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동훈 기자] 푸본현대생명(구 현대라이프생명)의 사측과 노조 간의 갈등이 일단락 됐지만, 임금삭감과 해촉자 원상회복에 따른 불씨는 여전히 남은 것으로 나타났다.
푸본현대생명은 오랜 경영 악화로 지점 통폐합 및 설계사 감축 등 악재로 몸살을 앓았던 현대라이프생명이 전신이다. 당시 경영진의 잘못된 경영으로 인한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대규모 해고를 단행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런 분위기를 반전시킨 것이 올해 9월. 최대주주가 현대차그룹에서 대만 푸본생명으로 바뀌면서 국내 최초의 대만계 생명보험사로 출범하면서이다. 이를 계기로 회사는 사명을 푸본현대생명으로 바꾸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지분율은 푸본생명 62%, 현대커머셜 20%, 현대모비스 17%이다.
자본금도 3000억원이 유입되면서 총알(?) 사정도 나아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자본 확충으로 푸본현대생명의 지급여력(RBC)비율은 200% 중반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업계의 통상 RBC권고비율은 150%이다.
회사의 사실상 먹거리였던 현대차의 퇴직연금 물량 문제가 남아 있긴 하지만, 새로운 도약을 위한 준비는 마친 셈이다.
◇ 고강도 구조조정, 직원들 ‘희생’ 커
푸본현대생명이 이 처럼 제2창업 시대를 맞이한 데는 직원들의 희생도 컸다. 푸본현대생명은 지난해부터 재무 건전성 위기가 커지면서 인보험 영업을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이 결정에 따라 전 직원 중 3분의 1을 희망퇴직으로 내보내고 점포도 75개에서 10여개로 통폐합하는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에 회사를 나간 직원들은 본사 앞에서 올해까지 천막농성을 벌이며 사측의 해고에 항의했다. 그러나 노조를 비롯한 직원들은 회사의 회생을 위해 사측의 해고를 받아들였다.
이런 아픔 덕분에 올해 상반기 푸본현대생명은 57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푸본현대생명은 현대자동차그룹에 인수된 후 6년째 적자행진을 거듭했다.
문제는 향후 부딪힐 난관들이다.
◇ 지나친 퇴직보험 편중, 현대차 발빼면
우선 개인보험 영업망 재정비. 푸본현대생명의 상반기 초회보험료는 57억원으로 전년 동기(1296억원) 대비 95.6%(1239억원) 급감했다. 생보업계의 대표적 성장성 지표인 초회보험료 고객 유입수를 끌어올려야 회사의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다.
두 번째는 앞서 언급한 현대차의 퇴직연금 물량 사수. 푸본현대생명은 올해 상반기 보험료 수입은 약 8000억원으로 이중 절반이상인 4084억원을 퇴직보험으로 거둬들였다. 특히 퇴직연금수입의 90%이상은 현대차와의 거래에서 발생했다.
이제 푸본현대생명이 현대차의 손을 떠나면서, 현대차가 자사의 현대차증권으로 모든 물량을 밀어줄 가능성이 높다.
◇ 노사 분쟁의 방아쇠는 ‘임금 회복’
세 번째가 노조측과의 갈등 소지. 지난해 현대라이프가 몸집을 줄이는 과정에서 해촉당한 현대라이프의 보험설계사들과 회사간의 갈등이 전혀 봉합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해촉된 설계사들은 지난해 12월 3일부터 서울 여의도 현대라이프 본사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며 잔여수당 지급, 수수료 삭감정책 철회, 해촉자 원상회복 등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17일 노조측에 확인한 결과, 현재 천막은 철거된 상태라고 한다.
정규 노조와도 불씨는 남았다. 임금 삭감된 부분의 원상회복이 바로 그것. 푸본현대생명 노조의 박기태 부위원장은 “회사가 이번부터 이익이 많이 나기 시작했다”며 “힘들어도 임금삭감안 등을 받아들였던 직원들의 희생한 부분에 대한 원복을 지켜볼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런데 사측이 전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다”며 “(삭감된 임금의 원상회복) 그렇지 못할 경우 노사간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