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원성훈 기자] 지난 13일 실시된 전국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는 남북평화시대 개막을 이끈 더불어민주당에 촛불민심이 결합되면서 여권의 압도적인 대승으로 끝났다. 민주당이 중앙권력에 이어 지방권력까지 장악하는 이례적인 정치구도가 그려졌다. 반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대구광역시장과 경북도지사를 배출하는데 그쳐 '역대 야권의 최악 참패'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민주당은 '여당의 무덤'으로 알려진 지방선거에서 1998년 이후 첫 승리를 올린 것은 물론 2006년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의 대승(광역 12곳·기초 155곳)기록을 능가하는 금자탑을 세우게 됐다.
14일 중앙선관리위원회 개표 결과 민주당은 전체 17곳 광역단체장 선거 중에서 14곳에서 승리했다. 서울(박원순), 인천(박남춘), 경기(이재명) 등 수도권 3곳을 싹쓸이했다. 민주당 계열 정당이 수도권 전체에서 완승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당은 최대 격전지로 평가받은 부산·울산·경남에서도 깃발을 꽂았다.. 부산에서는 오거돈 민주당 후보가 4수 끝에 55.2%를 얻어 현역 시장인 서병수 한국당 후보(37.2%)를 제쳤다. 울산에서는 6번의 국회의원 선거와 2번의 시장 선거에 나섰지만 연이어 낙선했던 송철호 민주당 후보가 52.9%를 얻으며 ‘8전 9기’ 성공 신화를 썼다. 현직시장인 김기현 한국당 후보는 40.1%에 그쳤다. 개표 과정에서 초접전 양상을 보였던 경남은 김경수 민주당 후보가 득표율 52.8%를 기록, 김태호 한국당 후보(43.0%)를 누르고 당선됐다
민주당이 부·울·경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이처럼 완승을 거둔 것은 처음이다. 지난 1995년 지방선거 실시이후 PK 지역에서 광역단체장을 배출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당 계열 정당의 염원이었던 동진(東進)이 성공한 셈이다.
이와함께 민주당은 전국단위 선거 때마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던 충청권에서도 초강세를 보여주었다. 허태정 대전시장(56.4%), 이춘희 세종시장(71.3%), 이시종 충북지사(61.2%), 양승조 충남지사(62.6%) 등 충청권 광역단체장 선거구 4곳을 휩쓸었다. 전통적인 지지기반인 호남 지역에서는 이용섭 광주시장(84.1%), 송하진 전북지사(70.6%), 김영록 전남지사(77.1%) 이등 압도적 득표율로 승리를 거뒀다. 강원에서도 최문순 민주당 후보가 64.7%로 35.3%의 득표율을 기록한 정창수 한국당 후보를 크게 따돌렸다. 이에 비해 한국당은 대구(권영진)와 경북(이철우)에서만 광역단체장을 배출하는데 그쳤다. 지난 2006년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뒀던 한국당이 10년 만에 사실상 대구·경북 위주의 'TK정당'으로 위상이 추락한 셈이다.
광역단체장 중에선 유일하게 무소속의 원희룡 후보가 제주에서 당선됐다. 재선에 나선 원 후보는 51.72%의 득표율로 40.01%에 그친 더불어민주당 문대림 후보에게 앞섰다.
국회의원 재보선도 민주당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다. 민주당은 노원병(김성환), 송파을(최재성), 부산 해운대을(윤준호), 인천 남동갑(맹성규), 광주 서갑(송갑석), 울산 북구(이상헌), 충북 제천·단양(이후삼), 충남 천안갑 이규희), 충남 천안병 윤일규, 전남 영암·무안·신안(서삼석), 경남 김해을(김정호)에서 승리했다. 경북 김천은 경합 끝에 한국당 송언석 후보(50.3%)가 무소속 최대원 후보(49.7%)를 493표차로 신승했다.
기초단체장 선거도 총 226곳 가운데 민주당이 151곳에서 승리했다. 수치 상으로 한국당 53곳, 민주평화당 5곳, 무소속 17곳 등으로 압도했다. 서울시 25개 구청장의 경우 서초구를 한국당 조은희 후보(52.4%)에게 내준 것을 제외하고는 24개를 민주당이 독차지했다. 민주당은 전통적인 지지기반인 호남과 충청지역은 물론 PK 지역 39개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25개를 차지, 12곳에서 승리한 한국당을 상대로 압승을 거뒀다. 더구나 민주당은 TK 지역에서 구미시장(장세용)을 당선시켜 교두보를 확보하는 등 '전국정당'으로서의 모양새를 갖추는데 성공했다. 이에비해 한국당은 TK 지역 31개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24곳을 차지했지만 무소속 돌풍에 밀리면서 6곳에서 기초단체장 자리를 내줬다. .
지난해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1년여 만에 열린 선거에서 시·도 지사, 시·군·구청장까지 민주당이 장악하면서 문 정부는 국민의 지지 속에 명실상부한 정권교체를 완성할수 있게 됐다. 여기에는 평창 동계올림픽부터 본격화된 한반도 평화분위기가 민심을 사로잡은 영향이 크다는 것이 정치권의 분석이다. 2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지방선거 직전 열린 북미 정상회담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가 거듭 확인되면서 점진적인 안정과 발전을 희구하는 국민들의 바람이 광범위하게 확산된 영향이 크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70% 중반 안팎의 고공행진을 하는 상황을 감안해 한국당을 비롯한 야권은 '문재인 정권 독주 견제론'과 '심판론'으로 맞불을 놓았지만 선거기간 내내 '평화'를 강조하면서 "문재인 정부가 만들려는 '나라다운 나라'를 위해선 지방정부의 든든한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부각한 민주당에 역부족이었다. 끝내 '이변'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번 선거를 통해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체제 구상'은 한층 탄력을 받게 된 것은 물론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확실히 틀어쥐고 적폐 청산, 골목경제 지키기, 양극화 해소 등 민생·개혁과제 추진에 보다 힘이 실릴 전망이다. 이에반해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야권 심판' 수준의 처참한 성적표를 받은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은 극심한 후폭풍에 휘말릴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으로의 권력이 집중되고 야권의 견제력은 현격히 약화되면서 정부여당의 독주를 제대로 막기 힘든 상황을 맞게 됐다.
백혜련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지난 1년여 동안 적폐청산과 나라다운 나라를 위해 노력해온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임과 동시에 한반도 평화와 번영, 든든한 지방정부를 바라는 국민의 염원이 투표로 나타났다"며 "지방정부의 변화를 갈망하는 유권자의 열망은 예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강했다"고 말했다.
한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지방선거 투표율이 60.2%로 확정됐다고 밝혔다. 역대 지방선거에서 투표율이 60% 이상을 기록한 것은 지난 1995년 제1회 지방선거 이후 23년 만이다.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투표율은 60.6%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