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동훈 기자] 금호타이어가 30일 자율협약 종료일 맞은 가운데 진퇴양난에 빠졌다. 해외매각에 동의하자니 중국기업의 기술먹튀가 두렵고, 반대하자니 청산 수순은 불 보듯 뻔한 노릇 탓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날 자정까지 금호타이어 노조가 중국기업인 더불스타로의 매각에 찬성하지 않을 경우 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노조가 (30일 자정까지도) 해외매각에 반대하면 다음 주 예고했던 법정관리 수순을 밟겠다”고 공언했다.
이런 경우 금호타이어는 회생보다 청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채권단은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 실시된 실사 보고서에 따르면 금호타이어의 청산가치는 1조원으로 계속 가치 4600억원보다 두 배 이상 높기 때문이다.
당장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전문가들은 금호타이어가 구조조정에 들어가게 되면 1600여명이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금호타이어 노조는 해외 매각 반대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하이디스ㆍ쌍용차 사태처럼 기술만 쏘옥 빼먹는 중국 기업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 때문이다.
중국 기업 ‘더블스타’가 인수를 추진 중인 금호타이어의 특허권 보유수는 870여개에 달한다. 금호타이어가 가진 기술력은 중국 등 후발업체 기업은 따라잡기 힘든 레이싱 관련 기술과 더불어 국내 전투기 등에 방산용 타이어를 단독 공급 등 가치가 상당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쌍용자동차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금호타이어를 중국업체에 매각할 경우 결국 기술만 이전하고 회사는 부실덩어리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금호타이어의 중국매각에는 신중해야한다는 의견을 보여왔다.
◆ 금호타이어 가진 기술 보니, 독보적
본지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금호타이어는 1961년 타이어 생산 시작 이후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핵심 기술을 보유 중이다. 특히 1975년 항공기 타이어 개발에 성공하며 국내에서 유일하게 항공기 타이어 기술력을 갖고 있다.
2013년 전기차(EV)용 타이어 개발, 2014년 국내 업계 최초 실란트 타이어(자가봉합 타이어) 및 공명음 저감 타이어(타이어에서 나는 소음(공명음)을 획기적으로 줄인 타이어)출시 등 미래 성장을 위한 기술력도 다량 보유하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차량 기술의 집약체라는 포뮬러 원(F1) 레이싱 기술에 있어서도 경쟁력 있는 기술력을 갖추고 있었다.
1990년 미국 오하이오 애크론에 위치한 금호 타이어 북미 연구소 (KATC)를 설립하고, 레이싱 전용 트레드(접지면) 컴파운드 개발에 성공하며 레이싱 타이어 기술력을 축적하기 시작했다.
서킷(경주용 순환도로)과 머신(경주용 차량)을 연결하는 접점인 레이싱 타이어는 300km/h를 달리는 속도와 압력, 급제동과 급가속, 급커브 등 극한의 상황에서 승패를 가르는 핵심요소이다.
레이싱 타이어는 일반 타이어와 달리 직진 가속력을 위한 저중량, 고강도의 타이어 구조 설계와 첨단 재질 적용 기술, 고속 코너링 시 차량의 무게중심과 접지력을 유지시켜주는 트레드 설계 기술 등이 중요하다.
금호타이어는 2007년 국내 타이어 기업 최초로 F1 경주용 타이어 시제품을 개발에 성공하며 레이싱 타이어 기술력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 했다.
국내 유일 F1용 레이싱 타이어 제작 기술을 보유하고 한국기업 사상 첫 F1 진출을 목표로 제품을 개발하고 있으며, 포뮬러 기술에서 탄탄한 기본기와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레이싱 타이어는, 경기가 끝나면 타이어 공급 업체는 파편까지 다 수거해가며 보안을 유지해 후발주자는 기술력을 따라잡기 어려운 형편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금호타이어가 가진 기술력은 우리나라 국방력과도 직결된다. 금호타이어는 2016년 기준 75억원 규모의 타이어를 납본하고 있다. 이는 금호타이어의 매출에 1%도 차지하지 않는 비중이지만, 납본수가 약 2만 4천본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국내 국방력에 있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함을 알 수 있다.
금호타이어는 F-16전투기, T-50 고등훈련기, 군용 5/4t 트럭타이어, 장갑차 타이어 등에 단독으로 공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