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동훈 기자] 대법원이 병역기피의 사유로 ‘종교적 양심’을 인정하면서 전국을 들끓게 하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일 오전 11시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모(34)씨의 상고심을 선고개인의 양심이나 종교적 신념 등을 이유로 입영을 기피하는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가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다수 의견에는 총 13명 중 김명수 대법원장을 포함한 9명의 대법관이 같은 결론을 냈다.
이는 병역기피의 정당한 사유로 ‘양심’을 인정하지 않았던 지난 2004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를 14년 만에 뒤집은 것이다.
재판부는 개인의 양심과 종교적 신념 등을 근거로 한 양심적 병역거부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재판부는 “헌법상 양심의 자유는 개인의 소신에 따른 다양성이 보장돼야 하고 그 형성과 변경에 외부적 개입과 억압에 의한 강요가 있어서는 안 되는 윤리적 내심영역이다. 국가가 개인의 양심에 반하는 의무에 응하지 않을 경우 형사처벌 등 제재를 가하는 것은 기본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되거나 그 본질적 내용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한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할 것인지는 헌법상 양심의 자유와 국방의 의무 규범 사이의 충돌과 조정의 문제”라며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헌법상 국방의 의무 자체를 부정하지 않고 단지 집총이나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는 이유로 병역의무를 거부하는 것으로, 이를 강제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고 재판부는 판결했다.
무엇보다 재판부는 “국민 다수의 동의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존재를 국가가 언제까지나 외면하고 있을 수는 없다. 이제 이들을 관용하고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라면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며 구체적인 사건에서 그 양심이 과연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것인지 심사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오씨는 지난 2013년 7월에 현역 입영통지서를 받고도 입영일로부터 3일이 지나도록 입영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 “종교적 양심에 따라 입영을 거부한 것으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행 병역법 88조1항은 현역 입영 또는 소집통지서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않거나 소집에 불응하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소식이 전해진 뒤 이에 대한 논쟁도 가열되고 있다. 일부 대법원의 결정에 찬성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지만, “양심적 거부가 인정된다면, 양심적으로 세금 못내겠다 하면 되는 건가” “나도 여호와증인 댕겨야겠네. 군대 면제 받게” “병역의무를 충실해온 대한민국 예비역과 현역을 비양심적으로 만드는 것” 등 대체로 인터넷상에서는 반대의견이 우세하다.
한편 지난달 31일 기준 대법원에 계류 중인 관련 사건은 현재 227건, 이번 판결로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들은 “무죄”로 선고될 가능성이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