만 원을 부과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공정위는 2011년 소회의를 열고 롯데건설에 대해 무혐의 처리했다.
심지어 이미 대기업의 처벌이 결정된 사항도 어쩐일 인지 심사 연기되는 일도 발생한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롯데마트의 육가공업체 신화에 대한 ‘삼겹살 갑질 논란’과 관련한 제재여부와 수위를 지난해 9월 13일 결정키로 했다가 재심사로 결론을 내렸다.
◇ 심사 또 심사, 피해 업체들 공정위 바라보다 고사
신화는 2012년 7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전국 롯데마트 매장에 돼지고기 등 육가공품을 납품해왔다. 신화가 2016년 법정관리 상황에서 법원 지시로 외부 회계법인의 정밀 감사를 받은 결과 순손실 109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는 2년여 동안 조사를 벌이고, 지난해 8월까지 심사숙고를 한 끝에 ‘삼겹살 갑질’ 건을 전원회의에 상정시켰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이 건은 13일 당일 결론이 나지 않고 10여일이 지나서야 재조사로 결론이 났다. 이 건은 애초 ‘서울공정거래사무소 가맹유통팀 조치 롯데마트 A대표 임원 B, 전임원 C 검찰고발, 신화에대한 하도급불공정시정명령, 과징금구형 (500억이상)」’으로 결론이 나있던 상황이었다.
공정위는 시간을 끌면 끌수록 불리한 중소기업의 청원에도 느긋한 입장이다. 재조사 기간에 대해 “언제 결론이 날지 말할 수 없다”는 답변만을 ASR(자동응답서비스)처럼 반복할 뿐이다.
납품업체인 가나안RPC는 롯데상사에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쌀거래를 했던 도정업체이다. 가나안은 롯데상사의 약속 불이행과 상거래 위반으로 세무서 신고 금액만 144억 원에 달하는 손실을 기록하고 도산했다고 주장한다.
롯데상사와 가나안에 따르면 양사는 2004년 한국 내 최첨단 라이스센터를 건립해 연간 3만 톤, 연매출 100억 원 이상의 쌀을 가공해 유통시키기로 협업을 결정했다. 하지만 2006년까지 롯데상사가 가나안으로부터 공급받은 쌀 결제 대금은 4억 원에 불과했다. 롯데상사는 협업 조건으로 공장 설립과 기계 설비를 수입하기로 했지만 이를 가나안에 떠넘겼다. 또 2008년에는 갑자기 S 사라는 벤더를 통해야만 납품할 수 있도록 거래조건도 바꿨다.
김정균 전 성선청과 사장은 2009년부터 2013년 6월까지 성선청과로, 2014년부터 2015년 10월까지 보성청과로 롯데슈퍼(전신 CS유통 포함)와 거래했다. 거래방식은 성선청과가 납품하면 롯데슈퍼 매장에서 판매 대금 15%를 공제하고 지급하는 수수료 매장 형태였다. 그러나 이러한 거래 방식으로 김 사장은 매장에서 정확한 판매량을 알 수 없었으며 적자에 허덕이면서 2013년 롯데슈퍼와 거래를 정리하려는 과정에서 약정 수수료 15%가 아닌 최고 25%를 일방적으로 차감당한 사실을 확인했다.
성선청과가 롯데슈퍼로 입은 피해는 10억원 상당이라고 한다. 김 사장이 문제를 제기하자 2015년 8월쯤 롯데슈퍼 담당 상무는 2013년 4월부터 6월까지 약정된 수수료율 보다 과다 차감한 2139만 원을 김 씨에게 지급하겠다는 확인서를 써줬다.
◇ 공정위가 바로서야 갑질 피해 막아
이에 김 사장이 공정위와 법원에 문제를 제기하자 롯데슈퍼는 공정위와 법원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급조한 것으로 보이는 계약서를 제출했다. 사업자명이 ‘성선청과’가 아니라 ‘성성청과’로 기재돼 있고, 사업자등록번호 역시 틀렸다. 김 사장은 현재 롯데슈퍼를 상대로 민형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롯데슈퍼가 법원에 제출한 2009년 계약서(왼쪽)와 2013년 계약서. 성선청과의 사업자번호와 사업자명이 틀리고 인감도장도 다르다. 갑 란은 비었다.
류근보 아리아 대표의 갑질 피해 경우는 특별하다. 그는 “롯데백화점 모스크바점에 입점해 레스토랑 사업을 하던 중 계약기간 만료 전 롯데백화점의 일방적인 강제 철수, 영업 정지, 직원 해고, 급여 강탈 등 온 갖 갑질, 횡포에 막대한 손실을 입고 폐업하게 됐다”면서 “이는 검찰조사에서 모두 사실로 밝혀졌던 만큼 더 이상은 힘없는 약자들이 롯데로부터 억울한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공정위에서 철저한 수사를 펼쳐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