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동훈 기자] ‘돈이 돌지 않는다.’ 한국경제의 현주소를 나타내는 경기동향지수 등이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미래에 대한 전망마저 어둡게 하고 있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2017년 5월 100.7점을 정점으로 9개월 연속 내리막을 치면서 2018년 8월 98.9점을 기록했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현재의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로 100미만이면 상황이 좋지 않다는 해석으로 받아들여진다.
향후 경기 국면을 예고해주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마찬가지이다. 지난해 7월 100.8점을 기록했지만, 올해 8월에는 99.4%로 곤두박질 쳤다.
우리경제에 있어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경제의 우선 조건인 ‘소비자의 지갑이 열리지 않고 있다’는데 있다. 우리 정부는 1997년 터진 외환 위기의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듬해 신용카드를 통한 경기부양을 시도했고, 이는 현재까지 한국경제를 순환시킨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KB카드에 따르면 올해 추석연휴(지난달 22~26일)중 고객의 일 평균 해외 카드 사용건수는 3만2742건으로 지난해 추석 연휴기간의 3만7415건보다 12.5% 줄었다.
예ㆍ적금 중도해지액도 증가했다.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시중은행에서 개인고객(개인 사업자 포함)이 중도 해지한 정기예ㆍ적금 건수는 725만4622건, 금액은 52조2472억원, 전년동기와 비교해 중도 해지한 건수는 31.8% 금액은 20.8%로 증가했다.
무엇보다 시중에서 돈이 얼마나 유통되는 지를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인 ‘통화승수’의 흐름이 원활치 않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8년 6월 기준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금융상품을 포함하는 광의통화(M2)는 전년 동월대비 6.1% 늘었다. 광의통화에는 저축성 예금 뿐만 아니라 시장형금융상품, 실적배당형 금융상품, 환매조건부채권, 표지어음, 금융채, 발행어음 등을 포함한다.
반면 민간보유현금, 은행 요구불예금, 은행 저축예금, 수시입출급예금 등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나타내는 협의통화(M1)는 같은 기간과 비교해 5.9% 증가하는데 그쳐 2013년 1월(5.8%) 이후 4년5개월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통화승수는 일반적으로 정부의 규제정책에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다. 2009년 정부는 은행의 건전성 강화를 위해 예대율(예금 대비 대출금 규모) 규제를 도입한다. 이 정책 이전 시중은행의 예대율은 2008년 6월 최고 수준인 127.1%에 달했지만, 도입 이후 빠르게 하락해 2014년 9월 기준 97.3%까지 떨어졌다.
금융업 관계자는 “당시 은행대출도 빠르게 급감했는데, 대출이 줄어드니 시중에 흘러 다니는 돈의 양도 줄어들게 됐다”며 “기업뿐만 아니라 가계마저 미래 예측에 대한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너도 나도 돈을 비축하면서 돈맥경화 현상이 벌어졌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탁상공론적인 정책규제보다는 유효수요를 창출하는 대책마련과 가계 소득을 늘려주는 방안 추진을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저부가내수업종, 한계 및 차상위 계층, 자영업 및 임시ㆍ일용직에게 정책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며 “돈이 돌게 하려면 물건을 살 수 있도록 돈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