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오주한 기자] 숙원이었던 ‘원내교섭단체’ 진입이 일장춘몽(一場春夢)으로 끝날 위기에 처한 정의당이 더불어민주당에 연일 포문을 열고 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심상정 의원을 ‘제물’로 삼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근 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교섭단체 3당은 국회정상화에 합의하면서 ‘비(非)교섭단체 배제’를 명문화했다. 이로 인해 정의당은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위원장 자리를 상실할 위기에 처했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1일 상무위원 회의에서 “이러한 중대한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핵심 키를 쥔 민주당은 정의당에 사전협의는 커녕 사후에도 어떠한 설명도 없었다”며 “이러면서 어떻게 ‘개혁공조’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개특위는 선거법개정 등을 다룬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3일 선거법개정에 대해 “정의당 교섭단체 만들기”라고 평가했다.
여야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정의당에게 ‘교섭단체’를 선물하는 대신 정의당을 ‘위성정당’으로 만들려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선거법개정은 필연적으로 국회의원 정수 증가를 야기한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정당법은 교섭단체 구성 조건으로 ‘소속의원 20명 이상’을 명시하고 있다. 정의당 의석수는 현재 5석이다. 윤 원내대표는 1일 ‘개혁공조’를 언급하면서 민주당, 정의당이 ‘공조관계’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정의당은 정개특위 위원장직 상실 시 선거법개정을 주도하면서 민주당과 ‘딜’을 할 여력을 잃게 된다. 교섭단체 3당 결정에 이리저리 휘둘릴 수밖에 없는 입장이 되는 셈이다.
일부에서는 민주당이 정의당 소속인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을 ‘희생’해 한국당에 ‘굴복’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 추가경정예산(추경) 등 처리를 위해서는 민주당은 제1야당인 한국당 협력이 필요하다. 한국당이 국회 등원을 거부하자 ‘정의당 교섭단체화(化) 취소’를 한국당에 선물하고 대신 국회정상화 합의를 이끌어내 추경 통과 등 발판을 마련했다는 게 일부의 주장이다. 다수 경제지표가 급락하는 가운데 추경 불발 시 문재인 정부는 거센 여론 비난에 봉착하게 되다.
국회 ‘대립구도’가 기존 ‘민주당·정의당 대(對) 한국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에서 이번 정의당 배제 합의로 인해 ‘민주당 대 야4당’으로 변화될 조짐이 보이자 야당은 대여(對與) 압박의 끈을 조이고 있다.
1일 한국당, 바른미래당이 북한 목선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한데 이어 이날 바른미래당, 평화당, 정의당은 정개특위 위원장 교체 합의에 유감을 표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민주당에서 정개특위 위원장을 맡고 그것을 다시 심상정 위원장에게 양보하는 결단을 내려달라”고 말했다.
민주당으로서는 이미 한 차례 한국당이 국회정상화 합의 ‘파기’를 단행한 상황에서 심 의원에게 정개특위 위원장을 양보할 시 한국당이 또다시 ‘등원 거부’에 나서서 추경 처리 등이 불투명해질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정의당 배제’를 고수할 시 야4당에 ‘포위’되는 형국이 되는 것은 물론 노동계 이탈도 불가피하기에 민주당은 진퇴양난(進退兩難)의 입장이다.
불가능할 것을 알면서도 제시된 손 대표의 ‘위원장 양보’ 요구는 민주당을 여론시선 집중 등 ‘궁지’에 한층 몰아넣고 바른미래당은 반대급부로 정의당, 노동계 지지를 얻으려는 포석으로 풀이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