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동훈 기자] 새마을금고 지점의 직원들이 서민 140여가구의 전세보증금을 두고 발생한 100억대 사기 사건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아시아경제가 지난 1일 단독 보도한 ‘세입자 울린 100억 전세사기…새마을금고 조직적 개입의혹’이란 제하의 기사에 따르면 일산동부경찰서는 일산동부경찰서는 100억원대 전세사기 사건과 관련해 최근 새마을금고 산곡 2ㆍ4동 A차장과 부평남부 B차장, 신길2동 C상무, 남인천 D씨 등 4명을 피의자로 입건했다.
사건은 일명 ‘깡통전세’ 건으로 새마을금고로부터 거액을 빌린 건물주가 이를 갚지 못해 건물이 공매로 넘어가는데서 시작된다.
세입자 등에 따르면 건물주 ㅇ씨는 2013년 서울에 위치한 R하우스 1ㆍ2ㆍ3동을 매입했다. ㅇ씨는 이후 2015년 4∼6월 지역 새마을금고 4곳으로부터 총 54억원을 빌렸고, 지난해 11월 다른 사건으로 감옥에 들어가면서 대출금을 갚지 못했다. 이에 새마을금고와 수탁자 무궁화신탁은 지난 2월 해당 건물에 대해 공매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문제는 ㅇ씨에 대한 대출 과정 등에서 새마을금고 측의 부실 검토 정황이 드러난다. ㅇ씨는 부채가 적은 것처럼 보이기 위해 세입자들의 6200만~2억원 상당의 전세계약서를 전세 보증금이 500만원 등에 불과한 것으로 위조한 뒤 새마을금고와 무궁화신탁에 제출했다.
ㅇ씨가 제출한 허위 계약서에는 당사자의 주민등록번호나 전화번호 등 기본적인 내용도 없었다.
새마을금고 측은 훗날 이를 인지하고도 입주민들에게 알리거나 법적 절차를 밟는 대신 ㅇ씨에게 개인적으로 빚 상환을 독촉했다고 세입자들은 주장했다.
A차장 등은 ㅇ씨가 대출 부적격자인 사실을 알면서도 1억8000만원을 받는 대가로 그에게 54억원을 불법 대출한 의혹을 받고 있다.
새마을금고는 내부 규정에 따라 대출하기 전 담보 건물의 이용 상태와 임대차 계약 내용을 확인해야 함에도 이 역시 제대로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새마을금고는 “새마을금고의 채권보다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을 우선한다”는 공문도 발송해 이씨의 사기 임대 활동에 도움을 주기도 한 의혹도 받는다.
심지어 새마을금고 직원들이 대출 당시 이씨의 신용 상태가 불량해 대출을 할 수 없게 되자 전직 새마을금고 직원인 브로커를 동원해 대출명의 대여자까지 구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 탓에 기존 세입자들은 건물주 ㅇ씨가 새마을금고에서 무리한 불법 대출을 받았다는 사실을 2년간 알지 못했고, 같은 기간 동안 ㅇ씨도 임대차 활동을 지속적 펼쳐 신규 피해자가 계속해서 늘어났다고 한다.
건물이 공매로 넘어갈 경우 전세보증금 상환은 후순위로 밀려난다. 공매가 진행돼 건물이 낙찰을 받으면 새마을금고는 대출금을 우선변제 받을 수 있지만, ㅇ씨가 대출을 받은 이후 들어온 세입자 110여명은 후순위로 밀려 100억원에 달하는 전세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아시아경제>는 추가 취재를 통해 경찰은 ㅇ씨가 지난해 11월 다른 사건으로 구속되면서 새마을금고가 대출금을 회수하기 어려워지자 담보로 걸린 ㅇ씨 건물의 공매를 서두르면서 그 피해를 세입자들에게 돌리려 한 것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 연루된 새마을금고 직원들은 불법대출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불법대출을) 전혀 한 적이 없다”며 “대출 과정에서 브로커를 만난 적도 없다”고 말했다.
반면 새마을금고 중앙회는 수사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새마을금고 중앙회 관계자는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다. 수사결과가 나오는 데로 징계와 개선 여부 등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