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오주한 기자] 2020년 4월 15일 치러질 예정인 21대 총선을 두고 정치권만큼이나 국민 관심도 높다. 누가 우리 동네 국회의원이 되느냐에 따라 국비 확보 등 지역민생 희비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은 ‘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정부 중간성적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여야는 중진 투입, 신인 발굴 등 가용한 모든 선택지를 동원해 총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여러모로 역사에 큰 이정표를 남길 것으로 예측되는 게 21대 총선이다.
본지는 ‘우리 동네 출사표’ 연재를 통해 전국 각지 선거구에 출사표를 던지거나 던질 것으로 전망되는 여야 인사가 누구인지 짚어보고, 예상 공약 등을 독자와 함께 진단할 예정이다.
그 첫 번째 지역으로 ‘정치 1번지’ 서울 종로구를 다룬다.
알려지다시피 청와대가 소재한 종로는 윤보선(4대), 노무현(16대), 이명박(17대) 등 대통령을 배출한 잠룡들의 각축장이다.
때문에 선거구 중에서도 시선이 집중되는 곳이 종로다.
종로는 크게 부촌이 몰린 북서쪽, 젊은층과 서민 주거지인 남동쪽으로 정당 지지층이 갈린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으로 평창·삼청·사직동 등 북서쪽 주민은 총 3만1,829명이다.
반면 창신·숭인·이화·혜화동 등 남동쪽은 총 6만9,192명이다.
다만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에 대한 젊은층·서민의 부정적 여론이 내년 총선에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정치권에서 나온다.
종로구의 높은 평균연령(44.3세)도 마찬가지다.
21대 총선에서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이낙연 국무총리,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종로 터줏대감인 정세균 전 국회의장 중 한 사람 간 대결 성사가 점쳐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미 이 총리, 임 전 실장, 정 전 의장 간에 경선 승리를 위한 물밑 신경전이 벌어지는 것으로 알려진다.
6선 중진인 정 전 의장은 19~20대 총선에서 종로에 출마해 내리 당선됐다.
때문에 이른바 ‘집토끼(콘크리트 지지층)’ 등 지역 민심 장악력에서는 다른 두 사람에 비해 다소 유리하지 않겠냐는 게 정치권 분석이다.
통상 국회의장 출신의 차기 총선 불출마가 관례이지만 정 전 의장은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민주당의 일부 선거구 전략공천설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호남에 기반을 둔 이 총리는 이해찬 대표와의 힘겨루기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임 전 실장은 올해 6월 종로구 평창동에 전셋집을 마련하고 이른바 ‘산토끼(중도층)’를 중심으로 민심 확보에 돌입했다.
이 외 비문계 대표주자인 이종걸 의원(안양시 만안구), 386세대 대표격인 김민석 민주연구원장 등도 출마 가능성이 거론된다.
황 대표는 일단 총선 지휘에 집중한다는 입장이지만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는 만큼 종로 출마설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김세연 여의도연구원장은 “종로 출마가 정공법”이라고 주장했다. 황 대표도 “당이 원하는 것을 하겠다”며 여지를 남겼다.
황 대표 외에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후보군으로 언급된다.
바른미래당에서는 해당 지역위원장인 정문헌 전 의원이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출마 움직임이 아직까지는 없다.
■ 황교안의 ‘전략적 모호성’
황 대표는 일단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 중이다. 종로에 대한 언급은 좀처럼 찾을 수 없다.
한국당 장외투쟁을 위해 종로를 찾은 적은 종종 있지만 총선멘트는 하지 않았다.
황 대표는 지난 7월 30일 오찬 기자간담회에서는 즉석에서 기자들과 ‘묵찌빠’를 하면서 “내가 무엇을 알려주면 그건 전략이 없는 것 아니냐”며 “전략적 모호성”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도 비례로 나간 적이 있었다”며 비례대표 출마도 시사해 말 그대로 ‘모호함’을 남겼다.
이달 26일에는 “자유우파 통합을 위해 저를 내려놓겠다”고 말해 불출마 선언, 비례대표 후순위 출마 선언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출마 여부 입장이 없기에 자연히 총선 행보도 찾을 수 없다.
굳이 민주당 텃밭인 종로와 결부시키자면 “나는 친박에 빚진 것 없다(7월 30일 오찬 기자간담회)” 등 발언이 전부다.
황 대표가 만약 종로 출마 결심을 굳히게 된다면 어떤 공약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은 지난 6월 18일 내년 총선과 관련해 “어떤 일이든 피하지 않고 할 일을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구 수성갑 출마 가능성에 대해 “수도권에서 역할을 해야지 왜 다른 곳을 생각하느냐는 얘기도 있다”며 종로 출마를 시사했다.
그는 다만 황 대표를 의식한 듯 ‘모호성’을 유지 중이다. 황 대표와 마찬가지로 종로 관련 언급은 자제하는 듯한 인상이다.
■ ‘눈치싸움’ 치열한 민주당
이낙연 총리는 현역 국무총리라는 점이 부담으로 다가온 듯 대외적으로는 종로 출마 여부를 함구하고 있다.
지난 7월 10일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는 “현재로서는 (출마)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며 “제가 계획을 세울 처지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종로구에 지역구를 둔 정세균 전 의장은 6선 중진의 여유인지, 당내 일각의 불출마 여론을 의식한 탓인지 의외로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나 보도자료에서 종로 관련 내용을 찾기 힘들다.
때문에 한때 지역구를 물려줄 것이라는 ‘임종석 밀약설’까지 흘러나왔으나 그는 “근거 없는 얘기”라고 부인했다.
다만 오프라인에서는 9월 4일 종로구 원서동에서 열릴 예정인 노무현시민센터 기공식에 참석하기로 하는 등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문 대통령 최측근 출신으로 ‘왕실장’으로까지 평가됐던 임종석 전 실장도 외부적으로는 총선 행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산책 등을 통해 지역민들과 접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근래에는 평창동 자택 인근에 거주하는 임수경 전 의원과 마주치기도 했다.
■ “우리가 종로의 적임자”
속초·고성·양양에서 17·19대 국회의원을 지낸 정문헌 전 의원은 안방을 떠나 험지에 둥지를 튼 만큼 민심 확보에 힘을 쏟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종걸 의원, 김민석 원장도 암암리에 종로 입성 가능성을 점쳐보기 위한 사전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 외 군소정당도 종로를 노리고 있다. 현재 군소정당은 원내·원외를 합쳐 우리공화당, 민중당(이상 원내), 가자코리아, 경제애국당, 공화당, 국가혁명당, 국민새정당, 국민참여신당, 국민행복당, 국제녹색당, 그린불교연합당, 기독당, 기독자유당, 노동당, 녹색당, 대한민국당, 민중민주당, 새누리당, 우리미래, 인권정당, 자유의새벽당, 진리대한당, 친박연대, 통합민주당, 한국국민당, 한나라당, 한누리평화통일당, 한반도미래연합, 홍익당 등이 있다.
<계속>