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조아라 기자] 중국 위안화 가치가 하락세를 지속하면서 달러당 환율이 10년 만에 처음으로 7위안을 넘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재무부가 이번 주 발표하는 환율보고서에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분류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16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마켓워치에 따르면 이날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위안화 환율은 전날보다 0.06% 오른 6.9213위안을 기록 중이다. 환율 상승은 통화 가치 하락을 뜻하는데,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전날 장중 6.9270위안으로 심리적 저항선인 7위안에 근접했다. 올해 들어 위안화 가치가 7% 가까이 떨어지면서 환율이 지난 2008년 이후 처음으로 7위안을 넘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미국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미중 무역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자국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통화를 평가절하하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9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재무부가 면밀히 분석한 결과, 올해 중국의 위안화 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며 이 문제를 미중 무역협상에서 논의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미중 무역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 재무부는 이번 주 대미 수출 규모가 큰 국가들의 환율 조작 여부를 점검한 환율보고서를 발표한다. 2015년 도입한 교역촉진법에 따라 △현저한 대미 무역흑자(200억달러 초과) △상당한 경상흑자(GDP의 3% 초과) △지속적 일방향 시장개입(연간 GDP 대비 2% 초과, 8개월 이상 순매수) 등 3개 요건에 해당할 경우 심층분석대상국(환율조작국)으로 지정토록 하고 있다.
이 기준에 의하면 중국은 3개 요건 중 1개(현저한 대미 무역흑자)에만 해당돼 환율조작국이 될 수 없다. 하지만 1988년 도입된 종합무역법을 활용하면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 법은 상당한 대미 무역흑자를 내는 나라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씨티그룹은 지난 10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은 50대 50”이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밀어붙인다면 새로운 관세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통화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만으로 중국을 제재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최근 위안화 약세에는 미국의 금리 인상, 중국의 경기 둔화, 신흥국 경기 둔화 등 다양한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니컬러스 라디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오히려 중국은 자국 통화가 하락하는 것을 막고 있다”며 “최근 인민은행은 역외 위안화 대출을 억제하는 조치를 내면서 위안화 강세를 유도해왔다”고 설명했다. 스티븐 므누신 장관 또한 중국 내부 경제 문제 등 위안화 가치 하락을 일으킬만한 몇 가지 요인들이 있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무역 이슈와 관련해 중국이 인위적인 위안화 평가절하를 하지 않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1년간의 미국과의 협의를 통해 통화 절상과 대미 무역 역조 해소 정책 등을 요구받게 된다. 이후에도 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미국 조달시장 참여 제한과 자금 지원 금지 등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도 1년 후에나 제재가 가능하기 때문에 미국이 이 카드를 꺼낸 뒤 대중 무역 협상에서 지렛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